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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Sep 21. 2024

호르몬에 절여진 아기엄마

"아기는 이렇게 계속 우는 건가요?"

"아기가 원래 이렇게 안자나요?"

태어나서 처음 안아보는 신생아가 우리 아기였다.

선생님은 엄마가 이렇게 걱정이 많냐고 했다. 점점 여쭤보기가 민망해졌다. 

아기가 입원한 다음 날, 조리원에 전화를 했다.


"아이가 입원을 했는데 언제 퇴원을 할 지 몰라 조리원 취소를 하고 싶습니다.."


원장님은 깜짝놀라 위약금없이 다 돌려준다고 하셨다. 눈물이 났다. 내 입으로 언제 퇴원할지 모른다고 뱉어내다니. 병원 면회는 오전 10시! 10분 정도였다. 그 잠깐을 보기 위해 3시간을 도로를 달렸다,

신생아 중환자실(니큐)는 철저하고 보안, 소독이다.

입구에서 전화를 걸어야 문을 열어주시고 2개의 문을 지나서 들어가면 거기서 손을 씻고 몸소독을 한다.

일회용 가운을 입고 또 다른 문을 들어가 복도를 깊게 들어가면 아기들이 있는 창문밖에 설 수 있다.

저기 행동둥이가 있다. 


"똥을 잘 쌌나요? 잠은요? 유축한 모유는 잘 먹었나요?"


아기가 크는데 별거 없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냐가 제일 중요했다. 아기 2차 배양검사도 수치가 이상하다고 했다. 혹시 항생제가 아이에게 부작용은 없는지 몇번을 확인했다. 입원한지 4일차 퇴원해도 된다고 선생님이 말씀주셨다. 아기 염증은 아마 아기가 아닌 외부요인일거라고 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혼란스럽다.

그럼 입원을 하지 않았어도 됐다. 아기 다리를 짜내서 피를 뽑을 필요도 없었고 그 가는 혈관에 주사바늘을 꽂을 필요도 없었다. 혈관이 터져서 다른곳에 꽂았어요 할 때는 마음이 휘청거렸다.


우리의 선택이 아이를 외롭고 괴롭게 한건 아닐까 싶었지만 다시 돌아가도 혹시나 하는 그 1%의 공포를 외면하진 못 했을거 같다. 입원을 시킬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이상한 죄책감이 밀려왔는데 달랠 방법이 없다.

부모가 무슨 짓을해도 다 막을 수 없고 타인이 판단할 수도 없다는 것을 배웠다.


조리원을 취소했기도 했고 아이랑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집으로 오고 싶었다. 친정엄마가 난리가 났다.

아이를 낳고 계속 면회를 갔고 집에 오면 울었다. 젖몸살에 잠을 못자고 온몸이 아프기 시작하니 엄마가 많이 걱정하셨다. 조리원에 본인은 가본적은 없지만 가면 엄마들이 조리를 할 수 있다고 하니 기여코 나를 보내셨다.


조리원 원장님도 잘됐다며 어서 오라고 하셨다. 아이 퇴원하고 조리원으로 들어갔다.

원장님께서는 하천이 보이는 가장 뷰가 좋은 방을 내어주셨다. 필요한건 언제든 말하라고 했다.

조리원에서 밥도 잘먹고 마사지도 받았다. 왠만하면 신생아실에 맡기지 않고 내 방에서 모유수유를 했다.

귀가 아이에게 붙었나 잠귀가 밝아져서 아기가 조금이라도 부시럭 거리면 후딱 일어나서 아기를 살폈다.

모유수유를 하다가도 눈물이 나고 샤워하다가도 울었다.

고장난 내가 원장님을 찾으면 호르몬 때문에 다들 그렇다고 했다. 앞으로 이렇게 아기 키우면서 질질짜야하나 

예민이 판을 친 동물속의 곰처럼 저는 살아야하나요.


아니 근데 글을 쓰다 보니 '울었다' '눈물이 났다' 단어들이 남발한다. 진짜 그때는 그랬다. 

별거 아닌걸로 온몸으로 울었다. 고장난 수도꼭지는 잠귀지도 않았다. 호르몬에 철철 절은 나는 걷는 걸음마다 눈물이 축축 떨어져 땅이 젖었다. 

출산 코칭 선생님께 여쭤보니 앞으로 그럴거라고 했다. 우는 아이 달래고 안자는 아이 품에 재워야한다고 했다. 엄마 아빠 몸에 딱붙어 있어야지 일단 100일까지는 아기를 많이 안아주라고 했다.


아니 다들 조리원 즐기러 쉬러 간다고 들었는데

난 모냐 진짜


마사지 받다가도 울어가지고 마사지 실장님이 엄청 웃었다

"김정은 산모님 잊지 못할거 같애. 이렇게 4차원일줄이야 아 너무 웃겨"

"헝헝엉엉엉 ㅜㅜㅜ 웃기셨다면 마음 좋네여. 하지만 제 눈물은 멈추지 않아여 엏어어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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