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지끈거리는 아침이었다.
지난 주말 응급실의 여파로, 일어나자마자 아픈 목을 부여잡았다.
생리는 일주일이나 빨리 시작했는데, 운 나쁘게도 심한 통증이 따라왔다.
그렇게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가을이 훑고 지나간 초겨울, 시린 코끝을 움켜쥐고 세수를 했다.
모닝콜은 출근 두 시간 전으로 맞춰놨는데,
결국 침대 안에서 삼십 분은 뒹굴거리고 만다.
수도꼭지의 물이 따뜻해질 시간조차 아까워서
찬물로 얼굴을 부여잡는 순간에야 정신이 든다.
만원 버스, 만원 지하철.
몸을 밀어 넣듯이 회사에 도착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아침부터 팀원들에게 괜히 화가 났다.
생리통 때문인지,
속이 타들어 가는 듯한 위산 때문인지,
혹은 덜 먹었는데도 늘어나는 몸무게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니, 이유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얼굴이 부었네.”
“오늘 표정이 좀 안 좋다?”
그 말들이 오히려 내 기분을 더 짙게 물들였다.
지시한 일을 하지 않은 팀원,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주는 팀원까지.
애초에 참는 법을 모르는 나는
타이르고 격려해야 할지 고민할 틈도 없이 화를 내고 말았다.
“어제 말한 거 아직 안 했네?”
그렇게 팀원에게 풀어냈지만,
별 타격 없는 그 얼굴을 보니 오히려 내 힘만 빠질 뿐이었다.
‘기분이 행동이 되지 않게.’
어디선가 읽은 문장이 스쳐 지나갔다.
혈기왕성하게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복도로 나왔다.
나가봤자 갈 곳은 딱히 없다.
화장실과 복도를 오가며,
웹툰으로 나쁜 감정을 떨쳐내려 애썼다.
이날 점심은 늘 그렇듯 ‘미술 시간’이었다.
회사에서 힘든 날마다 감정 컨트롤을 위해 시작했던 미술,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크리스마스 장식 그림을 그리며
두 달 남짓 남은 연말을 생각했다.
올해도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릴까, 잠시 고민했다.
미술이 끝나고 업무시간이 1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퇴근시간과 함께 육체적 고통이 함께 사라졌는지, 팀원들과 시시덕거릴 만큼 건강이 회복되어버렸다.
육체적 고통의 해방과 함께
“이제야 얼굴이 좀 돌아왔네.”
라는 말을 들었다. 꽤나 감정에 솔직한 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상기됐나 봐요.”
라는 말로 그 말에 응수를 했다.
감정의 흐름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오갔다.
차가움에서 타오를 듯한 화로,
그리고 다시 축 가라앉음으로.
이 모든 색을 섞고 또 섞으면,
결국 올해의 색, 모카무스가 된다.
따뜻하지만 약간 쓸쓸한 색.
정말 짧은 가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내 감정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싶었다.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내 마음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하루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