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인간은 어떤 기준으로 자신의 성별을 선택할까?
성별의 자유로운 선택이 사회와 개인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성별 고정 관념이 사라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게 되는 것과 얻는 것은 무엇일까?
리사 박. 그 이름은 지금도 교과서에 등장하고, 동상까지 세워졌지만, 내게는 그냥 할머니일 뿐이다.
할머니는 항상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유를 가져온 것은 나에게 참 기쁨이야." 내가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18살이 된 나는 조금씩 알 것 같다. 21살이 되면 내 성별을 직접 선택해야 한다는 걸. 그리고 그 선택이 단순히 남자냐 여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정의하는 일이란 걸.
할머니의 이야기는 늘 작은 바다 생물, 리본장어에서 시작됐다.
"리본장어라는 작은 생물이 세상을 바꿨어. 수컷으로 태어나 필요하면 암컷으로 변하지. 환경에 맞춰서, 균형을 위해서."
리본장어의 성전환 능력은 과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리고 그들은 그 능력을 인간에게도 적용하려 했다. 그리고 결국 인간의 DNA를 바꿀 수 있는 물질을 발견했다. 모든 인간은 남성으로 태어나, 21살이 되면 자신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처음엔 모두가 흥분했다. 성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니! 그건 자유의 혁명이었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 성별 선택 시스템은 혁명처럼 보였지만,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숨어 있었다. 리본장어에서 추출한 호르몬을 기반으로 한 성별 선택 주사는, 겉으로는 자유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부는 그 시스템에 성비 조절 알고리즘을 심어두었다. 그들은 성별 쏠림 현상을 막는다며, 사람들이 성별을 선택하는 데 미묘하게 개입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처음엔 이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을 통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난 여자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결정을 내리려 할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결국 남자로 남는 게 더 나을 거라는 결론이 나오더라." 한 친구의 고백에 리사는 의문을 품었다. "그게 단순히 네 마음이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여성이 되고 싶다고 선택했는데, 이상하게도 병원에서는 자꾸 재고하라고 하더라고. 이건 네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난 왜 내 결정을 스스로 내리지 못하는 거지?" 이런 의문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퍼즐처럼 이어졌다. 성별 선택이라는 자유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그 선택을 조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과학자 루크 셰퍼드를 만났다. 루크는 이 기술을 개발한 팀에 속했던 과학자였다. 그는 성별 선택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통제되고 있는지 진실을 알고 있었다.
"리사, 이건 내가 개발한 기술이 아니야. 우리가 만든 건 단순히 선택의 도구였어. 하지만 정부가 거기에 조작 장치를 넣었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 선택이 조정되고 있는 거야."
루크의 얼굴은 피로와 죄책감으로 가득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사람들을 속이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내가 이런 걸 만들었단 사실이 너무 끔찍해. 하지만 그걸 폭로하면 나도 위험에 빠질 거야." 리사는 그의 고백을 들으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처음엔 그 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럼 우리가 가진 자유는 거짓이란 말인가?" 갈등은 그녀의 내면을 갉아먹었다. 자신의 선택이 진정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자유를 누리지 못한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대로 놔두면 안 돼. 사람들이 자신이 자유롭다고 착각하게 만들면, 우리는 진짜 자유가 뭔지 모른 채 살아가게 될 거야." 리사는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 루크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걸 폭로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어. 너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내가 이 진실을 세상에 알릴게." 루크는 잠시 망설였지만, 마침내 말했다. "좋아. 내가 가진 모든 데이터를 너에게 줄게. 하지만 조심해. 정부는 이 사실이 드러나는 걸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리사는 폭로를 준비하며, 자신이 어떤 위험을 감수하게 될지 알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믿지 않을 수도 있고, 정부는 그녀를 탄압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 확신이 있었다. "조작된 자유는 진짜 자유가 아니야. 우리가 원하는 건 스스로 결정할 권리야." 그녀는 루크와 함께 진실을 담은 보고서를 세상에 공개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녀의 투쟁은 시작되었다.
보고서가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언론은 이 폭로를 다루면서도, 그것이 진실인지 의심했다. "정부가 그런 시스템을 조작했다는 증거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들이 루크에게 질문을 쏟아냈지만, 그는 침착하게 모든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직접 말하기로 했다. "이건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가 믿었던 자유가 얼마나 허상인지, 우리가 얼마나 통제받고 있었는지 깨달아야 해요." 처음에는 그녀의 외침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길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은 그녀를 비웃거나 무시했다. "저런 미친 사람 같으니라고." "무슨 음모론을 퍼뜨리는 거야?"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매일 거리로 나가 작은 스피커를 들고 외쳤다. "여러분, 진짜 자유는 통제 속에서 나올 수 없어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선택은 누군가의 계획 속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한 사람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 "내가 21살이 됐을 때 여성이 되기로 했었어요. 그런데 병원에서 자꾸 더 생각하라면서, 선택을 미루게 했죠. 결국 나는 남성으로 남았어요. 그런데 이제야 알겠어요. 그게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원한 거였다는 걸." 작은 불씨처럼 시작된 이야기는 점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겪었던 비슷한 경험을 나누기 시작했다. "내 선택이 진짜 내 것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도대체 뭐야?" 거리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작은 집회는 대규모 시위로 바뀌었다. 정부는 점점 더 강경한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했고, 언론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음모론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그녀와 루크는 물러서지 않았다. 루크는 기자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건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고, 그들의 삶을 통제하려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 기술이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거리에서의 시위는 점점 거세졌다. 어느 날,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인 시위에서 할머니는 연단에 섰다.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정한 선택입니다! 조작된 자유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군중들은 그녀의 말에 환호하며 외쳤다. "조작된 자유는 필요 없다! 진짜 자유를 원한다!" 그날 이후, 시위는 전국으로 퍼졌다. 사람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고, 온라인에서는 정부의 조작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언론도 더 이상 침묵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국제적인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정부는 점차 코너에 몰렸다. 몇 년간의 투쟁 끝에, 정부는 마침내 조작 프로그램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날의 기억을 할머니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 순간은 마치 우리 모두가 빛을 본 것 같았어. 우리가 진짜 자유를 얻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지." 그러나 그녀는 말했다. "자유는 항상 혼란을 가져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는 달라질 거야." 그녀는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로 지금의 내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녀의 투쟁은 단순히 조작된 시스템을 무너뜨린 것 이상이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되찾는 과정이었다.
