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 한자를 풀어 해석하자면 ‘게가 갈대꽃을 탐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게 두 마리가 보슬보슬한 갈대꽃을 꽉 쥐고 있습니다. 로(蘆)는 갈대를 의미하는데, 중국어 발음으로는 려(盧)와 유사하여 급제한 이에게 하사하는 고기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이러한 의미들이 어우러져 갈대를 꽉 쥐는 형상은 과거에 급제함을 상징하게 되었답니다.
그럼 수많은 생물 중에 하필 왜 게가 등장한 걸까요?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두 마리나요. 딱딱한 게의 껍질이 갑(甲)옷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 중에 으뜸을 갑(甲)이라고 하죠? 과거에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성적이 가장 뛰어난 3인을 갑(甲)과로 인정하였습니다. 3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이에게 왕은 어사화가 달린 관모를 선사합니다. 은근한 곡선을 드리운 갈대와 닮지 않았나요? 그래서 바로 소과(小科)와 대과(大科)에 모두 합격하여 왕을 알현하는 영광을 누리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는 열심히 학문을 닦는 이에게 갈대를 꼭 붙든 게 그림을 선물했답니다.
우리가 흔히 해학과 풍자의 풍속화가로만 알고 있는 김홍도는 사실 모든 분야에 능한 다작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림에 집중과 강약을 자유자대로 부여함과 동시에 유머 감각을 잘 사용했습니다. 물고기와 바다의 생물을 그리는 이 어해도(魚蟹圖)에도 특유의 문장이 남아 있습니다. 화면의 왼쪽 상단, 일필휘지로 내어쓴 글은 ‘海龍王處也橫行(해룡왕처야횡행)’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바닷 속 용왕님이 계신 곳일지라도 나는, 평소에 그랫듯이 옆으로 걸어가리오”
성심으로 학문을 닦고 닦아 과거의 1등 갑(甲)이 될지라도, 왕 앞에 선 관리가 되더라도, 그저 복종하지 않고 소신을 다해 뜻을 펼치리라는 김홍도의 의지, 그리고 김홍도가 ‘열공’하는 후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의미와 기백이 참으로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