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선 대기업에 입사해서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 두들기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거야. 이게 스탠더드인 동시에 가장 이상적인 결말이야. 대기업 25년 차 부장으로 살아남아서 서울에 아파트 사고 애 대학까지 보낸 인생은 위대한 거야."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대사
건물주를 백수라 여기고, 카센터에서 일하는 형을 무시하는 주인공 김 부장은 자신의 인생을 대단하다 여기며 자신의 기준 혹은 평균적인 삶을 아들한테 강조한다. 하지만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균이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다.
그룹을 비교할 때는 평균이 쓸모 있지만, 개개인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땐 평균이 쓸모없다.
인간의 중요한 특성은 거의 모두가 다차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중에서도 재능이 특히 더 그렇다. 문제는 재능을 평가할 때 흔히 평균에 의존하는 바람에 시험 점수나 등급, 실적 같은 단 하나의 차원으로 전락시키는 경향이다.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학창 시절에 문제아였던 위의 저자는 '평균'이라는 기준 자체가 잘못된 허상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한다. 아무리 교육 시스템이 훌륭하다고 해도 일률적인 평가로는 개개인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뿐더러,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
"둘이 반반씩 닮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욕심이 없어서 나중에 좋은 대학 갈 수 있겠니?"
학창 시절, 공부에 남다른 욕심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편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암기 과목을 무척이나 싫어해서 교과서 전체를 반복해서 읽었고, 영어 단어는 녹음해서 듣곤 했다. 그 당시 법대 정원이 미달이라서 마음먹으면 들어갈 수 있었고, 중간에 교대로 갈아탈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변호사나 교사가 넘쳐나고,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평균적인 삶을 강요받는다. 좋은 성적을 받아서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한다. 조건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두 사람을 절반 정도 닮은 아이를 낳아 또다시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것이 과연 평균적인 삶인 걸까? 물론 그것조차 따라잡기 쉽지 않다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평균이라고 여겨지는 삶을 살아가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그전에 과연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루 평균 휴대전화를 2시간 사용한다. 수면 시간은 8시간, 근로시간은 8시간 내외. 투잡을 하고 있으니 실제 노동시간은 좀 더 길 것이다.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1시간 정도, 글쓰기는 틈틈이 하고 있다. 몸에 좋은 걸 챙겨 먹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한다. 이것이 내겐 평균적인 삶, 혹은 루틴이다. 그렇다면 내 또래는 과연 나처럼 살고 있을까?
40대 평균자산이 5억 8천만 원이란다. 하지만 실제로 이만큼의 자산을 가진 40대가 얼마나 될까? 몇천만 원의 현금보유는커녕 빚만 수천 만원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가계부채가 사상최대라는 보도 자료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에서 평균을 얘기할 때 각종 숫자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하지만 숫자 사회에서조차 평균은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뚜렷하게 이것이 '평균'이라고 얘기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그러므로 평균의 허상에서 자유로울수록 개인이 추구하는 행복에 가까워질 확률이 높을 것이다. 평균 따위 휴지통에 집어던지고, 나답게 살아가는 삶을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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