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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영 Sep 21. 2021

일에 압도되는 나를 위한

똑똑한 중간관리자가 되기 위한, 아직 답 없는 질문몇 가지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모든 프로젝트들의 데드라인이 하루 이틀 간격으로 몰아칠 때. 문제는 그 프로젝트들의 나만의 일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는, 나는 중간 가교 역할로써 긴밀하고 시시각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때. 기억에 남는 하드코어 한 주간 중 하나는, 처음으로 매장 컨셉팅과 오픈 바이징을 주도적으로 했던 결이 오픈할 시점에 카페쇼가 겹쳤던 때. 매장 오픈하면서 빠진 것들 챙기면서, 오픈 언제 할 수 있을지 설왕설래하며, 오픈 마케팅은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 카페쇼에서 진행할 세션 홍보하고, 참가자 확인하고 했었어야 했던 그때. 아, 본격적인 부스로 나갔던 게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래도 그런 종류의 압도되는 순간들에는, 그 기간이 일시적이라는 것을 내가 명확히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 무리하는 것을 감내할 수 있었다. 밤에 종각에서 늦게 끝나고 을지로 입구 지하철을 타고 합정에 돌아가 사무실에 앉던 그때, 나는 일주일 뒤면 이 모든 게 다 종료되어있을 거야..라는 주문으로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 바쁨은 사실 프로젝트성 업무들이 아닌, 내가 하고 있는 업무의 종류가 점점 많아지면서 누적으로 쌓일 때이다. 그건 업무 범위가 늘어날 때 발생하기도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때 프로젝트들이 중첩되어 나오기도 하고, 작은 규모의 조직에서 누군가 퇴사하게 될 때 발생하기도 한다.  


위의 경우처럼 가랑비 젖듯이 늘어나는 업무는, 건별로 보았을 때 하나하나는 사실 큰 업무가 아니다. 어떤 건 하루에 10분이면 할 수 있는 업무이고, 어떤 업무는 한 달에 1-2번 정도만 한 시간을 내어 루틴하게 신경 쓰면 된다. 그러기 때문에 그 업무를 받을 때에는 큰 거부감 없이 업무를 수용하게 된다. 이것이 가랑비 업무들의 함정! 서로 다른 종류의 연관성이 낮은 업무들을 여러 종류를 하게 되면, 그걸 수행해가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단순히 그 업무를 해내는데 걸리는 시간의 합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서로 다른 영역의 업무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하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스위치 온 & 오프)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서로 연관성이 낮은 넓은 범위의 업무를 cover할 때에는, 나의 리소스가 합의 관계가 아닌 곱의 관계로 늘어나야 한다고 예측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래서 한계점이 왔을 때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한계점이 왔다고 인지한 순간조차도 한참 늦은 때이다. 

누구나 좋은 아웃풋을 만들려면 인풋을 넣을 시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실무뿐만 아니라 방향성을 디렉팅을 하는 단계에 넘어왔을 때에는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재치 있게 쳐내는 것 이상으로 장기적인 생각들을 배양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이 필요하다. 그건 생각을 환기시킬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서부터 나올 수 있고, 여유를 갖고 앉아서 읽는 책에서 나올 수도 있고, 미루어두었던 업계 동향을 리서치하는 것에서부터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아, 나 진짜 지금 일이 너무 많아서 미래를 위해선 아무것도 못하겠어! 혹은 루틴 한 업무들, 매일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우선순위가 높은 장기 과제를 못하겠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빨간 신호가 켜진지 꽤 오래되었다는 뜻. 

하지만 나는 연중으로 보았을 때 한계점을 느끼는 시기들이 꾸준히 있었다. 그때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것들 (성공적 채용, 혹은 채용 이후의 성공적 온보딩, 업무의 정리 및 이관, 팀원의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기)이 단순히 1-2주 사이에 끝나는 태스크가 아니고, 예측하기 어려운 태스크들이라는 점에서 가끔씩 현타가 밀려온다. 8월부터 지금까지, 신규 사업의 사업개발 포지션 채용에 이를 갈고 있으면서도 더 좋은 채용을 하기 위한 시간을 막상 많이 못 내는 나를 보면 가랑비 젖듯이 쌓여온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이 야속하기 그지없다. 생각을 정리하고, 큰 호흡으로 긴 에너지를 낼 시간들이 필요한데 점점 덩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내가 압도되는 상황들은 더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래 질문들에 대해서 나의 상황에 맞는 더 명확한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어떤 질문들은 스스로에게서 나올 수도 있고, 어떤 질문들은 다른 사람들의 경우를 들으면 더 잘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1. 중간 관리자들은 어떻게 시간과 에너지를 관리해야 할까?
나의 실무 시간과 에너지, 팀원들을 코칭하는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순전히 미래를 위한 생각을 하는데 쓰는 에너지의 밸런스는 어떻게 되는 게 이상적일까? 
2. 팀에 신규 팀원이 필요한 시점, 채용이 필요한 시점 - 너무 늦지 않은 - 은 언제일까? 
    (특히 업무량이 물리적으로 책정/ 배정되기 어려운 물리적인 영역인 경우에는) 
 3. 새로운 팀원이 왔을 때엔 어느 시점에 업무들을 주는 게 좋을까? 문화 온보딩(적응)과 실무를 맡기는 시점은 언제 즘이 기존 팀원과 신규 팀원 모두 만족스러운 타이밍일까?

4. 팀의 업무량이 많아질 때, 그 업무의 분배는 어떠한 기준으로 하는 게 가장 좋을까? 각 팀원의 성향, 업무 역량, 현재 맡고 있는 업무량 등을 고려할 때 무엇이 가장 큰 분배의 기준이 되어야 할까? 

5. + 중간 관리자로서 나의 업무량이 많아졌을 때, 업무 배분은 어떤 식으로 하는 게 가장 좋을까? 

11월까지는 여러 분의 도움으로 아래 질문들에 대해서 더 좋은 대답을 갖고 있는 내가 되어.. 관련한 글을 포스팅할 수 있기를-! 다짐하며 마무리하는, 큰 결론은 없는 추석의 넉두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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