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각기 다른 시간들
호주는 한반도의 무려 77배 크기. 작고 아담한 우리나라에선 모든 도시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만 호주는 주마다 각기 다른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거기다 서머타임까지 적용되는데 모든 주에서 서머타임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인 캔버라가 있는 주를 비롯해 시드니가 있는 뉴사우스쉐일즈, 타즈매니아, 빅토리아, 남호주가 서머타임을 기준으로 시간이 다시 바뀐다. 비행기로 도시를 여행할 땐 핸드폰이 바뀐 시간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곤 하지만 로드트립을 할 땐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시간이 어떻게 바뀌는지 계산하는데 한참이나 걸리곤 한다. 주를 넘어갈 때마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시간이 가끔 너무 야속하기도 하지만 여행을 처음 떠난 자리로 돌아갈 때면 시간 경계선 어딘가에서 사라진 시간들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설렘이 호주를 여행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했다.
비행기로는 무려 11시간이 걸리지만 적도를 기준으로 지구를 반으로 접었을 때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호주는 한국과 시간이 비슷해 시차 적응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이다. 시차 적응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건 여행을 하면서 얻는 혜택 중 꽤 큰 범주에 해당한다. 대신 한국과는 계절이 반대로 흘러가기에 한국이 여름이면 호주는 겨울을 그리고 한국의 겨울에 호주는 여름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한 여름에 비키니 입은 산타를 만날 수 있는 아이러니한 호주의 모습이다.
한 때는 한국과는 너무 다른 환경과 계절 그리고 온습도의 변화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4년이 넘는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 걸 보면 또 그 시절을 그토록 그리워하고 있는 걸 보면 나는 분명 시간 경계선을 몇 번이고 넘나 들면서 회로 어딘가 문제가 생긴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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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철들지 않은 30대.
걷고 마시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들은 모두 따뜻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여전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