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을 떠나기 전에 알아 두어야 할 기본 지식들
대한민국의 77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대륙을 여행한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만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철저한 준비만 한다면 어렵기만한 일도 아니다. 처음 호주라는 대륙을 여행하면서 들었던 막연함의 무게를 덜어주고자 로드트립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과정을 담아보려 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옛말이라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 말들이 유효하다고 믿는 조금은 클래식한 사람이기에 사서 고생을 자처했던 지난 4년 간의 기록과 경험들을 써내려가본다. 호주를 여행한다면 꼭 한번 만나야 하는 풍경의 첫 번째 스텝을 위해서 말이다.
1. 로드트립의 준비
- 차량 점검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먼 길을 떠날 애마(?)가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차량인지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 워킹홀리데이나 학생비자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중고차를 사는 경우가 많은데 영어를 잘 하지 못해 부품에 문제가 있는 차량을 구매하여 훗날 차 값과 맞먹는 돈을 들여 수리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인적이 드문 황야를 달리다 차량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통신이 되지 않아 조난을 당할 수도 있으니 미리 차량을 점검하여 여행 중 어마어마한 수리비 폭탄을 맞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멀리 있는게 아니다. 도심에서 떨어진 지역에서 견인을 하는 경우 차 값에 맞먹는 비용이 청구되기도 해서 길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은 결국 차를 버리고 히치 하이킹을 해서 도심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본 적이 있다.
- 차량 보험
렌트를 하는 경우 거리 제한이 붙은 경우가 종종 있다. 먼 거리를 이동할 예정이라면 하루 이동 거리가 정해지지 않은 Unlimited를 선택하는 것이 좋고 운전자가 한 사람이 아니라면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멀티 운전자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 사고 예방 차원에서 현명하다. 오프로드를 달리게 되는 경우라면 차량의 밑과 지붕까지 커버해주는 보험을 드는 것이 좋은데 도로를 달리면서 커다란 트럭이 지나가면서 돌이 튀거나 오프로드를 달리며 스크레치가 나는 경우처럼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 핸드폰 통신사 정하기
호주에는 대표적인 통신사 Optus, Vodafone 그리고 Telstra가 있다. Optus와 Vodafone의 경우 시내와 근교 지역에서는 매우 유용하지만 도심을 벗어나고 나면 외부와 통신이 되지 않는 불편함이 있는 반면 Telstra의 경우는 꽤 작은 오지 마을에서도 통신이 되기 때문에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장거리 아웃백 여행을 떠난다면 이를 고려해서 통신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 캠핑장비 준비하기
카라반파크에 머물기 위해서는 텐트를 비롯해 간단한 캠핑장비와 조리도구가 필요하다. 아무리 뜨거운 낮이라도 대지의 열기가 식고나면 뼛속까지 추운 냉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보온을 위한 따뜻한 옷과 침낭, 바닥의 습기를 막아 줄 매트를 준비하는 것이 좋고 비박을 하거나 주방이 없는 카라반파크에 머무는 경우를 대비해 브루스타와 프로판 가스를 미리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도심을 지나면 빛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랜턴을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 보온병에 매일 아침 뜨거운 물을 끓여 출발한다면 졸릴 때마다 커피 한잔으로 잠을 쫓아낼 수 있다. 가끔 출출할 때 아웃백에 차를 세우고 컵라면을 먹기에 아주 유용하다.
* 1-2만원짜리 아이스박스를 준비해서 맥주와 음료를 넣어두면 까마득한 장거리 이동 후 천국을 맛볼 수 있다.
- 식량 준비하기
뜨거운 대륙을 여행한다는 것은 사람 뿐만 아니라 같은 공간에 있는 식량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식빵이나 과일, 채소, 고기 등이 쉽게 상하기 때문에 도심을 지나는 날에 사둔 신선한 식재료들은 당일 혹은 하루, 이틀 내에 먹는 것이 좋고 길 가에 멈춰 먹을 수 있는 식사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슬라이스 햄과 치즈를 이용한 간편한 샌드위치, 컵라면, 컵스프 등은 로드트립에 유용한 식량이 될 것이다. 또한 출발하기에 앞서 한인마트에 들러 고추장을 비롯한 기본적인 식재료를 구비해 둔다면 로드트립을 하는 동안 엄마 밥보다 더 맛있는 끼니를 만나게 될 것 이다.
준비물
점검 받은 차량, 지도, 차량 보험 etc(+여분의 타이어 혹은 타이어 패치)
텐트, 매트, 침낭, 랜턴, 브루스타, 여분의 가스, 식기도구 (수저, 나이프, 집게 등), 조미료, 컵, 냄비, 설거지도구, 벌레퇴치 스프레이, 라이터 혹은 성냥 etc (+아이스박스, 보온병)
세면도구, 수건, 빨래집게, 휴지, 물티슈 etc(있으면 꽤나 유용하다)
슬리퍼, 운동화, 통풍이 잘 되는 옷 그리고 열려있는 마음
2. 본격적인 로드트립
- Day Time Driving
호주의 동물들은 야행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낮이면 금방 뜨거워지는 대지의 열기를 피해 낮동안 체력을 비축하고 해질녘부터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는 긴 도로 위로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 여행을 하는 동안 도로가에 죽어 있는 캥거루, 소, 염소 등의 시체를 종종 보게 된다. 호주의 능숙한 운전자들은 이러한 야생동물들을 치고 지나는 경우를 대비해 불바(Bull-Bar)라는 쇠범퍼를 앞에 달고 다니지만 일반 여행자인 우리들은 되도록 해가 떠있는 시간동안 이동하는 것이 좋다.
