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 엄마가 되어간다.

- 4: 귀빈 비디오 감상실

by 조안

< 내가 우리 엄마가 되어간다. >


- 4: 귀빈 비디오 감상실


출산과 육아에 대해 여자들의 생각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세상 모든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축복이자 행복이라는 쪽, 가시덤불을 생채기 나며 지났더니 탈출 구멍 없는 불구덩이라는 쪽.

나는 후자 쪽에 가깝다. 특히나 쌍둥이를 육아하다 보면 하루가 한 달이 일 년이 어떻게 지나는지 시간과도 멀어지고, 샤워는 언제 했는지 입고 보니 남편의 늘어난 티셔츠고 화장대의 화장품도 하나둘씩 줄어 베이비로션 하나로 끝. 그땐 정말 혼자 영화라도 한편 극장에서 보고 싶었다.


일을 할 땐 휴대폰의 다양한 기능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일을 접고 육아를 하다 보니 남편은 없어도 핸드폰은 없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든다. 세상 신기하고 듣도 보도 못한 신문물도 많고 특히나 공허한 마음에 음란 기운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내 좋은 친구 넷플릭스에 울고 웃고 오호홍 발그레 얼굴에 홍등도 켜고. 얼마 전에 아찔한 19금 영화를 넷플릭스로 보고 있는데 (물론 내 방에서 문 닫고 꽁꽁 숨어서) 매력적 철철 남자 주인공의 올누드 장면이 나오려는 찰나에


“엄마? 뭐해”

“엄마가 뭐하는지 알아서 뭐해?”

너무 놀랐다. 정말 결정적인 순간이었는데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지 않았다. ^^

갑작스레 예상치 못한 엄마의 화에 아이도 어이없어하는 건지 놀란 건지.

“아니, 엄마 지금 뭐봐? 비밀이야?’

“비밀은 무슨, 엄마 지금 공부하는 거야, 영어공부, 그러니까 얼른 문 닫고 나가”

“근데 왜 누워서 공부해? 공부는 바르게 앉아해야지”


나는 음란마귀다. 몰래 보는 19금 영화들이(제목 있는, 스토리 있는, 넷플릭스에서 하는)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솔직히 보는 게 그렇게 부끄럽지도 않다. ^^

난 양기가 부족하니까. 내방은 서늘하다 음기가 가득 차서 ㅜㅜ.




내 엄마의 육아시설엔 지금보다 즐길거리? 등이 많지는 않았지만 지금보단 슬기로웠다. 함께 남편 욕할 동네 친구들이 있고, 밥하기 싫은 날엔 앞집에서 한 끼 해결하기도 하고, 바빠서 애들 못 챙길 때는 같은 골목의 어느 집에선 가 아이들을 돌봐주곤 했다. 물론 다른? 것들도 함께 공유하고 즐겼다.


국민학교 5학년인가? 6학년인가? 무튼 그 무렵니다. 학교 수업 끝나고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떡볶이 500원어치 사 먹고 미용실로 갔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잠시 외출합니다’라는 이상한? 메모만 붙여져 있고..

다시 돌아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안에도 인기척은 없어 보였다. 시원한 물 한잔 마시고 돌아서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머? 어머? 뭐야?”

“세상에나 저래도 되는 거야? 세상에나 믿을 놈 없다니까”

이게 뭐지? 안방에서 낯익은 목소리들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살그머니 안방 문을 열어보니 뒷모습만 봐도 알 수 있는 아줌마 3명과 엄마가 TV에 빠져들어 갈 듯 영화를 보고 있었다. 삐그덕 문 여는 소리도 못 들을 정도로 세분은 손에 땀을 쥐고 TV 속 남녀를 심판이라도 하듯이 아니 주인공이 된 듯이 열심히 집중하고 계셨다.

내가 문을 열었을 땐 카페에서 두 남녀가 차를 마시는 장면인지라 다시 문을 닫고 놀러 나갈 채비를 했다.

“아니 차마 신 게 뭐가 저렇게 심각하다고 아줌마들 이상해”

옆집 언니 집에 가볼까 하고 다시 나가려 하는데 방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거친 숨소리? 만 새어 나왔다. 그 순간 나는 그 언니네 집엘 갔어야 한다. 다시 돌아가 안방 문을 여는 게 아니었다. 세상에 너무 빨리 눈을 뜨게 됐다. 엄마의 조기 교육으로 인해


분명히 기억이 난다. 이영하 아저씨와 김지미 아줌마가 주인공이었다. 딱 봐도 나이 차이가 나 보이는데 둘이 사귀는 사이인 듯싶었다. 내가 삐그덕 문을 열고 문틈으로 본거는 10대의 눈에는(그 당시 10대는 미디어에 노출이 안되어서 순수했다^^)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 이러면 안 돼”

“사랑하는 사인데 어떡하라고요?”

“잠깐만”

뭐 대충 이런 대사였던 거 같다. 그리고 이영하 아저씨의 손이 김지미 아줌마의 속옷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숨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했다. 물론 아줌마들도..

마침 전화벨이 울려서 정신 차렸다. 엄마에게도 들켰고. 된통 혼났다. 어디서 어른들 훔쳐보냐고.

아줌마들은 성급히 짐을 챙겨 나가셨고 옆집 아줌마는 다음에 더 좋은걸? 빌려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자리를 떠나셨다. 궁금했다. ‘이보다 좋은 잠깐 외출은 뭘까?’


내 엄마는 신여성이다. 당당히 여성의 성을 즐기셨고 공유? 하셨다.

결혼 후 임신이 되질 않을 때도 사위에게 당당하게 비법을 전수하셨다.

“강서방? 힘들어도 새벽에 하게 그걸, 그리고 넌 하고 나서 다리를 올리고 있어. 그래야 잘된다고 하니, 알았나? 강서방?”


아빠와는 딱 3번의 실수로? 3명의 자식을 만드신 100% 성공 비법이란다.

요즘도 자식들의 성생활을 궁금해하시고 대 놓고 물어보시는 “음란대여왕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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