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ation #Perth
남편을 만나기 전의 나는 모글리를 닮은 청춘이었다. 남편의 말로는 건강하게(?) 그을린 근육질의 여성이었던 나는 그 시절에는 꽤 멋졌다고 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서호주에 대한 애정 하나로 호주에서 5년의 시간을 보냈으니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경험한 호주는 가히 넓고도 광활했다. 그 시간 동안 호주를 여행했던 거리를 계산해보니 126,400킬로미터였다. 지구를 약 3바퀴 정도 여행하는 거리임을 감안하면 결코 짧은 여정은 아니었다. 젊고 건강한 다리 하나를 믿고 자전거로 사막을 횡단하던 시간도 있었고 지구의 배꼽이라 불리는 울룰루를 따라 달리기도 했고, 아웃백 노지에서 별을 이불 삼아 잠들던 시간도 있었다. 자주 외롭고 고단했지만 길 위에서 만난 모두와 친구가 되는 경험은 지금 돌아봐도 스스로가 대견해지는 시간들이었다.
호주에서 돌아온 지 벌써 4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4번의 이직을 했고 결혼을 했고 또 엄마가 되었다. 외롭고 자유로웠던 그 시절의 나는 이제 사진과 영상으로만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마음으로 느꼈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여전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사막에서 느꼈던 감동과 길 위의 사람들에게서 받은 따스한 마음 그리고 외로운 풍경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던 나의 청춘을 떠올리다 보면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디딘 아이에게 나의 일부였던 호주를 나누어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코로나와 새로운 삶의 역할로 아마 한동안은 호주로 향하는 여정을 떠나지 못하겠지만 돌아올 그 시간을 위해 나는 차곡차곡 마음 깊은 곳에 담아온 호주를 써내려 가 볼 생각이다. 다시 호주로 떠나게 되는 그날까지 나의 호주 여행은 현재 진행형이다.
모든 일은 필요한 때 일어나도록 되어 있다.
당신은 이 여행을 경험해야만 한다. 당신은 바로 이 일을 경험하기 위해 태어났다.
<무탄트 메시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