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포식자로 자리 잡은 키위새
FACT
-키위새는 뉴질랜드에 서식하는 날지 못하는 조류다.
-키위새는 주로 밤에 활동하며, 후각이 발달하여 땅속 벌레와 열매를 찾아 먹는다.
-키위새의 알은 몸 크기에 비해 엄청나게 크다 (몸무게의 20% 이상).
-천적이 거의 없었던 뉴질랜드에서 자연적으로 방어 기제를 발달시키지 않았다.
-인간이 들여온 외래종 (족제비, 고양이, 개, 쥐 등) 에 의해 급격히 개체 수가 줄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QUESTION
-수천 년간 천적 없이 살아온 키위새는, 생태계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외래종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키위새를 보호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할까?
-균형을 잃은 생태계는 어떻게 회복될까? 인간이 개입한 자연은 되돌릴 수 있을까?
뉴질랜드의 숲과 초원에는 수천 년 동안 키위새가 살아왔다. 그들은 날지 못했지만, 깊은 밤 조용히 숲을 거닐며 땅속 벌레와 열매를 찾았다. 천적도, 위협도 없는 이 섬은 그들의 것이었다.
그러나 백 년 전, 인간은 무지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모든 것을 바꾸었다.
영국인들은 뉴질랜드로 이주하면서 사냥용으로 토끼를 들여왔다. 하지만 토끼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번식했고, 그들의 수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처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작은 초식동물일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곧 초원은 황폐해졌다. 토끼들이 잔디 뿌리를 파헤치며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동안, 키위새의 둥지는 짓밟히고, 땅속 벌레들은 사라졌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서 키위새의 개체 수도 점차 줄어들었다.
족제비들은 토끼보다 느리고 방어력 없는 키위새를 노리기 시작했다. 둥지는 약탈당했고, 새끼들은 한 마리씩 사라졌다. 숲에는 키위새의 울음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토끼는 여전히 왕성하게 번식하고 있었고, 키위새만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뉴질랜드 정부는 키위새의 멸종을 막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더 강하고 생존력이 뛰어난 키위새를 만들어냈다.
그들이 설계한 키위새는
더 빠르게,
더 공격적으로,
더 강한 생존력을 가진 새로운 생명체였다.
이제 인간이 만든 ‘이상적인 키위새’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정부는 4쌍의 유전자 조작 키위새를 방사했고, 그들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그러나 곧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새로운 키위새들은 폭발적으로 번식했다. 그들은 더 이상 피식자가 아니었다.
처음엔 작은 곤충과 설치류를 사냥하기 시작했고, 곧 더 큰 동물들, 심지어 양 떼까지 공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뉴질랜드의 초원에서 양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천적이 없던 온순한 키위새가, 이제는 빠르고 공격적인 사냥꾼이 되어 있었다.
정부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토끼를 막기 위해 들여온 족제비는 키위새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었고, 키위새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유전자 조작 개체들은 이제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양 농가들은 키위새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기 시작했고, 정부는 이들을 다시 통제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이제 키위새는 예전의 키위새가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이 만든 새로운 외래종이었고, 이제 인간마저도 두려워해야 할 존재가 되어버렸다.
결국, 인간은 무엇을 위해 자연에 개입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