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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에서 긍정으로 유턴

by BM

부정과 긍정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매일매일 부정과 긍정을 왔다 갔다 하곤 한다.

아침에는 부정적이었다가 점심을 먹고 나면 긍정적으로 바뀌기도 하고 그러다 또 저녁에 다시 부정 쪽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는 어느 한쪽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지 않나?


예를 들면 어느 날에는 하루 종일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좋은 일들이나 또는 신나는 일들로 가득해서 아니면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술술 잘 풀리면서 종일 내내 긍정에서 산다.


그 반대도 있다. 하루 종일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기분이 가라앉거나 마치 감옥에 갇혀서 나갈 수 없는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들이 분명히 있다.


흔히들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일부러 좋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해도 어느 순간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안 좋은 것이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고 마치 끝이 없는 바다밑으로 계속 내려가려는 기분이다. 이제 다 왔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바닥이 아니고 더 내려가야 할 것 같은 그 무거운 부정의 추가 나를 바다 저 밑의 바닥으로 계속 끌고 내려가는 그런 날이 간혹 온다.




사실 긍정과 부정은 먼 거리를 두고 있지 않다. 마치 2차선 국도처럼 노란색 중앙선을 기준으로 한쪽은 긍정차선 또 다른 쪽은 부정차선이다. 바로 옆에 있다.


긍정차선으로 안전 운행을 하다가 잠시 머뭇하는 순간 노란색 중앙선을 넘어서 반대편 부정 차선으로 넘어간다. 누구에게 특별하지 않다. 모두에게 다 비슷하다. 그 중앙선을 넘어가지 않으려고 애쓰고 해 봐도 가끔씩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온다.문제는 못 돌아올때다. 그러면 사고가 난다. 아프다 그리고 그 상처가 꽤 오래 간다.


가끔은 내 의지가 아니라 문득 갑자기 부정 차선이라는 도로를 올라 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중간에 빠져나가는 길이 없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그런 길을 달린다. 마치 부정의 생각은 또 다른 부정의 자식을 놓고 그 자식은 또 다른 부정의 손주를 낳듯이 말이다.


그럴 때는 유턴을 해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긍정적인 차선으로의 유턴이 필요하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너무 멀리 가기 전에 유턴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영 다른 길로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이 50이 넘어가니까 걱정과 생각이 많아졌다. 많아진 생각은 늘 긍정 쪽 보다 부정 쪽이 더 많은 법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에 한번 잡히면 끝없는 부정 차선의 도로를 계속 타야 할 수가 있다. 그럴 때는 빨리 유턴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그 지긋지긋한 부정의 늪에서 빠르게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람마다 이 유턴의 시간과 장소가 다 다르다. 나에게 유턴 장소는 늘 린필드다. 부정적인 생각에 잡혀 스스로를 부수고 때리고 할퀴고 있는 나를 질질 이끌고 힘들어도 굳이 이 린필드로 온다. 그 동네에 나를 온전히 버린다. 동네 길을 걷고, 걷다가 이쁜 꽃을 보고, 그러다가 나무도 본다. 따스한 햇볕에 나의 온 마음을 쬐게 한다. 부정적인 생각의 습한 옷들을 말린다. 그러면 어느덧 머릿속은 시원하게 비워지고 심장은 베옷의 느낌처럼 깔깔해진다. 이것이 나만의 유턴이다.


길을 잘못 들었으면 유턴을 해야 하듯이 꼬리를 무는 생각의 늪에서 잘못 들어갔다고 생각되면 유턴이 필요하다. 너무 멀리 잘못된 길을 가지 않았다면 정상적인 유턴을 하면 되지만 만약 생각보다 너무 멀리 갔다면 불법 유턴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갈 수 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유턴 방식을 가지면 좋겠다. 때로는 그 작은 유턴이 인생을 다시 긍정의 차선으로 돌려 놓을지 모르니까요.


Russell Ave. Lindfield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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