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들면 남산에 간다.
남산에 오르는 길.
하나하나 발자국을 떼다 보면
어느 새 소리가 사라지고
생각들도 사라진다.
마음이 더욱 힘든 날에는 쓰레기를 줍는다.
하나하나 눈에 밟히는 것들을 깃다보면
손에 찬 쓰레기들만큼
마음은 가벼워진다.
남산에 오르는 길. 쓰레기를 주웠다.
하얀 종이때 하나
흙에 묻힌 밧줄 하나
쓰레기따라 깊고 깊은 산 속으로.
좋은 일 하시네요.
길 가던 행인이 말을 건다.
어멋 저게 뭐야.
산 속에 숨은 나를 보고 지나가던 여자가 놀란다.
두 손 가득.
마음이 더욱 힘든 날엔
작은 때 같은 흔적들까지 길어 올린다.
작은 흔적들을 쫓다보면
이 흔적들이 본디 산에 있어야 할 것들인지 인간계에 있어야 할 것들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끼같은 종이때. 썩고 있는 귤껍질. 흙이 되고 있는 골판지.
이것들이 산인지 쓰레기인지 나는 모른다.
손에 길어오른 쓰레기들을 분리수거함에 나누어 담다, 손에 들린 종이 한장을 발견한다.
2024년 모두에게 친절하기.
모두에게 사랑받기.
모두에게 좋은 사람되기.
한 해의 소망을 또박또박 적고 잃어버린 소녀는 지금 어떤 사람이 되어 살고 있을까.
나는 이것을 무엇이라 부를지 몰라 수거함 말고 나의 수첩에 옮겨 담는다.
나는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