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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기업 최종면접의 쫄깃한 압박감(준비자 관점)

HR Head 성장기

by 이직한 인사선배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기업 대졸공채 최종면접에는

계열사 사장들은 기본이고 회장까지 참석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인재경영의 절반은 선발이라고 강조하시던

창업자의 가치관 때문인지 이전 회사의 최종면접 임원밀도는 꽤 높았죠. 오징어 신입사원의 좌충우돌 준비과정을

풀어봅니다.




최종면접은 Bar이자 Huddle의 관점에서 지원자를 고르는 과정이지만, 우리 회사를 선택해 달라는 브랜딩 전략이 녹아있기도 합니다.


최종면접 면접관의 질문, 태도를 점검하는 것은 기본이고

장소를 일부러 호텔급에서 한다거나,

맛있는 다과를 준비하기도 하죠.


신입 HR이지만 또다시 최종면접 준비를 맡게 된 저는 ㅠㅠ

3가지 과제를 부여받습니다.


1. 계열사 사장단이 볼 자료를 완성 & 바인딩

2. 지원자들이 먹을 다과를 선택 & 세팅

3. 회장님 자료를 별도 세팅


계열사 사장단이 볼 자료는 지원자들의 이력서&자소서,

인적성검사결과 등이었고 그나마 쉬운 과제였습니다.


킨** 같은 대형 업체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한 땀 한 땀 직접 출력해야 하는 상황도 많았기에 최종면접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과 이력을 전부 외울 수준이었죠.


(사옥 로비에 직원들이 서 있는 것을 보면 그들 머리 위에 학교, 나이, 지원동기들이 빙글빙글 도는 환상도 경험합니다..)


지원자들에게 대접할 다과는 호텔과 연락하여 준비하는데

예산 안에서 괜찮은 구성을 고민하는 것도 생각보다 큰 에너지가 들어갔습니다. 무엇보다 면접당일에 면접자들이 한 접시씩 맛보게 하는 것도 제 전략이었습니다. 작은 것 하나부터 신경을 쓰는 것이죠.


회장님 자료준비는 극악의 난이도입니다. 오탈자가 나오면 다시 복사하는 것은 기본이고, 서류 종류에 맞게 포스트잍으로 구별해 두는 것뿐만 아니라 평판확인을 하는 경우도 꽤 있었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꼼꼼함 보다는 속도가 우선이었던 사람이었기에 서류 준비과정 중에 실수가 많았습니다. 결국 최종면접 전날까지 서류 완성을 하지 못해서 호텔에서 하루 묵으며 자료를 준비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네요.




면접날 당일이 밝았습니다.

회사 채용팀마다 철학이 다르겠지만,

채용팀의 최종면접 합격율 목표는 100%입니다.


사장단과 회장의 시간당 인건비가 장난이 아니고

채용팀이 사전에 충분히 검증했다면 정말 엄선된

인재들이 모였을 거라는 가정이 들어가겠죠.


저는 최종면접장을 쇼케이스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치열하게 서류 보고, 면접 보고, 행동과 평판까지 관리하며

우리 회사 예비식구로 데려온 나의 결과물과도 같은 것이죠.


최종면접은 인재들의 합불보다 향후 용도나 배치에 좀 더 방점이 가 있었습니다. 마음에 든다, 어떤 사업에 배치할 것인가, 그 배치가 이 인재의 강점에 맞는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가 핵심질문이었습니다.


그렇게 2~3일 풀타임으로 면접을 돌려 2~3백 명을 뽑으면 정말 파워풀합니다. 하나의 입사기수가 생기고, 작은 조직문화가 자리 잡게 할 수도 있습니다.


최종면접 준비를 통해 저는,


속도도 좋지만 꼼꼼하지 못함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인재를 선발할 때에 강점에 맞게 배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최종면접은 거르는 장치인가, 브랜딩의 장치인가.


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볼 수 있게 됐습니다.




다음은 경력채용을 연간 2~3백 명 넘게 진행했던 경험과 배운 점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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