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멸 vs 공존, 인간의 선택은?
- 쇠똥구리는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분해하여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도시화와 초식동물 감소로 인해 쇠똥구리는 먹이를 찾기 어려워졌다.
- 인간이 만든 환경 변화가 결국 자연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면, 우리는 이를 되돌릴 수 있을까?
- 박멸이 정답일까, 아니면 새로운 방식의 공존을 찾아야 할까?
- 우리가 위생을 지킨다고 믿는 방식이, 오히려 새로운 위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쇠똥구리는 똥을 먹는다.
그러나 쇠똥구리라고 해서 아무 똥이나 먹는 것은 아니다.
쇠똥구리는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선호하며, 그것을 분해해 자연을 정화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초식동물의 똥을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쇠똥구리는 아사 직전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던 쇠똥구리는 처음엔 개의 똥을, 그리고 이후에는 인간의 똥을 먹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그 시기는 전염병이 창궐하여 인간들이 백신을 맞던 시기였다.
인간의 똥에는 각종 항생제와 걸러지지 않은 화학 오염물이 가득했다.
쇠똥구리들이 당연 이를 알 리가 없었다.
그들은 단순히 살기 위해 인간의 똥을 섭취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쇠똥구리들을 변화시켰다.
각종 화학물질, 기생충, 약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쇠똥구리들의 몸에는 신체적 변이가 일어났다.
원래도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곤충이었으나,
초식동물이 많은 초원에서 살아가던 그들은 이제 전혀 다른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각종 항생제, 호르몬, 농약에 적응한 쇠똥구리들은 도시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곤충이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변종 쇠똥구리, 도시를 점령하다
처음 이들이 발견된 곳은 하수처리시설이었다.
하수처리장에 모인 각종 배설물에서 똥을 굴리는 곤충이 포착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곳에 머물지 않았다.
쇠똥구리들은 배수관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수구 → 오물 처리장 → 위생이 좋지 않은 거리 → 그리고… 각 가정의 변기
변기에서 기어 나오는 곤충을 본 사람들은 경악했다.
공포는 빠르게 퍼졌다.
"우리 화장실에서 곤충이 나온다고?!"
"이건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니야!"
정부는 쇠똥구리 박멸을 위한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들의 번식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처음에는 하수처리시설에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어차피 그들은 배설물을 분해하는 곤충이잖아.”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미 변이 된 이 곤충들은 인간의 위생을 위협하고 있어.”
쇠똥구리들은 인간의 배설물을 섭취하며 새로운 질병의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특히 변종 곤충의 등장은 이미 코로나를 겪은 인류에게 공포였다.
쇠똥구리를 박멸해야 할까?
아니면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야 할까?
정부는 결국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진행했다.
- 도심 지역의 박멸 작전
- 배수관 내에서만 번식하도록 유도하는 실험
그러나 이미 깨진 균형은 쉽게 되돌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