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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쥐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 여름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습했고 에어컨은 작동하지 않았다. 나는 사무실 한쪽 구석에서 찬물을 들이켜고 있었고, 쥐는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구겨진 셔츠에 머리는 물에 젖은 듯 처져 있었다.
"이봐. 이리 와서 이걸 좀 고쳐봐."
쥐가 신경질적으로 프린터를 발로 차며 말했다. 프린터는 아무 말 없이 A4용지 한 장을 토해내더니 그대로 멈춰서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쥐 쪽으로 걸어갔다.
프린터는 바퀴벌레처럼 저항하고 있었고, 쥐는 프린터를 오래된 애인처럼 바라보았다.
"그렇게 찬다고 되는 게 아니야." 내가 말했다.
"가끔은 때려줘야 작동하는 것도 있어." 쥐가 대꾸했다.
나는 팔을 뻗어 프린터 뒤쪽의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켰다. 프린터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쥐가 주문했던 출력물들을 연달아 뱉어냈다. 쥐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 프린터 말인데, " 쥐가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제까진 멀쩡했어. 오늘 아침부터 이상하더라고. 너 말고는 아무도 손댄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내가 범인이라는 거야?"
"그런 얘긴 안 했지."
"그런데 그렇게 들렸어.“
쥐는 대꾸하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보더니 슬리퍼를 벗고 의자에 발을 올렸다. 그 자세로 커피를 더 마시고, 가슴에 두 손을 모았다.
"그래서, " 내가 물었다.
"프린터는 고쳤고. 그다음은?"
쥐가 말했다. "그다음은... 이 사무실이 왜 이렇게 습한지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그는 말을 마치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그러니까 딱히 특별한 사건은 없었고, 여느 여름날의 오후처럼 무겁고 축축했다. 그리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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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be evil.
세상은 어차피 팝콘이나 농담 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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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겨울, 뉴잉글랜드의 작은 바닷가 마을.
낡은 방에서 앙상한 노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시체를 운반하던 이들의 말에 따르면 노인의 시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벼웠다고 한다. 이웃들은 노인의 말수가 극히 적었고, 가끔 제방에 나가 가만히 먼 바다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의 방 곳곳- 목판과 벽, 침대 맡 서탁, 창틀 위에서 'silence'라고 적힌 낙서와 종이 조각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어제는 독서실에 나와서 퇴고를 했는데, 한 학생이 자고 있어서 녹음을 못 떴네요 ㅋ 저도 어릴 때 독서실에서 많이 잤었는데 ㅋ 독서실에서 자면 몸은 불편한데, 공부는 하기 싫고, 집에 가기에는 마음은 불편하고, 그래서 독서실에서 많이 엎드려 잤던 것 같아요. 하긴, 성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ㅎㅎ 한국 학생들 너무 힘들어요. 다음 생엔 공부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자 애들아.
녹음 중간중간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서 놀라실 수도 있어요. 녹음 상태가 고르지 못한 점 사죄드립니다. 요새는 밤에도 기온이 30도 이상이네요.
저야 에어컨이 있는 집과 사무실에 있지만, 에어컨을 못 키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네요.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집과 사무실이 있다는 것, 녹음을 할 수 있는 혀와 귀가 있다는 사실,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눈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드립니다. 더위 조심하세요, 여러분.>
<엔터만 쳐도, 링크의 포맷이 뜨는군요.... 역시 사람은 검색을 해봐야 ㅋㅋㅋㅋ 참 사람 좁아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