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이 아니라, 쓰임이 닮았습니다

멈추지 않고 살아온 손의 시간에 대하여

by Jessie
엄마의 손은 늘 무언가를 쥐고 있었습니다.


햇볕에 바싹 마른빨래를 한 장씩 접어 올리던 손, 분홍색 고무장갑에서 물기를 털어내던 손, 마늘을 빻고 고사리를 다듬으며 쉼 없이 움직이던 손.


가만히 놓여 있는 모습을 떠올리려 해도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 건 엄마는 멈춰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 손이 유일하게 멈추는 장면은 창 밖에 어둠이 깊게 내려앉을 즈음이었습니다. 마당에서 따온 봉숭아를 곱게 으깨 손톱 위에 올려두던 날들처럼, 움직임이 잦아든 건 아주 짧은 시간뿐이었습니다.


엄마의 손은, 그녀가 살아온 시간의 나이테만큼 조금씩 두터워졌습니다. 빠르게 움직였던 만큼, 그 위에 내려앉은 세월도 또렷해졌을 테고요. 그 손은 어떤 말보다 정직하게 시간을 쌓아 올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엄마에게서 닮은 것 중 하나는 손입니다. 모양이 아닌 쓰임이 더 닮은 꼴이라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가만히 두지 못하고, 자꾸 무언가를 붙잡고 움직이는 방식까지 말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제 손에는 유난히 상처가 많다는 점입니다. 주저하지 않는 성격은 저를 앞으로 밀어냈지만, 수없이 부딪히고 긁히는 순간을 마주하게 했습니다. 클라이밍을 하며 두터워진 손가락 마디와 홀드에 스쳐 남은 자국들은, 어쩌면 제가 지나온 선택의 기록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는 제 손을 꽤 좋아합니다.

이 손끝에서 생각이 시작되고, 이 손끝에서 장면이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오래 견디는 사람입니다. 어딘가 괜찮은 장소를 발견하면 망설이지 않고 그곳으로 향해, 오래 머무르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쉬는 법은 여전히 서툴지만, 나아가는 법만큼은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면 연필과 종이를 꺼내 책상 앞에 앉습니다. 그렇게 앉아 있는 동안, 흐트러졌던 것들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옵니다.


낯선 곳에서의 삶은 종종 방향을 흐릿하게 만듭니다.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잠시 잊어버리는 순간들이 감기처럼 찾아오곤 합니다. 무기력함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날이면, 저는 조용히 스스로를 불러 세웁니다. 잘하고 있는지 묻기보다, 멈추지 않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면서 말입니다.


때로는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오늘도 손 끝에는 조용히 하루가 쌓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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