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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Jin Han Nov 01. 2020

한계를 마주할 때

2019년 12월 코로나 19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다. 사스나 메르스 정도의 타격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코로나 19는 2020년이 끝나는 시점에도 지속되고 있다. 한 나라의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그로 인한 불편함과 고통을 호소하고, 경제적 손실까지 감수하며 살고 있다.  


10월 28일 자 신문에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증)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람들과 자유롭게 만나기가 쉽지 않고, 경제 상황의 하락에 따른 현상이다. 물론 이러한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 가운데 계획한 대로 되지 않거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다. 물론 이 조건만으로 충분하지 않지만, 두 가지 모두 인간의 한계를 느낄 때다. 


인간은 한계를 극복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렇게 때문에 인류는 지금의 문명과 문화까지 발전하고 누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극복하지 못하는 한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수많은 한계 중에 코로나도 그와 같이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물론 백신을 개발하면, 괜찮아진다고 하지만 그 또한 백신이 개발한 이후에 확신할 수 있다. 독감 백신이 있어도 여전히 독감에 걸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코로나 백신도 100% 보장할 수는 없다.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치료제가 개발되면 죽음을 면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에 걸리는 것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면 치료제 개발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첨단기술로 전 세계가 하나처럼 움직이고, 우주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오늘날,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니, 우울증의 이유를 묻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사람은 일상을 살아갈 때, 자신의 한계를 망각한다. 내가 계획한 대로, 내 힘으로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나도 그랬다. 젊을수록 더욱 그랬다. 물론 좌절도 있었지만, 적어도 내가 노력하면 이 정도 즘은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갈수록,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는 교만이 깨지고 있다. 자녀가 있는 4,50대는 더욱 그렇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내 인생만인 줄 알았는데, 자녀까지도 덤으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그 한계는 더욱 그렇다. 100%로 내 인생을 통제한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만약 지금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면, 그건 하늘나라 가기 전에 다시 결산을 해볼 일이다.


나이가 들면, 지혜가 생기는 것도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많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나이가 들었다고 모두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세월을 거치면서 내 힘으로 내 인생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지혜는 시작된다. 


10대와 20대의 나는 내 힘으로 애쓰며 살아왔다. 밤을 새우고도 다음날 몇 시간만 자면 멀쩡한 체력이 있었고, 하루에 3~4개의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했고, 새벽 공기를 마시며 출근하는 내 모습에 뿌듯했다. 비록 내가 가진 것이 많지 않았지만, 나의 체력과 건강을 믿었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성실과 노력이면 모든 것이 불가능할 것도 없다고 믿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성실과 노력을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제가 틀렸다. 인생은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인생 수업을 통해 그것을 깨달은 이후, 겸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천으로서 창조주, 하나님께 내 삶의 주권을 넘겨드렸다. 


인간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앞에 무력한 것처럼, 나도 인생을 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오만은 사라졌다. 오늘 내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여유가 생겼다. 왜냐하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내게 더 나은 일이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는 생각보다 나를 잘 모르고, 나를 더 잘 아시는 창조주께 의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계획의 인생을 산다거나, 운명론에 의지하는 것과는 다른 것임을 설명할 수 있지만, 여기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나는 내 힘으로 살았던 이전의 삶보다 더 자유해졌고, 더 안정감을 찾았으며, 더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마치 에덴으로 돌아온 아담과 이브처럼.  



Dear J

과거에 너는 너의 힘으로 수고하며 살았던 것을 인정하게 되었어. 우린 그걸 깨닫기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지. 긍정의 힘으로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아주 작은 것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느끼게 된단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는 그 누구도 스스로를 자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 그래서 이것을 빨리 알면 알수록, 내 삶을 내 뜻대로 주도적으로 살아가라고 조언할 수 없게 돼.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으니까. 때론 자신의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게 이루고, 그것을 누리는 사람도 있을 거란다. 하지만,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에게도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고, 좌절이 있고, 연약함이 있지. 다만 세상이 그러한 나약함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드러내지 않을 뿐이란다. 인간은 죽음 가운데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결코 자랑할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그렇기 때문에 난 네가 누구보다 나의 힘으로 살지 아니하고,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너의 계획하심을 이루실 네가 믿는 그분에게 의지하기를 누구보다 바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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