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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 Sep 18. 2018

여행객과 예술가들의 천국, 치앙마이

#02. 치앙마이를 소개합니다

나는 치앙마이로 유학 갈란다!


한국을 떠나기 위해 유학이란 카드를 꺼내고 나의 자금 상황이 넉넉지 못함을 알았을 때,


"나는 아시아로 유학 갈란다"


라고 선언했다. 아! 이때 '아시아'가 지칭하는 지역에는 동북아시아가 제외된다.(그만큼 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관심을 두고 일 해온 지역이 동북아시아 외의 아시아였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가 제외된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국제 프로그램으로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 있을 법한 나라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싱가포르, 인도 그리고 태국


이렇게 세 국가를 놓고 고민했다. 세 국가 각각의 장점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많은 장점들보다 단점 하나를 결정 요소로 삼게 되는 미약한 인간이었다.


싱가포르는 어쩌면 서울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도시 국가라는 사실이 거슬렸고, 인도는 여자 혼자 생활하기에 안전하지 못하다는 편견으로 인해서 가족들의 잔소리에 시달려야 한다는 불편함이 예측 가능했다. 그래서 태국을 선택했다. 그리고 태국 중에서도 대학들이 가장 밀집되어 있지만 '최대한 서울 같은 도시를 벗어나 지금까지 내게 익숙한 환경과는 다른 곳에서 살아보기'가 유학을 빙자한 내 일탈의 제일 목표인 만큼 방콕을 포기한다. 그렇게 내게 선택된 도시가 바로, 치앙마이다.



치앙마이 도심 전경 [출처: http://www.panoramio.com/photo/78696867?hl=en]



치앙마이(Chiang Mai)


치앙마이. 이 도시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 중 가장 흔한 표현은 '태국 제2의 도시로 북부의 중심'이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며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 1의 도시이듯, 태국 역시 수도 방콕이 제 1의 도시다. 서울과 방콕.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 두 수도가 그 나라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느낌이 꽤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제2의 도시, 치앙마이. 서울과 방콕을 비교하듯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과 이 도시를 비교하면 그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도시화 정도나 인구밀도 때문이라기 보단 오히려 그 위치와 역사에 의해서, 어쩌면 정치적 맥락에 의해서 이 도시에 그 수식어가 붙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인구로 비교를 하면 9.8백만명인 서울 인구, 8.3백만명인 방콕 인구는 유사한 수준인데 바해, 부산의 인구가 3.5백만명인데 치앙마이 시티의 인구는 16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치앙마이에는 정식 등록되지 않은 유입 인구가 많아서 실제 인구는 20만명이 넘는다고 예상한다.)


태국은 한반도의 약 2.3배 정도이고 길이가 길다는 특징이 있다. 태국은 지역을 크게 4개로 나누어 북부, 남동부, 중앙부 그리고 남부로 보기도 하고, 6개의 지역으로- 북부, 서부, 중앙부, 동부, 남동부 그리고 남부 나누기도 한다. 어쨌든 방콕은 중앙부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전 국토를 고려했을 때 적당히 중간에 위치하는 편이다. 하지만 민족이 다양하고 넓은 면적에 의한 자연환경의 차이가 지역마다 크지만 특히 다른 지역들보다 남쪽과 북쪽의 삶의 방식은 꽤 다른 편이다. 그런 이유로 현재 태국의 지도 형태로 그 영역이 정리된 이후 초기의 정권은 북쪽 지역을 거점화 할 도시가 필요했고, 그곳이 치앙마이가 되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수도권 중심으로 경제, 정치, 문화가 집중되고 그로 인한 인구 밀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태국 역시 치앙마이 보다는 오히려 방콕 주변의 도시들로 도시화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일 뿐, 치앙마이는 태국의 개발과 도시화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 변화가 비교적 천천히 진행되는 듯하다.