- 여행지 정하기
여행지와 기간을 정하고 나면 조금은 계획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한정적인 자원(시간/돈)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도심을 만날 때마다 쇼핑센터에 들러 식료품을 사두는 것이 좋고 미리미리 주유를 해두어야 한다. 서호주의 경우는 하나의 로드하우스(휴게소)를 지나고 나면 2~300km동안 아무 것도 없는 길을 달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호주의 여행자들은 대부분 차량에 여분의 오일탱크를 싣고 다닌다. 뿐만 아니라 먼 거리를 달려 물건이 조달되는 고립된 지역의 경우는 물가가 도심에 비해 더 비싸기 때문에 도심을 만날 때마다 미리 연료와 식재료를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황량한 아웃백을 여행하는 동안 통신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길을 잃고 싶지 않다면 종이로 된 지도 한 장을 꼭 구비하길 추천한다.
*도심에서 쇼핑을 하는 경우 영수증을 챙겨두는 것이 좋다. 물론 여행 경비 정산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30 이상을 구매하는 경우 주유 할인 쿠폰이 영수증에 붙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Woolworth, Coles, IGA) 도심에 있는 쇼핑센터와 연계된 주유소를 찾아 주유를 하면 조금의 돈을 세이브 할 수 있다.
- 숙소 정하기
로드트립의 기본은 비박과 캠핑이라 할 수 있지만 여기서 조금은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무단으로 비박을 하다 지역 관리자에게 발각되는 경우 벌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숙소 비용을 아끼기 위해 행했던 비박이 $200의 벌금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카라반파크를 이용하는데 텐트를 치는 경우 2인에 $30~$45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인원이 추가 될 수록 비용이 조금 더 부과되며 공동 주방과 화장실/욕실 을 이용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공동 주방이 없는 곳도 있으니 간단한 인스턴트 식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유의할 점은 저녁 이후로 리셉션이 문을 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하루하루 동선을 미리 계획하고 통신이 되는 곳에서 캠핑장 예약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미리 예약을 한다면 해가 진 후에도 리셉션 주인이 미리 준비해 둔 종이 봉투 속 텐트장 번호와 화장실 키 등을 받을 수 있다.
- 안전에 대비하기
사실 우리에게 알려진 호주보다 알려지지 않은 호주가 더 많다. 천적이 없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야생동물들을 처리하지 못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으며 그 속에는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맹독성 동물들이 간혹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여행을 하는 동안 스스로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에 호주 사람들의 여행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 막혀있는 신발은 차량 안에 두거나 양말을 뒤집어 씌운다 -> 독거미나 전갈 등의 곤충들이 온기가 남아있는 신발 속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호주 사람들은 신발의 발목 부분에 양말을 씌워두곤 한다.
* 물은 차량 안이나 텐트 안에 둔다 -> 딩고(야생개)와 같은 녀석들은 자전거나 도보 여행자들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물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물어 뜯은 물병을 보고 싶지 않다면 물은 항상 그들이 닿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한다.
-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마음
건조한 기후 덕분에 선명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서호주. 로드트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해질녘의 아름다운 석양과 석양이 지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밤 하늘이다. 붉은 석양을 고개를 들지 않고도 지평선 끝자락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 빛 공해가 없는 아웃백 어딘가에서 올려다보는 밤 하늘은 거짓말처럼 하얀 은하수와 마젤란 성운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풍경을 앞에 두고 맥주 한 모금이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일지도 모르겠다.
* 추천목록
지도 : Hema에서 나온 호주 지도는 꽤나 유용한 편이다. Hema의 지도 담당 직원들이 모든 길을 다니며 직접 조사 후 지도에 반영하며 달라진 길의 정보 또한 계속해서 개정판에 수록된다. 종이 지도 뿐만 아니라 GPS 시스템도 지원하기에 보다 전문적인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맞춤화 된 지도이다.
캠핑장비 : 저렴한 캠핑 장비를 위해서는 다양한 물건을 싸게 판매하는 K-mart를 방문할 수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용도가 아니라면 카트만두(kathmandu)라는 브랜드의 할인기간을 노려도 좋다. 캠핑장비는 BCF(Boat, Camping and Fishing의 줄임말), Anaconda의 대형 매장을 방문하거나 e-bay 혹은 Gumtree에서 중고 물품을 싸게 살 수 있다.
물티슈 : 비박을 하거나 손을 씻을 수 없는 경우 물티슈가 큰 도움이 되었다. 인정사정없는 태양 아래서 뻘뻘 흘린 땀의 찝찝함도 해소시킬 수 있는 용품으로 나에겐 빼놓을 수 없는 Must Ite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