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것들이 소중해지는 장소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에는 휴게소가 있다면 호주에는 '로드하우스'가 있다. 우리나라 휴게소처럼 훌륭한 인프라나 크고 다양한 음식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여행을 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무심한 듯 판매하고 있는 곳이 바로 로드하우스이다. 로드하우스에 멈춰 설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화장실을 해결하고, 주유를 하고 또 출출해진 배를 채우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호주의 주도시인 '퍼스'와 '서호주 남부'에 모여 살기 때문에 서호주의 북쪽이나 아웃백으로 향할수록 마을이나 로드하우스가 점차 뜸해지는데 그래서인지 몇 시간을 달려 만난 로드하우스는 무척이나 반가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로드하우스와 가까워졌다는 건 '카톡'소리를 통해 알 수 있는데 멀리 로드하우스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데이터가 잡히고 밀려있던 카톡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온다. 완벽하게 실종된 와이파이 신호를 잠시나마 다시 만날 수 있는 곳이라 필요한 연락을 하기도 하고 채 끝내지 못한 일들을 처리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엄지를 치켜 세우게 되는 순간은 아무래도 며칠동안 마시지 못했던 아주아주 차가운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켤 때가 아닐까. 일상에선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던 것들이 이 곳에서는 무척이나 소중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웃백의 오프로드를 달리며 몇 시간 동안 만난 것이라곤 사막에 무리지어 살고 있는 단봉 낙타들과 반대편에서 오던 차 두어 대뿐인 하루.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 만난 로드하우스는 오아시스처럼 무척이나 반가운 존재이다. 거짓말처럼 황량했던 아웃백 한가운데 덩그러니 지어진 로드하우스는 겉모습은 낡고 오래된 모습이지만 여행자들에게 꼭 필요한 필수품과 그들만의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로드하우스들은 대부분 캠핑장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데 로드하우스 운영시간에 맞춰 도착해야만 캠핑장 한 편에 작은 자리를 얻어 텐트를 칠 수 있다. 텐트를 치고나면 로드하우스 냉장고에서 VB(맥주) 한 캔을 사서 하루를 정리하는 의식처럼 마시곤 하는데 감히 말하건데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자부할 수 있게 된다. 요즘은 그런 작고 소소한 것들에 감사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자주 떠오른다. 돈만 있으면 필요한 것들을 풍요롭게 소비할 수 있는 세상에서 '결핍'은 깨달음을 위한 가장 좋은 재료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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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jessie_even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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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철들지 않은 30대.
걷고 마시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들은 모두 따뜻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여전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