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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균형, 끝없는 굶주림

균형을 잃은 생태계, 그다음은 누구인가?

by CAPRICORN Mar 06. 2025

FACT

-개미핥기는 개미굴을 완전 파괴하지 않는다.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 중 하나)

-개미핥기는 하루에 3만 마리의 개미를 먹는다

-어미 개미핥기는 새끼를 약 1년간 등에 업고 다닌다

-개미핥기는 벌목과 서식지 파괴로 인해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Question

-천적이 사라진 개미는 과연 자연을 건강하게 유지할 것인가

-개미핥기가 개미의 단순한 포식자일까

-생태계에서 균형을 이르면 다음 차례는 과연 누구인가



앤츠는 개미 군체의 일개미다.
앤츠에게는 묘한 친구, 개미핥기 리크가 있다.

리크와 앤츠는 분명 친구가 될 수 없는 사이였다.
끈적한 리크의 혀가 개미굴 속으로 들어갔을 때, 그리고 그 혀가 앤츠 앞에서 딱 멈췄을 때, 

리크는 아슬아슬하게 "살았다"라는 것에 묘한 쾌감을 느꼈다.

곧장 그 길로 앤츠는 배부른 리크에게 가서 말을 걸었고,
의외로 "한 마리"에는 관심이 없던 포식자 리크는
앤츠와 기꺼이 말을 섞었다.

앤츠는 항상 루틴대로 먹이를 찾으러 갔고,
리크 또한 루틴대로 먹이를 찾으러 다녔다
리크의 "생태계 유지"라는 묘한 규칙 때문에
이미 한 번 먹어 치운 앤츠의 굴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다시 방문할 것이었다.
그 덕분에 앤츠는 리크가 딱히 두렵지 않았다.

리크 또한 마찬가지였다. 

"먹잇감이 말을 걸다니."

하지만 한 번 핥으면 150마리의 일개미를 취하는 리크에게
한 마리는 빵 부스러기 수준이었다.
군침도 돌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다"라는 감정이 먼저 일었다.
그렇게 묘한 관계가 성립되었다.


앤츠가 리크를 알던 때는 이미 리크가 임신한 지 5개월 차일 때였다.

앤츠와 리크는 한 달여 만에 꽤 강한 유대감을 쌓았고,
리크가 아이를 낳았을 때 앤츠는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내가 대부가 되는 건 어때?"

리크는 웃어넘겼다.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 리크에게 앤츠는 새롭고 신기하기만 한 존재였다.

리크의 아이, 이트는 리크의 등에 항상 업혀 있었다.
앤츠는 힘들어 보이는 리크가 안쓰럽다가도
피식자로서 자신이 이런 감상에 빠진다는 게 우습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모성애를 가진 리크와 이트가 부럽기만 했다.

"어미는 저렇구나."
여왕개미와 너무 다른 리크와 이트.
그 모습은 앤츠에게 새로운 충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이 흔들렸다.
거대한 기계들이 나무를 베며 숲을 짓밟았다.
리크는 이트를 업고 필사적으로 달렸다.
이트만은 살려야 했다.

그러나 총을 든 인간들은
나무를 베는 데 걸리적거리는 존재들을
가차 없이 쏴버렸다.

앤츠는 죽어가는 리크를 발견했다.
리크는 죽어가면서도 이트를 걱정했다.

이트는 혼자 살아남기엔 너무 작은 개체였다.
아직 개미를 혼자 먹을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였다.

그리고,
"대부"가 되겠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지만,
너무나도 작은 앤츠는 이트를 돕기엔 단순한 피식자일 뿐이었다.

이제 5개월 차가 된 이트는
리크 없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앤츠는 그렇게 자신의 무리로 돌아갔다.

아마 벌목 과정에서
많은 개미핥기가 죽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개미들의 개체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너무 많았다.
너무 많아서, 모든 개미들에게 충분한 식량을 제공할 수 없었다.

초목을 갉아먹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땅속의 곰팡이 농장은 황폐해졌다.

이제 개미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다.
군체와 군체가 맞붙었고,
같은 종끼리 전쟁이 벌어졌다.

그들은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개미 군체들은 서로를 적으로 인식했고,
더 강한 군체가 약한 군체를 집어삼켰다.
밀려난 개미들은 더 먼 곳으로 이주했지만,
이미 초목이 사라진 땅은 그들에게 새로운 터전을 제공하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굴을 팔 수 있는 땅이 없었다.
어디를 가도, 숨을 곳이 없었다.

굶주린 개미들은,
결국 서로를 먹기 시작했다.

일개미들이 동료들의 시체를 나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장례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동족의 살을 뜯었다.

한때, 같은 터널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이제는 단순한 ‘먹이’가 되었다.

그렇게, 개미들은 처음으로 동족포식을 시작했다.


폭우가 쏟아졌다.
비에 쓸려나간 개미들의 시체가 땅 위를 뒤덮었다.

불과 몇 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앤츠는 특유의 생존력으로 살아남았지만,
씁쓸한 기분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과연 이트는 살아남았을까?'

자신의 몸집에 50배나 큰 이트를
자신이 돌볼 수 없었음에도
조금 더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트라도 살았다면, 이 지경이 됐을까?'

어쩌면, 이트는
머나먼 곳에서 또 다른 균형을 만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초인처럼 이트가 오지 않을까?

앤츠는 개미들의 시체,
그리고 그 시체를 먹는 개미들을 보며
상념에 잠겼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은 아마 개미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다음은 누구 차례가 될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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