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은 수채화로 만들자
처음 브런치 북을 연재하기로 결정하고 책 이름은 뭘로 할지 매주 언제 글을 올릴지 등등 계획을 짜는 내내 신나고 재미있는 일을 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되고 그러면서 동시에 가슴이 다시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지난 5월에 첫 글을 연재하고 지금까지 꼬박 3달 가까이 매주 목요일에 무슨 일이 있어도 연재를 까먹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면서도 과연 내가 이걸 정말 잘 끝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 글을 올리는 날이다. 누가 그랬다. 기다리는 날짜는 꼭 오게 되어있다고. 처음 연재글을 올리고 계산을 해보니 얼추 7월 말이면 하나의 책이 끝나겠구나 예상되었다. 물론 꼬박꼬박 글을 잘 쓰고 올린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그때가 지난 4월 말이나 5월 초 언저리였던 걸로 기억된다.
그 이 후로 다행히 나는 다른 일은 재껴 두고서라도 일주일에 한 번 매주 목요일마다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는 것은 빼먹지 않았다. 가끔 바쁜 주에는 회사에서 몰래 개인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들은 주말들을 활용했다. 덕분에 그동안 나의 주말은 항상 바빴다. 토요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주중의 평일처럼 차려입고 집 근처 카페로 출근을 했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이른 아침 교회 예배를 마치고 바로 곧장 도서관으로 출근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글이라는 것이 어떤 시간에 쓰고 그리고 글을 쓰는 장소와 주위 분위기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글이 줄줄 잘 쓰였던 시간은 주말의 아침 이른 시간 아니면 오히려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공간으로 치면 개인적으로 카페나 도서관이 좋았다. 집에서도 가끔씩 글을 쓰곤 했는데 그럴 때는 항상 방에 불을 끄고 은은한 불빛의 스탠드만 하나 키고 노트북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글이 쓰였다.
지난 이야기에서 말했듯이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내내 나의 숨겨 놓았던 감정들을 참 많이도 끄집어내었다. 누군가에게 말로 해야 할 것들 조차도 글로 쓰면서 정말 속이 다 후련했다. 한편으로는 나의 이런 개인적인 감정들을 과연 누군가가 읽어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맨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한 이유를 생각하면서 비록 아무도 나의 글을 읽어 주지 않고 그냥 잊힌다 해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도 그리고 참 고맙게도 나의 모자란 글들을 누군가가 읽고 '좋아요'도 눌러주시고 그걸 넘어서 '구독'까지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사실 50대 중반의 평범한 남자에게 뭐 그렇게 신나는 일이 많지 않은데 브런치를 통해 '기쁨'이라는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되었고 나도 뭔가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성취감도 덤으로 받은 기분이었다. 어떤 글은 조회수가 3000회를 넘었다는 알람을 받고는 스스로 놀랍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다시 나의 인생을 리부팅(rebooting)하고 새롭게 후반전을 시작해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한 이 브런치 연재를 통해 가장 좋았던 것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고 내 인생의 후반전으로 로그인(log-in)을 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듬뿍 받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삶이 흑백의 수묵화처럼 단순하고 무미 건조했다고 보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점점 내 인생이 알록달록 수채화처럼 바뀌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인생 후반전은 수채화로 만들기로 했다.
브런치북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나에게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를 잠시 정리하게 되었다.
우선, 가장 먼저 주말을 오롯이 나를 위해 아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주말 내내 글쓰기를 하면서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나 자신만을 위해 그 시간들을 다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두 번째는 매주 목요일이 항상 기다려졌다. 나 자신을 위한 그리고 나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회사를 위해 아니면 가족들을 위해서 뭔가를 계획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수없이 노력했지만 진정 나 자신을 위해 뭔가를 약속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나를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인해 가출 했던 나의 자존감이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이제 다음 브런치 북을 계획할 생각이다. 8월 한 달은 그냥 휴식을 가지기로 했다. 그 시간 동안 다시 시작할 책에 대해서 고민해 볼 생각이다.
나의 글을 쓰면서 동시에 브런치에 올라온 다른 작가님들의 글들을 많이 읽었다. 보면서 참 많은 것들을 느꼈다. 좋은 글들은 하나같이 공통점들이 있었다. 이건 순전히 나의 개인 생각일 뿐이다. 좋은 글들은 그것들이 단순히 글이 아니라 마치 내가 그 작가님들의 옆에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있는 듯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의 두 번째 브런치 북은 그렇게 써볼 생각이다. 누군가에게 얘기를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