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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ff the record Oct 22. 2023

안녕! 월간 부작용

비눗방울 위에 올라선 것 같은 불안감





 '월간 윤종신도 아니고

  나...

  월간 부작용이야?'




코로나 19 백신 1차를 맞고

코로나 19 백신 2차를 맞고


거의 매달 

다른 종목으로 아팠다.

두드러기가 나거나 대상포진에 걸리거나

조금 나았다 싶으면 또 아팠다.

큰 병은 아니라지만 이렇게 

거의 매달 골골거리는 건 나를 갉아먹어갔다.


그리고 

결국

작년 연말에

코로나 19에 걸려버렸다.




'젠장!'




한 4개월쯤

머리가 온통 뿌옇게 흐린 나날들을 보냈다.

비실비실해 보여도

어디 한 군데 크게 아픈 곳 없이 잘 살았었는데...


다리를 잘 두들겨 보고 건너려고 

발을 디디면

돌다리가 비눗방울처럼 팡하고 터지면서

나를 진흙탕에 빠드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허우적거리던 늦은 밤,

이 그림을 만났다.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2/24/Karel_Dujardin_-_Boy_Blowing_Soap_Bubbles._Alleg





'얘...

 나 같은 데?'




살짝 깊은 팔자주름은 한 얼굴이 

나 같기도 했지만,



겨우 자기 어깨너비 보다 조금 넓은 조가비 껍질에

농구공만 한 비눗방울을 올리고

비너스 같은 자태로 그 위에 불안 불안하게 외발로 올라서서는 

좋다고 비눗방울을 날리는 모습이




나 같았다.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2/24/Karel_Dujardin_-_Boy_Blowing_Soap_Bubbles._Alleg





매달 겪은 다른 종목의 부작용을 겪고

건강하다는 검사 결과지를 받고

이렇게 아팠으면 걸리지라도 않아야 덜 억울한데

정작 연말에 코로나 19에 걸려 한해를 엉망으로 시작하고


걸리고 나서는

수개월을 브레인 포그로 날리고선 

그러고도 

'한번 걸렸으니 괜찮을 거야'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나' 말이다.





***





'피식'하고 흰 웃음이 나다 말고

갑자기

그 그림이 궁금해졌다.


우연히 보고 지나친 그림이라

한참을 구글링 한 후에야 작가와 소장처를 찾을 수 있었다.





 

https://www.smk.dk/





덴마크 국립 미술관 첫 화면에 걸린 그림이었다.

미술관의 그림 소개를 '자동번역'을 눌러 읽어 내려가다

흠칫흠칫 놀라며

가다듬어 메모했다.




이 작품은 

17세기의 잘 알려진 두 가지 비유를 담고 있다. 


공을 타고 파도 위를 가르는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Fortuna)와 

호모 블라(Homo Bulla/Bullaest-거품을 쫓는 인간) 개념이다. 


이 개념은 종종 

비눗방울을 부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바로크 시대에는 묘사되었다.

인간의 삶의 덧없음과 짧은 행복을 일깨우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모티브로 한다.


바로크의 기본 사상 중 하나는 

'인생은 짧고 죽음은 가까우나 예술에서는 영원을 엿볼 수 있다'였다.

이를 

모래시계, 해골, 나비, 비눗방울, 꺼진 양초 

등을 모티브 삼아 표현했다.













제목    :   비눗방울을 불고 있는 소년

               Boy Blowing Soap Bubbles

작가    :   카렐 뒤자르댕

                Karel Dujardin (1628-1678)

소장처 :   덴마크 국립 미술관

                Statens Museum for Kunst

                https://www.smk.dk/

연도    :   1663년

재료    :   오일 & 캔버스









'그래...

골골거리긴 했어도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큰 일은 아니었고

그저 비눗방울 터지는 정도였지...


긴 인생사에

이 정도면 다행이지

골골거림에 갉아먹힌 걸 다시금 메워야겠네'




똑같은 상황이었지만

그 상황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리고

묘한 해방감이 느낄 수 있었다.


답답하고 갑갑할 때면

잠깐씩 이 해방감이 그리워서 그림을 찾았다.

아트테크나 전시회 줄 서기를 하진 않았다.


목적의식이 없이

그림을 봐야

이런 해방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작품을 구글링 하거나

과거에 봤던 작품을 떠올리는 날이 잦아졌다.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2/24/Karel_Dujardin_-_Boy_Blowing_Soap_Bubbles._Alleg




제목    :   비눗방울을 불고 있는 소년

               Boy Blowing Soap Bubbles

작가    :   카렐 뒤자르댕

                Karel Dujardin (1628-1678)

소장처 :   덴마크 국립 미술관

                Statens Museum for Kunst

                https://www.smk.dk/

연도    :   1663년

재료    :   오일 & 캔버스









<출처>

http://www.smk.dk/en/explore-the-art/highlights/karel-dujardin-boy-blowing-soap-bubbles/

https://useum.org/artwork/Boy-Blowing-Soap-Bubbles-Allegory-on-the-Transitoriness-and-the-Brevity-of-Life-Karel-Dujardin-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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