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시작할 때 한 가지 목표를 정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한 가지 "좋은 습관"을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남들처럼 나도 매년 연초가 되면 늘 많은 계획들을 세우곤 했다. 그런데 잘 알다시피 인생은 자신의 계획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말에 더욱더 동감이 된다.
어쩌면 많은 계획을 세우고 도전하는 일은 젊은 세대들한테나 어울린다고 본다. 나이 들면 오히려 많은 계획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확률이 많아져서 오히려 작고 소소한 계획들을 찾아서 시도해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많은 계획에 도전하고 있는 분들도 많으리라 장담한다.
올해는 여러 가지 생각 말고 딱 한 가지만 정해서 그것을 나의 "좋은 습관"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습관은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참 동감이 되었다.
그러면 나쁜 습관과 좋은 습관의 차이는 뭔가?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이 나쁜 습관은 별로 애를 쓰지 않아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식사 후에 담배를 피우는 것을 생각해 보자. 나도 젊었을 때에 참 담배를 많이 피웠다. 특히, 이상하게도 밥을 먹고 나면 거의 자동으로 호주머니에 있는 담뱃갑을 찾게 되고 어느덧 내 입에 담배가 물려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 이런 "나쁜 습관"을 위해 내가 무슨 엄청난 공을 들이거나 피나는 노력을 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냥 자동반사적으로 그것은 습관이 돼버린 것이다.
반면에 좋은 습관은 만들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쉬운 예를 들어 보자.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하기. 아마도 이 말만 들어도 벌써부터 한숨을 푹 쉬는 독자분들이 여기도 있으리라 감히 상상해 본다. 특히나 매일매일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새벽에 먼저 일어나서 운동하는 습관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는 다 알지만 문제는 그것을 자신의 루틴이나 습관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것을 습관으로 만들기까지는 상당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또 하나의 도전이기도 하다. 그 전날의 야근이나 회식으로 못 가고, 또는 피곤하니까 또 아니면 오늘은 주말이니까 등등의 핑계가 제일 먼저 생각나기 쉽다.
이렇듯 좋은 습관은 만들어가는 그 과정은 정말 힘들지만 일단 한번 만들어지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특징도 함께 있다. 나의 아내는 거의 매일 새벽 일찍 출근을 하는 일이 많다. 참고로 나의 아내는 신혼 때부터 줄곧 아침잠이 참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면서 새벽 출근을 해야 했는데, 처음 몇 주 동안은 정말 힘들어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신기하게도 알람 소리가 울리기 딱 5분 전에 먼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알람이 필요 없게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이미 그 루틴이 몸에 습관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올해 나의 좋은 습관 계획은 바로 "매일 기도하기"이다. 나는 원래 크리스천이 아니었다가 우연히 몇 년 전부터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년까지 여전히 나는 흔히들 말하는 "선데이 크리스천(Sunday Christian)"이었다. 주말에만 교회에 나가서 목사님 설교를 듣고 기도를 했었을 뿐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아무것도 안 했다.
어느 날 주일 예배에서 목사님이 "습관"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특히 "좋은 습관"으로 인생이 바뀐 몇 가지 사례를 직접 이야기하면서 올해 하나쯤 만들어 보라고 권하셨다. 그날따라 마음이 울렸다.
돌이켜 보면 새해마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곤 했지만 그것들은 오로지 일시적인 이벤트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좋은 집을 사서 이사 가기 라던지 아니면 회사에서 승진하기 또는 주식 투자를 해서 얼마 큼의 돈을 벌어야겠다던지 등등 대부분이 습관적으로 평생 이어 갈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다 일회성 목표에 불가했다. 그렇다 보니 계획이 계획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에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이었거나 아니면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었거나 여러 가지 이유를 가져다 붙여서 변명을 하거나 나 자신을 위로하곤 했었다.
목사님이 좋은 습관을 말하면서 성경에 나오는 "다니엘"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사자굴에 던져지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늘 하던 루틴을 했다고 했다. 그것은 하루에 세 번 하나님께 기도하는 습관을 지켰다는 것이라고 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도망가거나 숨을 계획을 하겠지만 다니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늘 하던 그 "좋은 습관"을 똑같이 했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예배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나도 다니엘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늘 꾸준히 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것들이 생각이 났지만 솔직히 그 어느 것들도 꾸준히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다니엘처럼 나도 매일매일 기도하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나의 1호 좋은 습관으로 "매일 기도하기"로 정하고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다.
예전에는 기도는 교회를 오래 다니신 집사님이나 장로님들이나 하실 수 있는 대단한 기술이라고 생각하기만 했다. 나처럼 선데이 크리스천에게는 너무 어려운 것이라고 여겨졌었다. 그런데 어느 목사님이 유튜브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기도는 대화다. 그래서 무슨 대단한 미사여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한 문장이라도 상관없다고 하셨다. 그걸 듣고 나니까 나도 기도를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기도하기는 정말 나에게 습관이 되어 벼렸다. 시간에 상관없이 공간에 상관없이 상황에 관련 없이 기도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이런 기도하는 습관은 나를 변화시켰다.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걱정이 줄어들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감히 말하건대 나에게 기도하기는 "좋은 습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여러분들에게 기도하라고 권하는 말을 아니다. 이처럼 꾸준히 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뭔가를 시작해 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혹시 그것이 습관이 되고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분명히 "좋은 습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좋은 영향력이라는 것은 나 자신을 행복하게 기쁘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을 위하는 봉사활동도 어떻게 보면 나보다도 남을 도와주는 일이지만 결국에는 그것으로 인해 나 자신이 더 기쁘고 행복해지기 때문에 나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작은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면 좋은 습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주말에 날씨가 좋아서 린필드 골목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내 발걸음이 멈춘 곳이 있었다. 바로 좁은 골목길의 누군가의 집 담장에 서서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는 녀석들이 있었다. 마치 저기 길게 서 있는 꽃이 나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Valley Lane, Lindfie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