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선물의 유혹, 예견된 결말
Fact
일부 거미 수컷은 짝짓기 후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성적 포식(sexual cannibalism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생존을 위해 일부 거미 수컷은 암컷에게 선물(누프티얼 기프트, nuptial gift)을 주어 공격성을 낮춘다.
하지만 어떤 수컷은 가짜 먹이(빈 고치 등)를 주고 교미하려고 하며, 발각될 경우 더욱 높은 확률로 공격받는다.
거미의 짝짓기 전략은 종마다 다르며, 일부 거미는 교미 도중 자신의 일부를 희생하여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도 한다.
Question
수컷 거미는 왜 짝짓기 후 살아남기보다, 번식 확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일까?
생존보다 번식을 선택하는 본능은 거미에게만 해당할까, 아니면 다른 종들에게도 적용될까?
처음엔 그저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빈 공을 주고, 암컷이 공을 해체하는 동안 교미를 끝내고 도망쳤다.
단순했다. 운이 좋았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그때부터는 단순한 생존이 아니었다.
그는 ‘속이는 것’ 자체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암컷이 공을 받아들고, 홀린 듯 공을 해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가 우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짜릿한 감각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었다.
그는 마치 도박에 중독된 것처럼, 이번에도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공’을 정성껏 만들었다.
거미줄을 살짝 꼬아 광택을 냈고, 그 속에 조그만 벌레 사체를 집어넣어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의 공은 완벽했다.
가벼운 광택, 비단처럼 매끄러운 질감,
그 어떤 암컷도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
"결국 중요한 건 '진짜처럼 보이느냐'지,
진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의 몇 번의 성공은 이 철칙을 믿게 만들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실패는 죽음뿐이었으니까
그는 같은 수법으로 여러 암컷들과 짝짓기를 했다.
그때마다 빈 공을 만들었고,
그의 공은 아름다웠다.
비단처럼 빛나고, 정교하게 엮인 껍데기.
속은 비어 있었지만, 그것이 중요한가?
암컷들은 공을 보고 넋을 잃었고,
그가 만든 환상에 홀려 그를 받아들였다.
공의 실체를 알기 직전에 그는 '재빠르게' 떠났다.
'그의 소문'은 암컷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졌다.
그가 주는 선물은 거짓이며,
그가 한 번도 진짜를 준 적 없다는 것.
암컷들은 분노했지만 그가 누군지 알 길은 없었다. 그저 '조심'하라는 말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단순한 거미가 아니었다.
유려한 움직임과 깊은 눈빛.
그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공을 내밀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건 너를 위한 거야."
그녀는 천천히 공을 굴렸다.
조용히, 세밀하게, 마치 무언가를 탐색하듯.
그녀는 공을 살짝 끌어안았다.
"정말 아름답네."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했다.
그의 심장이 뛰었다.
그녀는 그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며 속삭였다.
"가까이 와도 돼."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녀는 그를 향해 다가왔고,
그의 몸을 감싸 안았으며,
그를 탐닉하듯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는 자신이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고 확신했다.
"이게 바로 인생의 정점이지."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
살짝 떠는 듯한 떨림,
그 모든 것이 그를 짜릿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마치 도취된 듯 그의 가슴께를 어루만지더니,
갑자기, 속삭였다.
"너 정말… 최고의 거미야."
그는 웃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완전히 빠졌다고 믿었다.
바로 그 순간.
쾅!
강렬한 충격이 머리를 강타했다.
그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지도 못했다.
그의 시야가 흔들렸고,
순간적으로 몸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뭐지…?"
몸이 이상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것을.
그의 머리는 바닥에 나뒹굴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공을 가볍게 밀어버리는 그녀의 다리였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의 시체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의 눈앞이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