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를 위한 당신을 위한 여행 처방전
서호주 인구의 80% 이상이 모여 사는 도시인 퍼스는 동부에서 살아온 호주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도시이다. 하지만 퍼스라는 도시는 한 번의 방문으로는 완성이 되지 않는 도시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릴 듯 하다. '퍼스'라는 도시는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방문한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로도 많은 이들은 여행이 아니라 삶의 '쉼표'를 찍기 위해 장거리 비행이라는 수고로움을 겪고서 이 도시를 찾는다.
퍼스라는 도시는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계절의 시계가 돌아간다. 우리나라의 여름인 7-9월엔 겨울이 그리고 11-1월에는 뜨거운 여름이 찾아오기에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와 비키니를 입은 산타를 맞이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연중 온난건조하며 일조량이 그 어느 도시보다 높아 세계에서 가장 맑은 도시로도 손꼽히는 퍼스는 영국 사람들이 노후를 즐기기 위해 찾아 오는 휴양을 위한 도시이다. 나는 퍼스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여행이 아닌 잠시 살아보는 여행을 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퍼스에 머무는동안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까? 퍼스 시내에 머물며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1. 노천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기
우리 나라와 호주의 우유 생산법은 소를 키워내는 방식에서부터 다르다. 넓고 푸른 초원에서 풍부한 햇살을 받으며 자란 소에게서 생산된 우유는 우리나라의 것과 다른 풍미를 낸다. 그래서 신선한 우유로 만드는 라떼, 카푸치노 그리고 플랫화이트는 서호주 바쁜 직장인들의 아침을 종종 책임지곤 한다. 거리에 테이블과 의자를 내어두고 잠시 쉬어가기를 청하는 예쁜 카페에 들러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떠나온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킹스파크에서 작은 호주 만나기
일조량이 풍부한 이 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공원이다. 서호주의 대표적인 스팟인 킹스파크는 실제로도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적인 장소이며 퍼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여 시민들을 비롯해 관광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곳이다. 킹스파크는 도심에 자리한 공원 중 가장 큰 공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호주 전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식물의 2/3 가량을 이 공원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봄이 시작되는 9월이면 한 달 동안 킹스 파크 전체에서 봄을 맞이하는 축제가 열리며 대륙 이동설의 근거가 되는 어마어마한 바오밥 나무 또한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 킹스파크가 서호주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 대전을 비롯해 세계의 다양한 전쟁에 참전했던 참전 용사들의 혼을 기리기 위한 충열비와 함께 연중 타오르는 불꽃, 용사들의 가족들과 퍼스의 시민들이 일구어 둔 푸른 나무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원 한 켠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국전쟁의 기록을 찾아보는 것도 우리의 어제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3. 공원에서 즐기는 BBQ파티
과자만큼이나 저렴한 스테이크를 부담없이 맛볼 수 있는 것은 호주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특권이다. (물론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재료들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이마트 역할을 하는 울워스(Woolworth)나 콜스(Coles)에 들러 바베큐를 위한 고기 몇 덩어리와 소세지, 양파를 산 후 스완강 주변의 공원에서 가벼운 맥주와 바베큐를 즐겨보자. 잘 구워진 스테이크를 먹으며 해 지는 풍경 속 멋진 퍼스시티의 모습을 보며 한 번의 감탄을, 해가 지고 난 후 스완강에 반사된 '빛의 도시'를 바라보며 또 다시 감탄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4. 나에게 맞는 와인을 찾아가는 여정
퍼스에서 30분 가량 떨어진 스완밸리는 클래식한 건물이 늘어선 도시이다. 넓은 들판에 끝없이 펼쳐진 포도묘목들과 채소 농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에게 맞는 와인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했다면 스완밸리의 유명한 와이너리에 들러 테스팅을 해볼 수 있다. 와인의 품종별 특징에 대한 설명과 함께 와인을 맛볼 수 있고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물건들도 구매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남호주의 와인이 주로 알려져 있지만 서호주의 와인도 사실은 '신의 물방울'이라는 와인 만화에 등장할 만큼 풍미가 훌륭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생산국 중 한 곳인만큼 다양한 와인들을 산지에서 접할 수 있으니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면 처음 만난 해의 와인을 구매해 기념일에 함께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5. 원주민의 수공예품
퍼스에서는 호주의 원래 주인인 애보리지니(원주민)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여전히 한 켠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고 있는 그들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애보리지니의 예술품들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점과 선으로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표현해 낸 그들의 그림을 통해 인류학자들은 과거를 유추하기도 하고 현대인들은 자연과의 공생이 후대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그림의 재료를 찾아내고 화려한 색감을 통해 표현해낸 작품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6. 자연사 박물관으로의 여행
퍼스 기차역을 지나 노스브릿지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미술관과 함께 도서관과 자연사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자연사 박물관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이 실제 동물의 박제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구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되는 화석, 운석, 지층 등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NASA 과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찾는 장소인만큼 그 역사적인 공간을 직접 둘러보는 것은 여행의 질을 한층 더 높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