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은 말로 몸짓으로 누군가를 위하는 행위다.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하면 좋다. 수험생들을 향한 응원은 힘을 북돋우는 정도면 족하다. 묵묵히 곁에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것도 일종의 응원일 수 있다. 다만 두 어깨를 짓눌러 버리는 지나침은 금물이다. 괜히 응원한답시고, 부담 팍팍 주는 용도라면 차라리 침묵이 낫다.
수능 시즌이나 대입 등에서 특히 수험생을 향한 응원이 넘쳐난다. 수능을 앞두고 페북과 인스타엔
수험생 여러분, 모두들 대박 나세요. 수험생 여러분 합격 기원! 잘 찍어서 원하는 대학 가세요.
노골적인 응원도 있다. "모두 인서울 하세요"에서부터 SKY나 특정 대학을 콕콕 지명한 응원도 있다.
기왕이면 좋은 대학을 선호하고 점수를 더 얻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다 있기에 응원하는 자체를 가지고 뭐라 할 건 아니다. 그러나 한가지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모두를 향한 응원'과 '한 사람을 향한 응원'이 구분되지 않을 때 그렇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모두를 향한 응원'의 대표적 문구는 위에서 예로 든 것 중에 "수험생 여러분, 모두 대박 나세요"가 있다. 수험생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나는 이 문구를 접하면 늘 찝찝함을 느낀다.
'모두 대박이 나면 점수 인플레가 발생할 텐데' '모두 대박 나 버리면 진짜 열심히 노력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아닌가' '공부를 소홀히 한 수험생조차 대박이 나 버리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정의로운 일인가'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당에 문구의 사실 관계나 적확성을 따지는 건 괜한 걱정일 수 있지만, 문제의식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한 사람을 향한 응원'은 어떤가. 같은 문구라도 수험생 전체를 향하지 않고, 특정한 누군가를 향한다면 '한 사람'을 위한 응원이 된다. 수험생 중 조카가 시험을 본다면 "00야, 수능 대박 나!"와 같이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 응원 문구는 최소한 모든 수험생이 대박 나 버리는 모순된 결과를 내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히 있다. 아는 사람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있고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인지상정이지만, 결국 내 편만 잘 되길 바라는 이기심이 담긴다. 요즘 가장 문제 되는 게 바로 '니 편, 내 편 가르기' 아닌가. 정의나 상식보다 그걸 해치더라도 내 편이 잘 되길 바라는 인식.
그렇다면 좋은 응원 문구는 없을까. 내가 생각하는 응원 문구는 다음과 같다. 새롭다기보다 많은 사람이 이미 사용하고 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길 바랄게. 떨지 말고, 후회 남지 않도록 실력 발휘 제대로 하고 와.
너무 밋밋하다고? 좀 더 '응원'의 요소를 담을 수도 있다. "평소 실력에 더해 플러스 알파가 있기를" 등등
내 아이들이 언젠가 수능이나 중요한 시험을 치르게 된다면 이 정도 선에서 응원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