성별 선택 주사는 더 이상 통제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이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말했다. "혼란은 불가피했지. 자유는 항상 대가를 요구하거든." 조작 시스템이 사라진 이후,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남성으로 남기를 선택한 것이다. "남자로 남는 게 더 안전하고 편하지 않아?" "굳이 여자가 될 필요가 있을까?" 그 결과, 성비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여성이 부족해지면서 출산율은 급격히 감소했고, 전 세계 인구는 70% 이상 줄어들었다. 인구 감소는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학교가 문을 닫고, 경제는 침체에 빠졌으며, 노동 시장에서도 특정 직업군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자유는 이게 아니었을 텐데."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고, 자유가 가져온 대가에 고개를 숙였다. 여성에 대한 새로운 선호도 여성이라는 성별이 부족해지자, 사람들은 오히려 여성이라는 성에 대해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성이 되는 건 특별한 일이야. 그건 더 이상 약점이 아니라, 우리의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어." 이전에는 여성이 주로 약자로 여겨졌지만, 점차 사람들은 여성을 선택하는 일이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성이 된 이들은 단순히 성별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존재 자체로 세상에 새로운 균형을 가져다줄 가능성을 상징하게 되었다. 범죄와 갈등 그러나 자유의 시대에도 어두운 면은 존재했다. 일부 사람들은 "진정으로 원하는 성"이라는 개념을 악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압적으로 여성이 되도록 강요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성별 선택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강요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성별을 결정짓는 핵심은 자유의지였기 때문이다. 외부의 강요와 억압으로는 성별 선택을 변화시킬 수 없었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깨달으며, 자유로운 선택은 개인의 내적 결단에서 나온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교육의 중요성 "21살이 되기까지의 교육은 선택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이야." 할머니는 늘 이 점을 강조했다. 그 선택은 단순히 남자냐 여자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었고, 그들의 삶 전체를 정의하는 중요한 결정이었다. 학교에서는 성별 선택을 앞둔 아이들에게 철학과 심리학, 그리고 자기 성찰에 대한 수업을 제공했다.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니? 네가 성별을 선택할 때, 그 선택이 너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처음엔 웃으며 이 질문을 넘겼다. "뭘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해? 그냥 남자로 남으면 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질문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균형을 찾아가는 사회 점차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성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여자여야 하는 이유가 있나?" "남자로 남는 게 더 편할까? 아니, 정말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이 고민은 단순히 성별 선택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깊이 탐구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이제 성별을 단순한 틀로 보지 않았다. 성별은 그들의 정체성의 일부일 뿐, 그들을 규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었다. 새로운 사회의 탄생 성별에 대한 고정 관념이 깨지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특정 성별에 따라 역할을 강요받지 않게 되었다. 여성이라는 성별이 더 이상 약점으로 여겨지지 않았고, 남성이라는 성별도 더 이상 특권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우리는 단지 성별을 선택하는 게 아니야. 우리의 삶을 정의하는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거지." 점차 성별은 사람들 사이에서 덜 중요한 문제가 되었고, 그들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심이 되었다. 혼란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자유 할머니는 말했다. "자유는 혼란을 동반해.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게 진정한 자유야." 나는 할머니의 말이 이제야 이해된다. 성별 선택이 가능해진 사회는 처음엔 혼란스러웠지만, 결국 사람들은 진정한 자유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제는 "성별"이라는 틀이 아니라, 각자의 선택과 결단이 사람들을 규정짓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할머니, 사람들이 정말 자유로워졌을까요?" 그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었다. 나는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가 정말로 완전한 것인지, 혹시 또 다른 굴레 속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웠다.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자유는 혼란스러워. 하지만 혼란 속에서도 사람들은 결국 길을 찾아. 그리고 그 길은 그들의 것이야." 할머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녀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자유는 완벽하거나 단순하지 않다. 자유는 선택의 무게를 짊어지며,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다. 나는 이제 21살이 되면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남성으로 남을지, 여성이 될지, 아니면 그 너머의 무언가를 찾을지. 그 선택은 단순히 성별의 문제를 넘어, 나라는 존재를 정의하는 일이 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삶이 나에게 어울릴까?" "나답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 이 질문들은 무겁게 나를 짓누르지만, 동시에 나는 이 질문들 속에서 나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그 선택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것이란 사실이다. "이 자유는 내 것이다." 그것은 할머니가 싸워서 쟁취한 유산이고, 나는 그녀가 남긴 이 세계를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자유는 선택의 무게를 짊어질 때, 비로소 진짜가 된다." 할머니가 남긴 이 말이 이제야 가슴 깊이 와닿는다. 나는 이 선택의 무게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 무게가 무엇이든, 그것이야말로 나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