태국 내 치앙마이의 지리적 위치 [출처: http://www.jbcbs.co.kr/bbs/board.php?bo_table=sub14_09&wr_id=8]



이런 치앙마이에 대한 평가는 내가 여기저기서 읽은 자료들에 나오기도 했고, 내가 만난 태국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치앙마이를 처음 만났던 내 개인적인 인상에서 비롯된 편이다. 처음 이 도시를 찾았을 때, 난 방콕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놀랐다. 사람마다 그 평가나 인상은 다르겠지만, 내게 치앙마이는 오래전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고층 빌딩도 드문드문이고, 낡은 건물과 도로 그리고 성곽이 보였고, 차만큼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많았다. 치앙마이 사람들이 일상을 사는 모습에는 느림과 여유가 엿보였다. 무엇보다 조그마한 도심에서 벗어나 차로 10분만 달려도 논과 밭이 펼쳐지고 녹음이 우거진 숲이 보였다. 그야말로 '시골 풍경'으로 둘러 쌓인 작은 도심을 소유한 도시가 치앙마이였다. 그래서 서울에서와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었던 내가 태국에서 방콕 외 도시를 탐색했을 때, 치앙마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사실 이런 환경적 이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공부를 한다면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치앙마이는 북부의 다양한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는 곳이다. 또한 이 주도에는 태국 북부 지역 사람들 뿐만 아니라, 국경을 마주하는 이웃 국가- 동쪽의 라오스, 서북쪽의 미얀마와 함께 골든 트라이앵글을 형성하며 국경을 넘어와 살고 있는 이들도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이런 이유들로 나의 탐색은 결국 치앙마이 그리고 그곳의 대학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한 달 살기 유행 도시, 치앙마이

언제부턴가 퇴사 후 공백기를 가지는 청춘들, 방학 때 아이들이 국내에 있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가족들 그리고 은퇴 후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즐기는 어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검색어, '한 달 살기'. 제주도로 시작되었던 이 한 달 살기는 점차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해외로도 발전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의 한 달 살기 중 치앙마이는 단연 인기 도시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직항으로 5시간 반~6시간 비행거리에 있는 가까운 도시이고, 비교적 안전하며, 무엇보다 저렴한 물가 때문에 치앙마이는 한 달 살기의 유행 도시다. 하지만 치앙마이가 한국 사람들에게 이렇게 살아보기 좋음직한 도시가 된 건 최근 일지 몰라도, 이미, 예전부터, 치앙마이는 전 세계 여행객들과 예술인들에게 장기 체류의 도시였었다.


왜 여행객들과 예술인들은 치앙마이를 사랑할까? Google에서 "why people love Chiang Mai?"라고만 검색해도, 외국인들이 써 놓은 치앙마이의 매력들을 수도 없이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이 치앙마이를 사랑하는 이유들은 이런 것들이 있다.



  적당한 시티의 크기                                                        

치앙마이는 여행하기에 적당하다. 너무 크지도, 그렇다고 답답하게 작지도 않다. 많은 여행객들은 스쿠터나 자전거를 빌려서 시티 여기저기를 다닌다. 치앙마이 시티(Mueang Chiang Mai District)를 벗어나 차로 30분~1시간이면 인근에서 시골 풍경이 펼쳐지는 치앙마이 주도의 곳곳(산캄팽, 산사이, 매림, 도이사켓 등)을 돌아보기도 어렵지 않다.



   저렴한 생활비                                                                

치앙마이의 물가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확실히 저렴하다. 예를 들면, 길거리 음식점의 한 그릇 음식은 대체로 30~50밧(약 1천 원~2천 원) 정도이고, 한 달 월세는 5,000~7,000밧(15만 원~25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한 달 생활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같은 사람이 한 달을 살아도 30만원이 드는 한 달과 105만원이 드는 한 달이 있을 수 있다. (브런치 Lynn작가님의 글을 참고하시길- https://brunch.co.kr/@lynnata/16  , https://brunch.co.kr/@lynnata/78)



