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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둥지에서 태어나다

본능과 갈등 속에서 뻐꾸기의 선택은

by CAPRICORN

Fact


지구에서 가장 독특한 생존 전략을 가진 새, 뻐꾸기.
이 새는 자신의 둥지를 짓지 않는다.
대신,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게 한다.
뻐꾸기 새끼는 부화 후 다른 알이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며 혼자 살아남는다.
모든 것은 본능이 이끄는 대로 이루어진다.
탁란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가장 극단적인 선택이다.


Question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단순히 본능일 뿐일까?
그들은 남의 둥지에서 자라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성장한다.
만약 한 뻐꾸기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면?




둥지 안에는 다섯 개의 알이 있었다.
아침 햇살이 비치던 그날, 나는 누구보다도 먼저 알에서 태어났다.
눈을 채 뜨지도 못한 채, 나는 본능적으로 둥지 가장자리로 기어가 내 주변의 알을 밀어냈다.
처음엔 한 개, 그다음엔 또 한 개.
그리고 결국, 둥지 안에는 나와 두 개의 알만 남았다.


나는 그들보다 훨씬 빨리 자랐다.
내 울음소리는 늘 더 컸고, 나는 더 많은 먹이를 차지했다.
먹이를 받을 때마다 남은 두 마리의 새끼들이 배고픈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더 커야 살아남는다." 본능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어느 날, 누구보다 큰 소리로 울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이들과 달랐다.
갑작스러운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깨어나지도 못한 형제 같은 새들을—그저 내 곁에 있었던 그들을—내가 죽였다.
그리고 어미 같은 저 새에게 더 많은 먹이를 받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댔다.
남은 두 마리의 새들은 이미 허약하게 말라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었다.
내가 무너뜨린 둥지 속에서 더는 숨 쉴 수 없었다.
나는 도망치듯 둥지를 떠났다.


둥지를 떠난 후, 나는 혼자였다.
날개짓이 서툴렀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답을 찾기 위해 날아가기로 했다.


약육강식의 세계는 냉혹했다.
나는 그 둥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나의 어미는 작디작은, 내가 쉽게 이길 수 있는 덩치의 새들,
나보다 더 무해한 새들 속에 나를 숨겼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남의 둥지에서 살아남았다.


여정 중에 나는 또 다른 뻐꾸기를 만났다.
그는 나처럼 남의 둥지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게 우리의 생존 방식이야. 선과 악, 옳고 그름을 정하는 건 누군데?"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의 존재에 위안을 느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의 말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의 본능이 정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의 존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가?"


나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둥지를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나의 삶을 이어갈 것이다.


"나는 뻐꾸기인가? 아니면 또 다른 존재인가?"
그 답을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선택을 했다.
내 날개는 여전히 떨렸지만, 나는 날아올랐다.
어두운 하늘 아래로, 내 길은 이제 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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