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화이자 2차 접종을 하러 간다.
책상에 책이 쌓이고 있다. 동거인은 '책장이 있는데 왜 책상에 책을 쌓아두는거야?'라고 말하지만 다 이유가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건 심적으로 부담이 된다. 거기에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라면 부담은 더 심해진다. 마음의 저항을 느껴가면서까지 왜 책을 읽느냐고 누군가 물어봐도 논리적인 이유를 말해줄 수는 없지만 아무튼 새로운 책을 펼치는 것은 늘 약간은 고통이고 그것을 펼치기 전에 긴 시간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폭넓게 읽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예를 들면 편집자들, 평론가들. '겁이 없나보다 대단히 용기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책장에 꽂혀있으면 내 눈에 자주 닿지 않으니까, 자주 보이는 책상 위에 두어 볼 때마다 '그래 다음 책은 저걸 읽겠어'라고 볼 때마다 다짐하는 것이다. 책을 계속 읽는데 그럼 왜 책상 위에 책이 쌓이냐면,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한 책이 아니라 갑자기 책장에서 조용히 숨을 쉬고 있던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또 책장 앞에 서면 '아 이 책은 책상에 놓아야 겠어' 하는 책이 생긴다. 그러다보면 책상에 무더기로 책이 쌓인다. 책상에 왔다가 결국 읽히지 못하고 대청소날에 책장으로 되돌아가는 책도 있다. 그걸 여러번 반복하는 책도 있다.
그래도 오늘은 좀 열심히 읽어야 한다. 6주전에 백신 1차 접종을 하고 나서, 몸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새로운 텍스트를 읽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백수라서 일도 안하는데 새로운 무언가를 읽지 못하니까 매일이 심심했다. 여러번 읽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 읽었다. 이번에도 그런 시간이 찾아올수도 있으니까 그걸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글, 새로운 작가, 새로운 문장들을 미리 많이 만나두어야 한다. 오늘은 그걸 하는데 마음을 쏟겠다. 그때는 올림픽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올림픽도 없다. 사태 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