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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법칙은 틀릴 수 없는가

쿼카의 생존법

by CAPRICORN

Fact

쿼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생존 본능은 잔인할 만큼 냉혹하다.

암컷 쿼카는 포식자의 위협을 받으면 새끼를 버리고 도망친다.

새끼는 보통 생후 6개월 동안 어미의 주머니에서 자라고, 이후 8개월간 젖을 먹으며 성장한다.

쿼카는 생태계 내에서 먹이사슬의 하위에 위치하며, 뱀과 같은 포식자들에게 끊임없이 위협받는다.

인간에게 친근한 이미지와는 달리, 자연 속에서 그들은 치열한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Question

생존 본능은 도덕적 판단과 양립할 수 있는가?

어미 쿼카가 새끼를 버리는 행동은 단순한 생존 전략일까, 아니면 비난받아야 할 선택일까?

규칙과 도덕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때, 그 결과는 무엇일까?

본능을 따르는 행동은 이기적인 것일까, 아니면 더 큰 생태계 균형을 위한 필연적 선택일까?





숲속은 고요했지만, 그 고요 속엔 늘 위험이 숨어 있었다. 로트는 새끼 퍼스를 주머니에서 꺼내 햇볕 아래 내려놓았다. 퍼스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호기심 가득한 눈을 가진 새끼였다. 로트는 퍼스의 털을 다듬어주며 주위를 살폈다. 음식을 찾으려던 순간, 바람 속에 스치던 이상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로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숲 가장자리에서 뱀의 미끄러지는 몸이 반짝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여러 마리의 뱀이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로트의 심장이 요동쳤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그 순간, 로트는 본능에 따라 행동했다. 전속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퍼스가 서툰 걸음으로 그녀를 따라오는 게 느껴졌지만, 위협에 사로잡힌 로트는 뒤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희미하게 뒤에서 퍼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본능에 지배당한 로트에게는 그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숲속 깊은 곳에 다다랐을 때, 로트는 숨을 몰아쉬며 몸을 웅크렸다.

퍼스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골드 무리로 돌아온 로트는 피로와 죄책감에 짓눌려 있었다.

"퍼스는?"

누군가 물었다. 로트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퍼스는… 뱀에게 잡혔어. 나 혼자만 살아남았어."

무리의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리더는 단호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우리는 새끼를 버리지 않는다. 그게 우리의 규칙이야."


로트는 말없이 바닥을 응시했다. 죄책감이 그녀를 잠식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미묘한 반발심도 느껴졌다. “내가 죽었어야 했나… 정말 그래야 했던 걸까?”


며칠 뒤, 무리의 리더는 공식적으로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모든 어미는 어떤 상황에서도 새끼를 버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새끼를 지키지 못한다면, 무리 전체의 존엄이 훼손될 것이다."


처음에는 모든 어미가 규정을 따르기 위해 애썼다. 포식자가 나타나면 새끼를 품에 안고 숨거나, 심지어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새끼를 지키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포식자의 공격이 반복되며 어미들이 하나둘씩 희생되었고, 남겨진 새끼들은 무리 전체의 부담이 되었다. 무리의 개체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골드 무리에서 로트의 존재는 점점 더 희미해졌다. 쿼카들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그녀는 숲 가장자리에서 홀로 웅크리고 시간을 보냈다.

퍼스를 버리고 도망친 기억은 로트의 마음을 잠식했다. 잠에서 깨는 순간마다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녀의 머릿속엔 퍼스의 울음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소식을 들은 친척 린이 로트를 찾아왔다.

“너를 보호해 주지 못하는 무리에 속할 필요가 없어. 나와 같이 가자.”

린의 말에 로트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녘, 로트는 조용히 골드를 떠났다.


골드 무리 내에서는 규정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었다. 리더는 규정을 고수했지만, 점점 더 많은 쿼카들이 반발하며 무리를 떠났다. 포식자의 공격은 계속되었고, 한 어미 쿼카가 새끼를 품에 안고 도망치려다 결국 포식자에게 잡히는 일이 벌어졌다. 다수의 쿼카들이 그 장면을 목격했지만 무서운 포식자 앞에서 떨기만 할뿐 아무도 다가가지 못했다. 결국 골드 무리는 점차 와해되었다.


린과 함께 떠난 로트는 본능을 존중하는 새로운 무리를 발견했다. 그곳의 쿼카들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생존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우린 본능을 따라야 해. 그것이 자연이 우리를 지키는 방식이야.”


로트는 그들과 함께하며 자신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점차 죄책감을 떨치고, 자신이 살아남은 이유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골드는 도덕적 규정을 고수했지만, 결국 무리의 절반이 떠나거나 목숨을 잃었다. 반면, 본능에 충실했던 무리들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었다. 로트는 숲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생각했다.


"본능은 단순한 이기심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자연의 방식이야."


도덕과 규칙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자연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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