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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Jun 23. 2017

40대 초반 시작한 상추농사, 연매출 8억 올리는 비결

이마트, 맥도날드에 유럽 상추 납품하는 김영환 영환농장 대표

김영환 영환농장 대표(59) @홍선표

익숙한 것들과의 작별은 언제나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중학교 졸업 후부터 약 30년간 딸기, 고추, 수박, 멜론 농사만 지어온 김영환 영환농장 대표(59)가 40대 초반이던 2002년 상추 농사를 처음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도 쉽지 않았다.


2002년 그는 수십 년을 길러온 익숙한 채소, 과일과 작별하고 새롭게 상추 농사에 뛰어든다. 15년이 지났다. 지금 그는 꽃상추와 미니 로메인, 버터헤드, 이자벨 등 유럽 상추, 공심채, 방풍나물을 키워 매년 7억~8억 원의 매출을 거둔다.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 있는 1만 평(3만 3000㎡) 부지 위에 들어선 비닐하우스 60여 동에서 직원 12명이 일하며 각종 채소를 수확한다. 이마트, 신세계푸드, 맥도날드 등에 납품하고 있다. 이마트에서 팔리는 방풍나물엔 그의 얼굴 사진도 함께다.


58년 개띠인 그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장남으로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졌다. 약 30년간 농사에만 매달렸다. 애초 가난했던 살림살이는 크게 피지 않았다. 1년 농사를 마무리하고 나면 손에 쥐는 건 몇 푼 안됐다.  3남매 키우는 게 부담이었다.

이마트 국산의힘 프로젝트 파트너로 선정된 김 대표 @홍선표

그랬던 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부자농부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지난 6월 12일 충남 논산시 부적면에 있는 온채영농조합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온채영농조합은 그가 농산물 마케팅과 저장, 포장작업 등을 위해 다른 농민 20명과 함께 만든 조합이다. 김 대표가 2012년에 세웠다.  


김 대표가 상추 농사에 뛰어든 계기, 귀농을 준비하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전하는 조언 등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FARM판에 게시한 포스팅에 실었다. 이 글에선 경영과 마케팅의 관점에서 그의 성공 비결 3가지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http://blog.naver.com/nong-up/221034283639


채소 포장 작업장에 서있는 김 대표 @홍선표

성공 비결 1. 사람들의 입맛이 달라진다. 일상에서 변하는 트렌드를 읽어라.

2002년 꽃상추 농사를 시작해 큰 성공을 거뒀던 김 대표는 2012년엔 유럽 상추 재배에 나섰다. 미니 로메인(미니코스), 버터헤드, 이자벨, 카이피라, 파게로, 일레마, 이자트릭스 등이다. 유럽 상추들은 대체로 우리나라 상추들보다 단맛이 강한 편이다. 샐러드와 샌드위치, 햄버거 등에 들어간다. 김 대표와 영농조합 회원 농가들이 생산하는 유럽 상추는 이마트에 매대에 놓인다. 프리미엄 상추란 브랜드로 꽃상추와 청상추 등 보통 상추의 1.5배 가격에 팔린다.


식자재 유통업체인 신세계푸드를 통해 맥도날드에도 납품된다. 고급 햄버거인 시그니처 버거에 들어가는 용도다. 이렇게 온채영농조합이 매달 납품하는 유럽 상추의 양은 50톤에 달한다. 지난 5월까지 온채영농조합이 거둔 매출은 15억 원이다.


김 대표가 유럽 상추로 재배 작물을 확대한 건 사람들의 입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유학,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외국에서 먹었던 상추를 국내에서도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 "나이 든 사람들은 씁쓸한 맛이 나는 상추를 좋아하지만 젊은 사람들일수록 단맛이 나는 상추를 좋아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온채영농조합법인 작업과 사무실 @홍선표

김 대표는 올해부터 농장에서 동남아시아 채소인 공심채를 키우고 있다. 줄기 속이 대나무처럼 비어있다고 해서 공심채(空心菜)라 불린다. 원래는 동남아시아처럼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채소지만 기후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면서 최근엔 한국에서도 조금씩 기르고 있다. 그가 공심채를 처음 시장에 내놓은 지 얼마 안돼 프랜차이즈 사업가 백종원 씨가 공심채 요리법을 방송에서 소개했다. 덕분에 제법 쏠쏠한 매출을 거두고 있다는 그는 설명했다.