  별의별 카페가 동네마다 있는 도시                            

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치앙마이에는 카페가 많다. 스타벅스나 태국 대표 wawee coffee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도 있지만, 주인장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매력적인 카페들이 골목 구석구석마다 자리 잡고 있다. 분위기도 인기 메뉴도 너무 각양각색이라서 my favorite cafe는 각자 다르다. 거기다 음료의 맛도 수준급이다. 하긴, 치앙마이 고산지역에는 커피 생산지들도 여기저기 많으니, 커피의 맛이 훌륭한 건 당연하다. 치앙마이의 카페를 사랑하는 한국인들도 많아졌다. 이미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라는 책도 발간되어 있다. 또한 브런치 포송 작가님의 글에는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카페들 정보도 가득하다(https:/brunch.co.kr/@ujinpeom/189

 , https://brunch.co.kr/@ujinpeom/190).



  음식의 천국 (특히,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완벽한 곳)    

태국 북부의 전통 음식부터 일반적인 태국 음식들이 가득하다. 외국인이 많은 도시인만큼, 서양 식당과 한중일 식당뿐 아니라 인근 메콩 지역 음식과 무슬림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곳들도 많다. 더욱 감사한 사실은 이 많은 음식들의 가격이 아주 착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이탈리안 식당에서 피자 한 판, 파스타 한 그릇, 맥주나 와인 한 잔씩... 두 명이 먹을 때 얼마 정도를 지출할까? 치앙마이에서 외국인이 많은 구역 중 하나인 타페 게이트 앞 웬만한 이탈리안 식당에서 이렇게 먹으면 500~600밧(1만 5천 원~2만 원) 선에 가능하다. 치앙마이에 정착한 현지 요리사의 솜씨를 즐길 가능성도 높다!

또한 치앙마이를 특별히 사랑하는 여행객들 중에는 채식주의자들이 많다. 치앙마이에는 채식 전문 식당이 많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들이라면 걱정 없이 치앙마이로 향해도 좋다.



  시장과 축제의 향연                                                         

여행으로 즐길 수 있는 묘미 중 하나인 시장 구경! 치앙마이에는 열리는 요일이나 시간, 파는 물건들의 종류에 따라 찾아가야 하는 시장이 다르다. 물론 동네마다 기본적인 상설시장도 있지만, 각기 다른 시장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장에 관해선 좀 더 자세하게 후에 다룰 예정이다!)

또한 삶을 즐기기 좋아하는 치앙마이 사람들에겐 축제도 많다. 태국을 대표하는 물축제로 잘 알려진 송크란이 4월. 그리고 12월 보름에 있는 등을 띄워 보내는 축제로 알려진 로이 크라통은 특히 치앙마이와 태국 북부지역에서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는 관광객들 탓에 치앙마이행 비행기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보상(Bosang) 지역의 특산품 우산을 알리는 우산 축제가 1월,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꽃 축제는 2월, 음력으로 6번째 보름으로 기념하는 부처님 탄생일인 비사카 부차 데이는 5월 그리고 채식주의자 축제는 10월에 펼쳐진다. 동남아시아 인근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은 이 시기에 맞춰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치앙마이를 방문하기도 한다.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도시 치앙마이는 일상 속 곳곳에서 예술적 센스를 만날 수 있다. 그 중에는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의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놀랍다 (2014~2016)



다 말 할 수 없는 매력

더 열거 할 수 있는 치앙마이의 매력은 넘치고 넘치지만... 다. 말. 할. 수. 없. 다. 내가 사랑한 그 많은 것들을 글로 다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모순된 문장이지만 '치앙마이는 공부만 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그 만큼 공부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공부도 결국 삶이니, 살기 좋은 곳이 결국 공부하기 좋은 곳 아닐까? 나는 그토록 많은 여행객들과 예술가들이 이 도시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각자의 삶을 공부하기에 너무나 적합한 곳이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이 지구별의 여행객이자 예술가이며 학습자란 확신이 들었다. 이 곳 치앙마이에선-


나의 걸음이 닿는 어디든, 내게 살기 좋은 곳이라면, 그곳에서 내가 여행객이고 예술가이며 학습자가 되는 것 아닐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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