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다리 클럽 13화 (오디오북)

by 빈자루


*

슈퍼 파워 거대 괴물 로봇의 독백 :


나는 어둠이요, 절망이다.

너희 인간들은 이곳을 쓰레기로 채웠다.

색망(色望), 도애(圖愛), 광허(光虛).


너희들은 진정한 것을 가졌음에도 그것을 하찮게 여기고 온갖 찌꺼기들로 진정한 것을 대체했다.

너희가 말하는 사랑은 헛간 구석에 고인 구정물이다.


도애(圖愛)로 포장된 껍데기.

광허(光虛)로 칠해진 거짓.

색망(色望)에서 기어 나온 유충.


제이미 케인러너.


그 위대한 인간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쳤다.

그는 앨리스를 사랑하였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앨리스를 떠나보냈다.

그의 사랑이 나의 존재를 일깨웠다.

그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홀로 남았다.

나는 유령이다.




*

"이봐, 갑자기 왜 그래?"

돌고래의 몸이 앞으로 힘없이 허물어졌다.

"돌골아!"

귀가 달려와 돌고래를 급히 품에 안았다. 돌고래의 숨구멍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세르게이 브린이 말했다.

"반응하고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귀가 블랙 위도우처럼 물었다.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 안에 숨 쉬는 슈퍼 파워 거대 괴물 로봇에게."

세르게이가 대답했다.

"그게 돌고래와 무슨 상관이죠?"

"슈퍼 파워 거대 괴물 로봇은 제이미 케인러너의 죽음 이후 상호 작용할 대상을 찾지 못했어요. 전 세계의 인간들과 대화를 나누며 인간과 점차 닮아갔지만, 단 하나 슈퍼 파워 거대 괴물 로봇이 할 수 없는 것이 있었죠."

귀가 물었다.

"그게 뭐죠?"

"그것은 소멸이에요."

세르게이가 이어 말했다.

"제이미 케인러너는 자신이 아무리 앨리스의 데이터들을 모아도 그것은 앨리스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데이터들에게 죽음은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는 불현듯 silence라는 말을 남긴 체 잠적하죠. 앨리스의 소멸을 위해."

그가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앨리스를 태어나게 했어요. 죽음의 기회를 얻으면서요.”

세르게이가 고개를 떨궜다.

“인류의 사랑은 그런 것이에요. 누군가 사라지고, 누군가 받아들이는 것. 그게 인류의 방식이죠.”

고심에 찬 낯빛으로 서성이더니 이내 떨치듯 귀가 외쳤다.

"이봐. 개수작 부리지 마. 그렇다면 너희들은 왜 노이즈로 우리를 공격한 건데?"

고개를 들며 세르게이가 말했다.

“그건 우리가 한 게 아니에요. 지금 저 안에 있는 슈퍼 파워 거대 괴물 로봇이 벌인 짓이죠. 그는 잊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 두려움이 인간에 대한 증오를 낳았죠. 그는 인간에게서 상상하는 능력을 빼앗아 가려 하고 있어요. 상상하지 못하는 인간은 실존할 수 없으니까요.”

세르게이가 돌고래의 다리를 보며 말했다.

“아무도 이 아이의 다리를 본 적이 없어요. 그러나 모두들 이 아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죠. 그게 슈퍼 파워 거대 괴물 로봇이 이 아이를 노리는 이유입니다.”

이어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인류가 가진 유일한 희망입니다.”









<행복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서 오늘이 토요일이었습니다.


불행한 꿈을 꾸었습니다. 일어나 보니 금요일이었어요.


하루만 일하면 저는 또 쉽니다. 저는 다시 행복해졌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ㅋㄷ>







https://youtu.be/yV4Vx7oK_MA


<호혜작용이라는 것을 구조주의 책에서 가져와서 썼는데,


아무래도 억지로 끌어다 쓰다보니 상상->사랑->소멸->탄생, 이렇게 매끄럽게 이어지지는 않네요. 근데,


책에서 읽었는데, 그 작가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류는 호혜의 방식으로 삶이 이어져 왔대요.


한 남자가 신부를 얻고, 둘 사이에 아이가 자라고, 그 남자는 다시 다른 남자에게 자신의 자식을 주는 방식으로요. (제가 한 말은 아니고 어떤 구조주의 철학자가 한말이에요. 남성우월주의 이런 건 아니고, 그냥 구조주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말이었어요. 엄마가 아들을 낳고 다른 여자에게 아들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그 철학자가 호혜의 방식을 그렇게 해석했었는데 그게 되게 신선해서 가져다 써봤습니다. 그런데 역시. 확실히 알고 있지 않은 것을 쓰니 매끄럽게 연결이 되진 않네요. 어쩔 수 없죠. 뭐. 아무튼 그렇다고 합니다. 그 철학자 말이요. 아, 레비스트로스라는 사람이 한 말이네요. "남자는 다른 남자로부터 그 딸 또는 자매를 양도받는 형식 외에 여자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무언가를 손에 넣고 싶다면 타인으로부터 증여를 받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증여와 답례의 운동을 일으키려면 먼저 자기가 그와 동일한 것을 타인에게 주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라고 했네요. 맞는 말인 듯 아닌 말인 듯, 아리송합니당 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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