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필드.
시드니의 한 동네 이름이다.
하버 브리지를 중심으로 북쪽과 남쪽이 나뉘는 시드니에서 린필드는 북쪽에 위치해 있다.
도심에서 적당히 떨어져 있지만 교통이 좋고 나무와 공원이 많은 조용한 동네다.
높은 아파트보다는 이쁜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메인 도로를 빼고는 주로 좁은 골목이나 작은 도로들이 대부분이다. 평지도 있지만 오르막 내리막도 제법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린필드를 자주 찾았다.
생각해 보니 일요일엔 늘 갔었다.
기차역이 있는데 오래된 헤리티지 모습 그대로다.
호주 사람들은 현대식으로 새롭게 지은 것들보다 오래된 것들을 좋아한다.
날씨가 좋은 날엔 기차역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사들고 동네 골목골목을 걷는다.
걷다가 좋은 집도 구경하고 잘 가꾼 이쁜 꽃들도 구경하면 행복이 별것 없다는 생각이 날 정도로 힐링이 된다.
머릿속에 뭔가 잔뜩 채워져서 무거운 날이나
뭔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데 어떤 것을 택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은 날이나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서 추운 날이나
아니면 다시 살아가야 할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면
린필드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동네 공원의 파란 잔디 위에서 피크닉을 하는 연인들을 보고
귀여운 강아지들과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햇볕이 잘 드는 벤치에 앉아 있는 늙은 할머니들을 보고
잔잔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여기가 천국인가라는 착각이 들 때도 있다.
가끔은 친절한 호주 사람들이 혼자 앉아 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도 있다.
혼자 있고 싶어서 왔지만 그 친절함이 때로는 나의 외로움을 잊게 하곤 한다.
그들이 내뱉는 일상의 소소하고 시시콜콜한 잡담들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어느덧 나의 머리가 가벼워지고
무엇보다 그것들로 인해 웃을 수 있었다.
뭔가에 이끌려 온 이 동네가 어쩌면 내 인생의 운명인가
나는 왜 하필이면 여기 이 동네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가
그런 질문들을 던지곤 했었다.
린필드를 다녀오고 나면 많은 영감이 떠오르고
그것들은 나를 다시 살아가게 만들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의 글쓰기의 소재가 된 적들이 많았다.
그래서 예전부터 언젠가는 이 동네의 이름으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여러분들은 자신만의 특정 동네, 도시, 또는 장소가 있나요?
흔히들 말하는 그 인생 장소가 있나요?
그곳에서 인생이 바뀌었거나 아니면
기분이 우울하거나 울적할 때마다 찾아가면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던지 또 아니면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고 나만이 알고 싶은 곳 말이죠.
<나의 린필드> 이 브런치 책은 나의 인생 장소에서 내가 받은 영감들을 기록하고
그것들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기획한 것입니다.
아마도 긴 글보다는 이 프롤로그처럼 짤막 짤막한 문장으로 쓸 예정입니다.
혹시 아직도 자신의 인생 장소가 없다면
이 책의 연재가 끝나기 전에 하나쯤 만들어 보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