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다리 클럽 5화 (오디오북)

by 빈자루

*

"내가 어디에 있든, 어디로 사라졌든, 나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어? 기린?" 제이가 물었다.

제이와 나는 오래된 기차역의 플랫폼에 앉아 녹슨 선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플랫폼 끝에 남겨진 광고지가 바스락거렸다.

"물론이지. 제이. 왜 그런 걸 걱정하는 거야? 제이는 사라지지 않아. 당신 곁에 있는 나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걸 걱정하는 건 여러모로 해롭다고." 내가 대답했다.

제이가 얼굴을 들며 앞으로 쏟아져 내린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겼다. 제이의 얼굴이 차가웠다. 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야, 기린. 나는 기린이 매주 나를 만나러 와주고 함께 걸어주어서 매우 기뻐. 하지만 나는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라고."

제이가 이어 말했다. "지금은 기린이 나를 만나러 와주지만, 언젠가는 내가 기린의 기억에서 희미해질 때도 있을 거야. 기억은 커다란 구멍이 있는 들판에서 산책을 하는 것과 같아. 들을 거닐 때는 그 순간이 영원할 것 같지만 구멍에 한 번 빠지게 되면 밖은 전혀 보이지가 않아. 기린은 그런 순간에조차 나를 기억할 수 있어?"

"물론이지. 난 언제까지라도 제이를 기억할 거야. 마치 서랍 속에 오래 간직하고 있는 편지처럼."

"그 말, 사실이지?"

"물론. 나는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한번 읽은 문장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아."

제이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기차가 멈춘 것도, 바람이 정지해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순간 주변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제이가 작게 웃었다.

"그거 알아? 기린? 난 이렇게 기린과 같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게 좋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제이."

바람이 그녀의 긴 갈색 머리카락을 뒤로 날렸다. 카멜 코트의 끝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하얀 손목이 살며시 드러났다. 그녀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자 아기처럼 웅크리고 있던 그녀의 귀가 보였다.

"언제까지나 기억할 게, 제이." 내가 말했다.

”언제까지나 기억할 게. 기린.“ 제이가 말했다.



*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이제는 그때의 바람 소리도, 녹이 슨 철로로 열차가 다가올 때 울리던 진동도, 오래된 나무 벤치에서 나던 페인트 냄새도, 모든 것이 기억에서 사라져 간다.


제이는 어디에 있지?






<대놓고 따라 했다지만, 이번 화는 너무 상실의 시대 티가 나네요. ㅋ


상실의 시대, 와타나베가 나오코를 찾아가는 장면들을 참 좋아합니다. 정말, 그런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읽을 때 마다 상상해보곤 합니다. 상실의 시대를 위하여. 나오코와 와타나베, 미도리를 위하여.>



<들어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씩 작업이 익숙해졌나봐요. 속도가 나네요. 감사합니다. 더위 조심하세요. 더워서 정말 쓰러질 수도 있어요. 건강 유념하세요, 작가님들~~>





https://youtu.be/Ea1KN49yA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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