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호주의 밤하늘에 대하여
호주라는 나라를 좋아하다 못해 탐닉하게 된 것은 어둠이 가득 내린 도롯가에 차를 세우고 밤하늘을 올려다 본 이후부터이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별을 본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뒷목이 아플만큼 오랫동안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봤다. 호주에 오래 머무르게 된 것도 밤하늘이 어느정도는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퍼스에 있는 카메라 동호회에서 활동을 하던 당시 별이 너무 좋아서 서호주로 천문학 공부를 하러 온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분의 별 사진을 곁에서 지켜본 일은 밤 하늘에 조금 더 빠져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건조한 기후는 사람에겐 그리 좋지 않지만 별을 관찰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라 빛 공해가 없는 곳에서는 은하수를 비롯해 마젤란 성운과 남십자성을 마음껏 눈에 담을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북반구의 대표적인 별자리가 북두칠성이라면 남반구에서는 남십자성이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남십자성은 호주와 뉴질랜드 국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만큼 남반구에서는 무척이나 중요한 별자리라는 사실!
별이 얼마나 많은가 하면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들은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는 게 아니라 되려 어두운 부분을 살피며 길을 찾아갔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나 역시 마젤란 성운과 은하수를 두 눈에 담았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날은 여행 중 날이 저물어버려 아웃백 한 가운데서 텐트에 의지해 잠을 자야했다. 하루종일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씻지 못한 채 모기와 사투를 벌여야했고 또 야생동물을 만날까봐 조금은 겁에 질려 있었다. 저녁을 먹고 어둑어둑해져가는 주변을 둘러보다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에는 거짓말처럼 별들이 가득 흩뿌려져 있었는데 그날 밤은 별똥별들이 긴 꼬리를 남기며 이따금 떨어지곤 했다. 높은 건물 하나 없는 사막은 지평선에서부터 하늘이 시작되니 아무것도 없는 넓은 들판에서는 시선의 끝에서부터 별 밭이 펼쳐지는 기적이 시작된다. 씻을 수도 없고 전기도 쓸 수 없는 사막 한 가운데서 보내는 밤은 편안하지는 않았지만 그 많은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몇 번이고 되돌아 가고 싶어진다.
셀 수 없을만큼 많은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분명 저 어딘가에는 생명이 살고 있는 행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주 짧은 순간을 살아가는 내 자신에 대한 반성과 주어진 순간을 의미 있게 살고 싶다는 욕심이 들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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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철들지 않은 30대.
걷고 마시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들은 모두 따뜻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여전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