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 연금술사 Apr 21. 2021

그래도 나무는 태양을 향해 자란다

목적이 이끄는 삶을 되찾기

이건 잠시 무기력했던 나를 위해 쓰는 글이다.


정확한 날은 언제였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시들시들 말라가는 작은 나무를 본 적이 있어.

아직 심겨진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묘목이었는데 새로 생긴 공원을 조성하는 모양이었어.


"저거 헛돈 쓰는거 아닌가 몰라"


그리고 머리 속에서 잊혀졌었지.



그 사이 10년이 지났어. 

군대도 다녀오고, 대학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어느 날...


모처럼 연휴를 맞아 부모님 집을 찾아갔다가 외식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그 공원에 들러서 산책을 했어.


근데 제법 울창한 가로수들이 우거져 있었고,

상쾌한 나무 향내음이 가득한 공원이 되어있더라구.


"우와! 여기 처음 조성할 때만해도 별 볼일 없어 보였는데, 지금은 완전 좋은데요"



지금에 와서 이 기억을 끄집어내는 이유는

그 때 봤던 비실비실했던 나무가 나와 같다는 마음이 들어서야.


멋모르고 기세 좋게 창업을 해서 온갖 신세계를 경험하고,

남에게 말 못하고 낑낑끙끙거리며 오늘까지 살아 남았어.


내 마음에는 이런저런 사건과 어정쩡한 인간관계로 얻은 상처투성이었고,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시간들의 축적에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하루가 되풀이 되었지.


많이 아팠어.

그리고 불면증과 무기력증에 빠져 이불 속에서 흐느끼기도 했어.


그래도 숨은 쉬고, 밥은 먹고, 늦더라도 잠은 오더라.

그렇게 살아남긴 하더라.



"죽지만 않으면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고 나무는 말했다"


10년 동안 꾸준하게 성장했던 그 나무를 떠올려보면, 

그 사이에 병충해도 있었을 것이고,

가지치기도 당하며 상처도 입었을 것이고,

가문 날에 타는 목마름으로 힘겨운 시간도 있었을 것이야.


 그래도 살아남으니까 언젠가는 좋은 시절을 맞이 할 수 있었겠지.


처음에는 쉽지 않았을거야.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되어 뿌리를 내리는 것도,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시간들 앞에서 두려웠을거야.


새 한 마리 머물지 않는 작은 나무,

지나가는 사람마다 관심을 주지 않는...오히려 불쌍하고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들...


만약 그 나무가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었다면,

굉장히 힘들다고, 자신이 없다고 하소연 했을지도 몰라.


그럼에도 살아남기위해 

하루라도 더 멀리, 더 깊이 뿌리를 내리려 했을테고,

눈에 확 띄지는 않아도 듬성듬성 조금씩이라도 잎사귀를 펼치려 했을거야.


  



"누구에게나 상처란 아프다"


나무잎이나 가지를 꺾으면 새하얀 또는 투명한 진액이 흘러나와.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고 볼 수 있냐 없냐라는 논쟁은 뒤로하고, 어쨋든 식물도 상처를 입으면 양분/수분의 손실 뿐만 아니라 어떻게든 회복하고자하는 방어기작을 가지고 있어.


어떨 땐 시간이 흐르면서 자가 치유되는 상처도 있지만,

어쩔 땐 곪고 곪아서 심각한 손상과 후유증을 남기기도 해.


나름 어떻게든 회복하고자 애쓰고. 

익숙해지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꼭 맘대로 되지 않아.


우리의 삶 속에서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부딪혀도 바뀌는 것이 없다고 느끼면서 좌절감에 빠질 수도 있어.

주위를 둘러보니 부조리, 불합리하게 보이는 일들이 넘쳐나는데 오히려 그게 더 빠르고 잘 되는거 같아.

나만 바보 같다고 느껴지거나 뭘 해도 안 될 것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뒤덮기도 해.


그렇게 힘이 탁 풀리고, 의문을 가지게 되지.


'나...잘하고 있는 걸까? 혹시 난 잘못된 길을 걷는건 아닐까?'


그러다 의문은 의심으로 변하고,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게 되면서...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기 시작해.


슬럼프라고도 부르고,

매너리즘에 빠진거라고 말하기도 해.


나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지고, 다 덧없다는 생각이 휘몰아칠 때 쯤...

자신만의 동굴에 들어가고자 하는 충동이 강해지지.


그 곳이 스마트 폰 속 유튜브나 SNS일지, 온라인 게임일지

아니면 그냥 내 방 침대 위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점차 마음을, 생각을 어두운 곳에 방치하게 되는거지.

(나 역시 그럴 때가 종종 있거든)


아프고...

쓰라려.


정말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상처 받고, 다치더라도 나무는 태양을 향해 자란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초심으로 회귀해야 해.


나무는 태양을 향해 자라듯,

우리는 잃어버린 목적을 향해 눈을 돌려야 해.


사람은 마음 둔 곳으로 눈길이 가고,

눈길이 가다보면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발걸음을 내딛게 되지.


누구나 잠시잠깐 방황할 수 있어.

그렇지만 이내 정상궤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려면

삶에 목적이 무엇인지를 떠올려야 해.


여전히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뚜렷하게 정하지 못했다고 자책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 


그것이 정립되지 않고는 늘 같은 문제 앞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될 뿐이고

방황하는 시간은 점차 늘어날 뿐이야.


하염없이 흘러간 시간은 언젠가는 후회하게 될 과거가 되어 돌아와.



최근에 좀 힘들었지?

너만의 세계에 숨어 웅크리고 있었잖아.


잠시 겨울잠을 잤던거라고 생각해.


"너 말고도 다 힘들어"라는 무성의한 말로 위로하는 것보다는 

"많이 아프지? 하지만 넌 금방 회복할 수 있어"라고 응원해주고 싶어.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이 말을 해 준다고 내일 당장 뭐가 변하거나 바뀌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 편이 되어주는 누군가는 있구나'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 했지만...

오늘도 나무는 태양을 향해 자라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