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면 아이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귀가 돌고래의 머리와 어깨를 커다란 수영 타월로 두르며 말했다.
"끼끼끼끽 끾끾"
"그거 봐요. 돌고래도 이 정도면 완벽하다고 하잖아요."
귀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안돼, 안돼.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차라리 돌고래니까 수영을 해서 오면 되지 않나? 어쨌든 너는 돌고래니까."
쥐가 분홍색 선글라스를 돌고래 얼굴에 씌우며 말했다.
"끾끾끾끾! 끼끼끼끾!"
"자기도 비행기를 타보고 싶대요. 그리고 태평양을 건너려면 최소 148시간에서 296시간은 걸린대요. 그것도 쉬지 않고 꼬박 헤엄만 치면요."
귀가 돌고래의 말을 전했다.
"끼긱"
"그리고 당신, 그 입 좀 다물라는데요?"
"무슨 소리야. 내가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쥐가 여권 하나를 돌고래의 눈앞에서 흔들며 말했다.
"끼끼끼끼끼"
돌고래가 아이처럼 입을 벌리며 여권을 받아 들었다. 김돌골. 바람개비 달린 빨주노초파 모자를 쓴 돌고래가 사진 속에서 입을 방긋 벌리고 웃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음모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말했다.
"자. 이제 그만 진지해지자고. 우리는 지금 놀러 가는 게 아니잖아."
쥐가 주위를 두르며 말했다.
"그래. 모두 기린의 말을 들어. 우린 지금 너무 흥분해 있어. 설마 살면서 다들 해외여행도 한번 못 가본 거야?"
쥐의 등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타가 매여져 있었다. 쥐가 자연스럽게 하와이안 셔츠의 앞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쓰고 앞장을 섰다.
내가 물었다.
"기타는 대체 왜 가지고 가는 거야? 앨리스를 찾으러 가는데."
"California Dreaming 이잖아."
쥐가 이어 말했다.
"어쨌든 기타가 필요하겠지."
쥐가 선선히 우리의 앞을 걸어갔다. 나와, 귀와 돌고래는 대꾸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의 꼬리가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
"Daddy."
티브이의 볼륨을 높이자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소리였다. 소녀가 이어 말했다.
"Daddy, come home."
티브이 화면에는 앨리스가 줄넘기를 멈추고, 누군가를 찾아 정원을 도는 장면이 이어졌다. 앨리스가 짧은 걸음으로 녹색 잔디의 여기저기를 밟았다. 영상이 끊겼다. 쥐와 귀와 나와 돌고래는 티브이 앞에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쥐가 초조해하며 티브이 앞으로 다가가 티브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런 망할. 방금 녹화했어? 이게 다야?"
귀가 대답했다.
"영상에 나왔던 소녀는 앨리스가 맞아요. 어째서 앨리스가 우리에게 찾아왔던 걸까요?"
나는 식어버린 기네스를 부어 버리러 부엌으로 향했다. 김이 빠진 맥주를 싱크대에 부으며 생각했다.
- 저들은 왜 집으로 가지 않지?
새로운 기네스의 꼭지를 땄다.
칙.
새로운 기네스가 새로운 기네스의 가스를 뿜으며 질식했다. 나는 뒤를 돌아 맥주를 삼켰다. 역시.
두 번째 맥주는 첫 번째 맥주보다 맛이 별로였다.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기기기기기기기 기기기기기기 기기기 기기기기 기기기 기 기 기"
뒤편에서 돌고래가 말했다.
"응? 뭐라고? 응, 응."
귀가 돌고래의 주둥이에 그녀의 귀를 바짝 붙여 다가서며 말했다. 귀가 펜을 들어 빠르게 돌고래의 말을 받아 적었다.
1724 Maple Street, Santa Monica, CA 90401.
귀가 메모한 종이를 우리에게 보이며 말했다.
"돌고래가 아까 나온 영상에서 우편함에 적힌 주소를 봤대요. 이곳으로 가야겠어요."
귀의 표정이 단호했다.
나는 두 번째 맥주를 두 번째로 싱크대에 쏟아 부으며 생각했다.
- 맥주를 새로 따는게 아닌데.
역시.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평소 작업하던 곳에서 작업을 하지 못했네요. 작은 환경이라도 바뀌면 적응하는데, 참 애를 먹어요. 별게 아닌 것 같은데도요. 11화는 순서를 바꿔봤어요. 읽으시는데 헷갈리실수도 있을 것 같네요. 사람들이 다들 제 소설이 어렵다고 하네요. 어쩔 수 없죠. 걍 팔자려니 하려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만 재미있나봐요. 문제인데 이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