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지 틀린 게 아니다!
고슴도치의 가시는 근육을 이용해 세우거나 누울 수 있으며, 감정 상태에 따라 반응한다.
생후 3주 차부터 가시가 단단해지고, 4주 차에 어미와 독립한다.
단독 생활을 하며,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높아 친밀한 관계를 맺기 어렵다.
공격적이지 않지만, 본능적 반응으로 가시를 세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누군가의 방어 기제를 거부로 오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찔릴까 두려워 다가서지 않는다면, 소중한 관계를 놓치는 건 아닐까
고슴이는 언제부터 혼자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러웠다.
늘 혼자 있는 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태어난 지 3주 차, 부드러운 가시는 점점 딱딱해졌다.
다른 새끼들처럼, 자신도 그렇게 성장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4주 차가 되자, 어미는 더 이상 곁에 있지 않았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고슴도치는 독립적인 동물이니까.
어미는 떠나고, 새끼들은 각자의 길을 찾았다.
고슴이도 그렇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조금 달랐다.
처음 친구를 만들려 했을 때, 고슴이는 다가가 웃었다.
그러나 그 순간, 누군가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
"으악! 따가워!"
고슴이는 당황했다.
자신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그저 반가워서, 함께 있고 싶어서 다가갔을 뿐이었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다.
"넌 왜 가시를 세우고 다녀?"
"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겉으로는 친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우리를 거부하는 거지?"
그제야 고슴이는 깨달았다.
자신의 가시는,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감정이 흔들릴 때마다 가시는 곤두섰다.
놀랄 때도, 기쁠 때도, 심지어 슬플 때도.
"겉과 속이 다르잖아!"
"가시를 세우는 게 너의 본심 아냐?"
고슴이는 변명할 수 없었다.
가시는 말보다 먼저 반응했으니까.
그렇게 점점,
고슴이는 말수가 줄었다.
누군가 다가오면 등을 돌렸다.
그러면 상처 주지도, 상처받지도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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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고솜이를 만났다.
"야! 나 안 보이니?"
처음엔 못 본 척했다.
이제는 그게 익숙했다.
다들 가까이 오다가도,
조금만 찔리고 나면 금방 떠나니까.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망설임 없이 고슴이의 옆에 털썩 앉았다.
가시가 스쳐 따끔할 텐데.
그녀는 아픈 내색 하나 없이 씩 웃었다.
"오늘은 뭐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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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였다.
고솜이는 매일 고슴이를 찾아왔다.
장난을 걸고,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은 가시에 찔리면서도 여전히 웃었다.
고슴이는 처음엔 당황했다.
그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친구들은 많았지만,
정말로 가시에 찔리면서도 곁에 있어 준 친구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날,
고슴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아프지 않아?"
고솜이는 손을 들어 보였다.
작은 상처가 몇 개 나 있었다.
그녀는 그걸 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응, 아파."
고슴이는 움찔했다.
결국, 그녀도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근데 말야, 그게 그렇게 큰 문제야?"
고슴이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상처를 주면, 멀어지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었나?
그런데,
그녀는 왜, 아프면서도 여전히 곁에 있는 걸까?
"사실, 내 동생도 너랑 비슷했어."
"가시를 조절하지 못해서, 외톨이가 되었거든."
그제야 고슴이는 깨달았다.
고솜이는 이해하려는 게 아니라, 이미 이해하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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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고슴이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감정을 조절하는 건 어려웠다.
그러나,
고솜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마음이 편안해졌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시가 덜 날카롭게 서는 날이 생겼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고슴이는 자신이 외톨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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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이는 이제 혼자만의 공간에서 밖으로 나왔다.
처음엔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몇몇 친구들은 말해 주었다.
"괜찮아. 찔려도 돼. 우리도 조심하면 되잖아."
"너도 우리가 가까이 와주는 게 좋아, 맞지?"
고슴이는 그제야 깨달았다.
몇몇에게 상처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자신을 멀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오해했던 거였다.
자신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이 자신을 거부할 거라고.
그렇지 않았다.
세상은 생각보다 더 포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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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고슴이는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갔다.
고솜이와 함께.
그리고 둘은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가시가 있다고 해서, 사랑받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다를 뿐, 함께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세상 속에서 조금은 더 용기를 내도 괜찮다.
가시를 가진 마음이라도, 누군가는 꼭 알아봐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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