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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부메랑

by 은수달

"너라는 존재 자체가 리스크야."


드라마 <퍼스트레이디>의 주인공 '수연'은 사생아로 태어나 주위의 온갖 압박과 모욕을 견디며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지만, 당선 소식을 듣자마자 이혼을 요구받는다.


끝까지 버티던 수연은 딸의 학폭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혼 합의서에 도장을 찍는다.


"감히 딸을 볼모 삼아서 이혼을 요구해?"

딸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세상에 알려진 딸의 동영상은 부모의 명성을 단숨에 무너뜨린다. 많은 정치인들이 자식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처럼.


폭력의 정당함을 떠나서 폭행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을뿐더러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약점이나 리스크가 된다.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대가는 부메랑이 되어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한테도 돌아온다.


"평소엔 다정하고 착한데 술만 마시면 욕하고 때려요. 그러다 술이 깨면 미안하다고 빌고요."


남자친구와 동거하던 지인이 있었다. 상대는 실직한 뒤 자격지심과 분노의 화살을 곁에 있는 지인한테 돌렸고,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다.


"당장 짐 싸서 그 집에서 나와요. 우리 집에서 며칠 지내면서 거주지 알아보고, 그 사람이 전화하면 절대 받지 말고 메시지로만 얘기해요."


다행히 그녀는 그와 안전하게 이별하는 데 성공했고, 새로운 일자리도 얻었다고 한다. 만일 그때 결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분노가 특정한 상대를 향한 것이든 불특정다수를 향한 것이든 이미 활사위가 당겨지면 되돌리기 힘들다. 화를 내더라도 정당하게, 그 결과를 고려하면서 표출한다면 최악의 사태만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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