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로운 동료, AI

by BM

거의 한 달 가까이 글을 연재하지 못했습니다.


매주 브런치에서 날아오는 '연재 촉구' 알림도 애써 외면하며, 솔직히 고백하자면 조금 게으름을 피웠던 것 같습니다.


사실 브런치의 조언이 틀린 게 하나 없더라고요. 글쓰기는 습관과 같아서 매일 쓰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지만, 한 번 거르기 시작하면 두 번이 되고, 그게 열 번이 되는 건 정말 한순간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게으름을 털어내고 펜을 잡으려 합니다.


앞으로 몇 주간은 제가 최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몇 가지 현실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AI, 나의 든든하고도 낯선 동료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 분위기는 AI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챗GPT나 제미나이를 사용하면 사내 보안 정보가 유출될까 염려해 오히려 사용을 금지하곤 했습니다.


세상 밖에서는 AI가 생산성을 혁신할 것이라는 뉴스가 연일 쏟아졌지만, 막상 동료들은 큰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품 기획을 담당하는 제 생각은 조금 달랐어요.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결국 매니저를 끈기 있게 설득한 끝에, 저만의 작은 특권처럼 유료 버전을 조심스레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종 AI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결과물을 공유할 때면, 굳이 AI를 썼다고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혹시나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계실까 봐 조심스러웠거든요.


하지만 작년 중반부터 AI의 발전 속도는 눈이 부실 정도였고, 어느덧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신규 제품에 AI 기능을 포함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회사의 흐름이 바뀌었죠.


이제 저는 기획서의 첫 줄부터 직접 쓰지 않습니다. 아이디어의 핵심을 요약해 AI에게 건네면, 단 몇 분 만에 훌륭한 초안이 완성됩니다. 가끔은 저보다 낫다는 생각에 겸허해지기도 해요. 그렇게 절약한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는 이제 다른 곳에 쏟고 있습니다.


문서 작성뿐만이 아닙니다. 이제 구글 검색 대신 AI에게 묻습니다. 시장 조사, 경쟁사 분석, 데이터 요약처럼 긴 시간을 잡아먹던 일들을 AI가 든든하게 처리해 주니까요. 제게 AI는 이제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함께 가는 동료입니다.


새로운 동료가 들어오면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AI라는 동료와도 호흡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답변의 깊이가 달라지기에, 요즘 저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며 틈날 때마다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AI가 제 일을 대신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저는 AI를 친구처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남는 에너지를 고객을 이해하는 일에 쓰고 있거든요. 예전에는 잡다한 보고서와 발표 자료를 만드느라 정작 우리 제품을 쓰는 '사람'을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서비스를 누리는 주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니까요.



빨라진 시계, 그리고 남겨진 숙제들


물론 AI가 장밋빛 미래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임원분들도 AI의 효율성을 잘 알기에 업무 완료 기한에 대한 기대치가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예전엔 일주일 걸리던 일을 이제는 2, 3일이면 충분하지 않냐고 묻곤 합니다.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기분이랄까.


세상의 시계가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이 속도에 잘 올라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 느끼는 중압감은 생각보다 큽니다.


완벽한 제품보다 '남들보다 빠른 출시'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세상을 보며, 문득 숨이 가빠지기도 합니다. 챗GPT가 구글을 앞설 수 있었던 전략도 결국 속도였으니까요.


사실 가장 마음이 쓰이는 부분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길을 가라고 선명하게 말해주기가 참 어려워졌습니다. 모든 직업이 AI로 대체될 것만 같은 막연한 공포가 우리 주변을 맴돌기도 합니다.


얼마 전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학사 과정을 폐지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 전공자로서 느낀 격세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AI는 우리 삶을 편하게 해 주지만, 동시에 묵직한 도전장을 던지기도 합니다. 이제는 이 변화를 현실로 오롯이 받아들여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필요하다면 기꺼이 배우고, 도구로 삼아 함께 걸어가야겠지요.





아날로그의 향기가 그립다.


그래도 여전히 내 생활의 몇 가지는 수동이나 아날로그로 되는 것들로 누리고 싶다.

기계가 다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갈아서 일일이 뽑아주는 커피를 마시는 것

자율주행으로 알아서 운전하는 전기 자동차가 아니라 거칠어도 엔진 소리가 조금은 나는 오래된 자동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하는 것

기계가 읽어주는 책보다는 종이 냄새가 나는 책을 직접 보고 읽는 것

에어 플라이에 넣어서 즉석으로 나오는 요리보다는 내가 직접 만든 김밥을 맛있게 먹는 것

이메일이나 카톡으로 지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것보다는 힘들지만 손편지를 쓰는 것

식기 세척기를 이용해 자동으로 설거지를 하는 것보다는 직접 손으로 씻으면서 아내를 이해해 보는 것


이렇게 적고 나서 보니 여전히 우리는 이런 아날로그적인 삶에서 더 많은 사랑과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이런 감정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할 거라고 봐요.


오랜만에 아내와 바닷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실컷 자연을 구경했습니다.


Balmoral Beach, Mosman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하라 - 이사야 40:8

수요일 연재
이전 21화거름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