그가 이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한 건 농장에서 일하는 동남아 근로자들이 농장 한편에서 공심채를 심어 먹는 모습을 보고서였다. 한번 먹어봤더니 맛이 나쁘지 않아 한국인도 좋아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은 셈이다.


인터뷰 중인 김 대표 @홍선표


성공 비결 2. 최고 수준의 품질이 아니면 시장에 내놓지 말아라. 거래처의 신뢰를 얻어라.

김 대표가 키우는 유럽 상추는 재배에 드는 인건비 부담이 적은 편이다. 상추 잎을 한 장 한 장씩 따서 수확하는 일반 상추와는 달리 상추를 포기째 통째로 수확하기 때문이다. 수확 작업에 드는 인력이 적어 인건비 부담이 적다. 다른 상추 농가들도 유럽 상추를 심으면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럽 상추는 아직 일반인들에겐 생소하다. 찾는 수요가 적기 때문에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에서의 경매를 통해선 팔 수 없다. '상장'이 안돼 있는 채소다. 김 대표가 유럽 상추를 대량으로 재배할 수 있는 건 이마트, 신세계푸드 등 대형 납품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든든한 납품처를 어떻게 확보한 걸까? 2002년 김 대표가 상추 농사를 수확한 뒤 가락시장에 넘기려 갔을 때만 해도 논산 상추는 '쓰레기' (김 대표의 표현) 취급을 받았다. 김 대표는 "논산 상추라고 하면 똑같은 상추도 무조건 반값만 쳐줬다"고 당시를 떠올린다.


상추값을 높게 받기 위해선 품질을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상추 농사를 시작한 뒤로 농약을 사용한 적이 없다. 상추를 빨리 키우기 위해서 사용되는 질소 비료도 사용하지 않았다. 질소 비료를 쓰면 상추 잎이 쉽게 짓물러 유통기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상추를 납품할 때는 특품 등급 이상의 상추만 실었다. 전체 상추 가운데 특품의 비중의 70% 내외, 등급에 미달하는 상추는 폐기 처분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2009년부터 이마트, 롯데백화점에 상추를 납품할 수 있었다. 수년간 납기일과 납품량을 한 번도 어긴 적 없었다. 수년간 쌓은 신뢰가 있었기에 김 대표가 유럽 상추를 키워서 팔겠다고 하자 대형마트에서도 그를 믿고 납품을 받았다.


작업장을 안내하는 김 대표 @홍선표

성공 비결 3. 나만 잘 되려 하지 말고, 노하우를 나눠서 서포터를 확보해라.

김 대표가 설립한 온채영농조합의 회원은 20명. 이 가운데 귀농인은 절반(10명) 가량이다. 유럽 상추를 키우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온채영농조합을 찾는 귀농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역시 귀농인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그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최근엔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다. 농사는 서른 세 살인 그의 막내아들이 직원 10여 명과 짓는다. 대신 그는 회원 농가들을 돌아다니며 상추 재배법을 가르친다. 기르고 있는 상추 상태가 괜찮은지, 언제쯤 수확해야 하는지를 회원 농민들에게 알려준다.


김 대표는 2004년 처음 설립했던 늘참영농조합을 경영하면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함께 하는 서포터스들이 많아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익혔다. 주로 꽃상추를 생산하는 늘참영농조합은 2011년에 120명의 회원이 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대표는"농약을 치다 걸리면 조합에 탈퇴시키겠다"며 생산과정과 품질을 철저히 관리했다.  '양반 꽃상추'라는 브랜드로 팔리는 늘참영농조합의 상추는 덕분에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고, 120여 농가에서 수확하는 많은 물량을 바탕으로 대형 납품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두 번째로 설립한 온채영농조합에서도 이 같은 성공 방정식을 적용하고 있다. 회원 농가들에게 재배 노하우를 전수해 생산하는 상추의 품질을 높인다. 향상된 품질을 바탕으로 판로를 추가한다. 판로를 뚫어 계약재배물량이 많아지면 새롭게 회원을 받아 노하우를 전수한다. "나만 혼자 잘 되려 해서는 절대 잘 될 수 없다"는게 그가 50년 가까이 농사를 지으며 얻은 지혜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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