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고향“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저마다 고향이 있다.
다른 것들이야 내가 원하면 만들 수도, 가질 수도,
소유할 수도 있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고향이다.
앞에는 넓은 들이 있고, 그 끝자락에는
푸른 물결이 출렁대는 바다가 있고,
뒤쪽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아름다운 산이 있고,
동쪽 끝으로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곳이
고향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것이 어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인가?
고향을 마음대로 정할 수만 있다면,
그 어느 누가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산골 오지에서 태어나고 싶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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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고향"이라는 글을 읽으며
고향이라는 단어가 가진 아련하고도 절대적인
무게를 다시 느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
원한다고 해서 바꿀 수도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고향이라는 말이,
참 씁쓸하면서도 묵직하게 다가왔다.
아버지께서는 고향을 ‘넓은 들, 푸른 바다,
깎아지른 산, 실개천’처럼
아름다운 풍경으로 꿈꾸었지만,
그런 조건을 고를 수 없었던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산골 오지조차도 결국은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실을
조용히 인정하고 계신 것 같았다.
이 글을 읽고 나니,
고향은 '자랑하고 싶은 곳'이 아니라
'돌아가야 할 곳, 돌아가지 않아도 결국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정한 곳이 아니라, 마음을 따라오게 한 곳.
그것이 고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