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면 잘 갈린 연필처럼 머리까지 정리된 기분

무인양품 연필깎이S

by Tedo
무인양품 연필깎이2.png 무인양품 연필깎이S

데이터를 분석해서 마케팅을 하고 PT를 하던 시절. 빅데이터와 AI에 더해 인사이트는 꼭 넣어야 하는 말이었다. 인사가 끝나면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내게 두던 시선을 큰 화면에 띄워진 PT로 쏘았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할 건데? 좋은 PT는 글자보다는 이미지로, 이미지보다는 기대감으로 채워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익숙한 것을 볼 때의 청중에게서 보이는 이해와 화합의 눈길은 놓치기 싫은 지푸라기였다. 그럴 때면 언제나 그 화면에는 간결한 선으로 옆을 바로 보는 실루엣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두뇌가 있어야 할 위치에는 워드클라우드라고 하는 단어풍선들이나 톱니바퀴를 넣었다. 이 단어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을 때는 상대적으로 크고 볼드처리해서 그 위치에 넣었고, 무엇이든 잘 돌아가게 해 주겠다고 할 때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있었다. 주어진 짧은 시간이라는 핑계로 선택한 요소이지만, 언제나 잘 넘어가는 슬라이드였고, 보장된 좋은 출발이었다.


선사시대부터 상형문자나 연상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다. 문을 여는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을,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은 정교함을 떠오르게 한다. 맷돌의 손잡이를 돌리면 고운 가루가 나오듯이 똑똑하다는 말을 우리는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지만, 누구나 그랬듯 나도 어릴 때는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젖은 수건을 쥐어짜듯이 목이 돌아간다는 것이 떠올라 괴이했는데, 칭찬이라는 것을 느낌상으로 깨달았으니 똑똑한 아이는 아니었지 싶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 잠시 바람을 쐬는 정도로 해결이 안 될 때가 있다. 추상적인 것을 사물에 비유할 때 명확하게 이해가 되듯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는 잘 돌아가는 무엇을 찾으면 어떨까? 일에 애정을 갖기 위해 연필을 사용했다. 잘 깎인 연필의 감촉이 좋아 무인양품에서 연필깎이를 샀다. 무인양품의 연필깎이S는 회색빛이 은은하게 도는 하얀색의 정육면체로 크기는 주먹을 쥔 크기만 하다. 대놓고 눈이나 수염을 넣어두지 않았는대도 떠오르는 동물이 있다. 흰쥐. 좀 더 정확하게는 흰 주머니쥐. 큐브껌만한 귀와 회색 투명 앞주머니 그리고 흔들거리는 꼬리. 책상에 재미를 줄만한 모양이다. 이런 물건은 서랍보다는 책상 위에 꺼내 두고 바라보게 된다. 무인양품에서는 연필깎이를 2가지 크기로 내놓고 있는데, S가 적당하다. L은 압도적으로 큰 건 아니지만, 크기가 애매하다. 저 정도 크기면 뭔가 귀여운 맛이 없다. 닭둘기를 볼 때, 평화가 떠오르지 않는 그런 애매한 거부감이다.


처음에는 아기자기한 디자인에 끌렸고, 연필을 갈아보니 적당하고 균일하게 깎여서 골랐다. 일이 많은 시기에는 몇 분마다 연필을 간다. 멍하니 연필깎이를 돌리는 그 짧은 순간에 일을 다시 점검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이 보인다. 돌리고 있으면, 잘 갈린 연필처럼 머리까지 정리된 기분이다.



사용방법

흰 주머니쥐를 형상화한 것 같은 디자인이다. 흰 주머니쥐의 몸을 감싸 쥐고, 기다란 꼬리를 잡고 천천히 돌려주면, 동그란 입으로 깔끔하게 갈아준다. 귀 모양처럼 튀어나온 부분을 엄지와 검지로 눌러주면 동그란 입이 벌려진다. 엄지와 검지로 잡은 상태에서 연필을 그 동그란 주둥이에 끝까지 밀어 넣어준다. 귀를 양쪽에서 누른 상태에서 연필 쪽으로 끝까지 늘려준다. 몸통을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L자형의 꼬리를 잡고 시계방향으로 돌려준다. 처음에는 나무가 갈리는 느낌이 들다가 앞으로 튀어나온 얼굴이 몸체로 조금 다가서면 손잡이가 헛도는 것처럼 아무런 저항이 느껴지지 않게 된다. 귀 모양을 다시 엄지와 검지로 양쪽에서 눌러주면서 연필을 빼준다. 꼬리를 몇 바퀴 돌려주면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간다. 헛도는 느낌까지 충분히 돌려줬다면, 연필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갈려있다.



가격: ₩7,900

크기: 약 5.5x10.3x10.6cm(핸들포함)

색상: Light Grey(흰색에 가까운 연회색)



[무인양품 Muji]

‘도장이 찍혀있지 않은(무인) 좋은 품질(양품)’을 의미하는 무인양품은 1980년에 설립된 일본회사로 생활에 필요한 잡화를 판매하는 브랜드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카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철저한 생산과정의 간소화, 소재의 선택, 포장의 간략화라는 3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심플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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