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Head 성장기
"8편. 200명의 경력채용을 한 번에 하려다 고생한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
경력자 채용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내부에 충분치 않았기에 한 동안 꽤 고생을 하게 됩니다.
왜 그룹HR실에 경력채용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충분치 않았는지 생각을 해보면,
당시 저희 회사는 신입공채 위주의 꽤나 순혈주의적인 회사였기 때문에, 어쩌다 경력 임원분들이 들어오셔도
공채출신 임원분들과 쉽게 융화되지 못하고 이른 시일 내에 나가곤 하셨죠.
외부 투자나 IPO, 외부 컨설팅 업체의 도움 없이도 회사가 30년 가까이 고속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Top Management의 자부심이 대단했고, 그만큼 독특한 문화와 일하는 방식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당시만해도 20대 후반의 열정이 넘치던 저는 "우리 그룹의 경력채용 지식의 처음과 끝이 내가 되게 하겠다" 라는 생각을 갖고, 하나하나 경험과 지식을 쌓으며 적용하게 됩니다.
실수도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연봉협상메일 (오퍼레터) 을 잘못 보내기도 했고... 최종면접에 A씨와 B씨 순서를 다르게 해서 입장시키기도
했구요. 평판확인을 하다가 평판확인을 해주는 분께 혼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감사했던 것은,
계속 실수하고 혼나고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서 참 많이 배웠다는 것 입니다.
하나하나 적어두었고 기록을 토대로
우리 회사만의 경력채용 프로세스를 세우게 됐죠.
큰 줄기는 대략 아래와 같았습니다.
- 직무별로 어떤 인재상이 우리와 맞는지
- 그들은 어디에 있는지 (인재풀, 타겟회사)
- 그들은 누구를 통해 데려와야 하는지 (루트)
- 그들을 어떻게 검증해야 하는지 (판별)
- 그들의 채용경험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채용-온보딩)
경력채용을 공채로 한 번에 하려던 전략적 실패를 경험하고 난 후에는,
수시로 경력공채를 진행을 하되, 데이터를 축적하여 직무별로 최적의 채용시기와
채용방법 등을 나름대로 정립하게 됩니다.
어느 정도 순환을 돌다 보니 제가 맡고 있던 경력채용의 질적수준이 높아지게 되었어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룹의 경력공채를 다 맡아 하다 보니,
매주 4~5명의 입사를 진행해야 했고 (월로 따지면 20명, 연으로 따지면 250명에 육박)
제 경험과 실패의 순환주기가 매우 빨랐기 때문에, 그 만큼 성장의 속도도 빨라지게 됩니다.
영업, 마케팅, 상품기획 등 수요와 공급이 많은 직무부터 엔지니어, 현장점포점장까지 수요와 공급이
불규칙한 직무까지 그룹 모든 계열사의 경력채용을 하다보니 참 많이 버거웠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재미있게 일을 하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일하고 보람을 느끼다 보니, 성과도 함께 따라옵니다.
(재미있게 일한다는 것은 좋은 복지가 아니라, 일을 통한 성취와 자기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제 인사철학도 이때 정립이 되죠)
성과와 함께 입사 동기 대비 9개월 빠른 대리특진 이라는 영광(?)도 얻게 돼요.
한 마디로 경력채용이 너무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한 때는 해외 MBWA에 도전하여 네트워크를 제대로 쌓고, 전문적인 헤드헌터로 클 생각까지도 해볼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잘 지내던 어느 날 저에게도 슬럼프 비슷한 것이 찾아 옵니다.
아마 매일매일을 너무나 치열하게 일을 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번아웃 같은 것이죠.
이렇게 일하다가 내 수명이 닳겠구나. 라는 생각도 참 많이 했습니다.
경력채용팀은 단 3명이었어요. 팀장님, 저, 제 후배.
당연한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번 아웃이 오다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나는 왜 HR을 하려고 하는가?"
"5~10년 뒤에도 나는 HR을 할 것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고민을 계속해서 제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는데 딱히 답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HR의 특성상, 사업을 Support 해야 하는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고객에 따라 사업전략과 HR전략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지만
그래도 HR은 Field를 지원해야 하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제가 주도하지 못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나도 필드로 나가 돈을 벌어오고 싶다"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무엇보다 신입사원 시절에 했던 프로젝트가 제 뇌리에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의 판을 바꾸고, 바뀐 판에 고객이 열광하는 그림 말이죠... ^^
무엇보다 HR만 계속 해서는 한계가 있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회사가 돈을 버는 과정을 알지 못하는 HR은 반쪽이 아닐까' 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HR로 임원이 되려면 사업과 Field 둘다 알아야 겠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위 튐장님께 사업부로 보내달라는 어필을 계속해서 하였고
약 1년 간의 끈질긴 설득 끝에 저는 HR대리로서 나름 승승장구하던 자리를 버리고
사업부로 가게 됩니다.
가장 어려운 브랜드. 사업이 제일 안 되는 브랜드로 보내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참 호기로웠지요... ^^
이유는 사업이 잘 안될 때의 조직의 모습과 이유를 파악하고 싶었고,
그것을 바꿔보고, 잘 되는 사업부로 전환하는 모습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이동하기 1~2달 전, 후배와 함께 경력채용 매뉴얼을 완성합니다.
매뉴얼이라고 썼지만, 저의 채용지식이 모두 담긴 노하우 BOOK 이었습니다.
사실 힘들게 얻은 지식을 남들에게 오픈하고 공유한다는 것이 참 아까웠지만,
저는 사업부로 갈 예정이었고, 제 지식이 남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헤드헌터를 잘 고르고, 제대로 협업하고, 맺고 끊는 기술부터
제대로 온보딩 하는 노하우, 그리고 직무별 인재POOL을 모으는 방법까지...
이후 많은 선후배 HR분들이 경력채용을 통해 승진하는 모습을 보며
제 보람으로 삼았었던 그때였던 것 같습니다.
사업부로 이동해서 좌충우돌한 경험은 다음 편에서 좀 더 풀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