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이란 무엇인가
Fact
악어와 아나콘다는 같은 강에서 살아가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명을 잉태하고 보호한다.
악어는 알을 낳고 둥지를 만들어 새끼를 지키며, 수개월 동안 알을 보호한 뒤 부화 후에도 새끼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냥을 가르친다.
반면, 아나콘다는 난태생으로 새끼를 몸속에서 품어 키운 뒤 출산과 동시에 독립시킨다.
어미는 새끼들을 보호하는 대신, 출산 과정에서 자신의 영양분을 모두 소진하며 살아남기 위해 다시 몸을 회복해야 한다.
악어는 철저히 둥지와 새끼를 중심으로 생존하며, 어미와 새끼 간의 유대가 강한 종이다.
반면, 아나콘다는 새끼들에게 애착을 보이지 않지만, 더 안전한 환경에서 태어나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한다.
Question
모성애는 보호와 희생 중 무엇으로 정의될 수 있을까?
새끼를 낳고 헌신적으로 키우는 악어와, 새끼를 몸속에서 길러 안전하게 태어나도록 하지만 출산 후 곧바로 떠나는 아나콘다 중, 어떤 방식이 더 강한 모성애라고 할 수 있을까?
어미와 새끼의 유대가 강한 악어의 방식이 자연의 원칙에 더 적합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새끼를 안전하게 출산하고 홀로 살아가야 하는 아나콘다의 방식이 더 본능적인 것일까?
결국, 생명을 이어가는 방식은 달라도 같은 목적을 향하고 있다면,
어떤 모성이 더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강가에는 두 어미가 있었다.
한쪽에는 거대한 악어가,
다른 한쪽에는 길고 유려한 몸을 가진 아나콘다가 있었다.
둘은 같은 시기에 새끼를 품었다.
그러나 방식은 너무도 달랐다.
악어는 먼저 알을 낳았다.
둥지를 쌓고, 온몸으로 감쌌다.
그녀는 떠날 수 없었다. 떠나는 순간, 둥지는 무방비 상태가 될 터였다.
이미 다섯 개의 알을 도둑맞았다.
남은 22개의 알을 지키는 것은 그녀의 본능이자, 모성애였다.
반면 아나콘다는 알을 낳지 않았다.
그녀의 새끼들은 여전히 그녀의 몸속에 있었다.
아직은 자유롭던 그녀도 곧 몇 달 동안 움직이기 어려울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사냥은 점점 힘들어졌지만, 아직은 소형 포유류 정도는 잡을 수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 사냥을 마치고, 더 안전한 곳으로 보금자리를 찾아 헤맸다.
3개월 후, 먼저 변화가 찾아온 건 악어였다.
둥지에서 작은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알들이 하나둘 부화하며, 새끼 악어들이 세상에 나왔다.
그들은 어미의 발밑을 맴돌았고, 어미는 조심스레 입을 벌렸다.
그녀는 한 마리씩 새끼를 입에 물고 강가로 나아갔다.
이제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
어미의 길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멀리, 악어는 아나콘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직도 움직이지 못한 채, 불룩한 배를 끌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사냥조차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말라 있었다.
한때는 경쟁자였고, 때론 서로를 사냥했던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어미였다.
악어는 천천히 강으로 들어갔다.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 조용히 아나콘다 앞에 내려놓았다.
아나콘다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묵묵히 몸을 일으켜, 천천히 먹이를 삼켰다.
전우애와도 같은 순간이었다.
얼마 후, 아나콘다는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었다.
6개월을 버틴 그녀의 몸이 마침내 무거운 생명을 풀어놓았다.
그녀의 몸에서 35마리의 아나콘다들이 강물 속으로 떨어졌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들은 개별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어미를 돌아보지 않았다.
강물에 몸을 맡긴 채, 본능적으로 각자의 길을 떠났다.
어떤 녀석은 떠내려가고,
어떤 녀석은 강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힘차게 헤엄치며 사라졌다.
아나콘다는 조용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배가 홀가분해진 그녀는, 새끼들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는 이제 살아남아야 한다.
바짝 마른 몸을 회복하고, 다시 강한 포식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언젠가 또다시 자신의 새끼들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강 상류에서, 악어는 새끼들과 함께 있었다.
그녀는 새끼들을 돌보고, 사냥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녀의 길은 새끼들과 함께하는 길이었다.
그보다 아래에서, 아나콘다는 혼자 걸었다.
그녀는 몸을 회복하고, 다시 살아남아야 했다.
그녀의 길은 홀로 살아가는 길이었다.
한때 모성애를 함께 공유했던 두 어미는 이제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악어는 새끼들과 함께,
아나콘다는 홀로 강을 가로질렀다.
그러나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새끼를 낳고, 살아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