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없을 회귀
Fact
-연어는 민물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성장한 뒤, 다시 민물로 돌아가 산란한다.
-대부분의 연어는 산란 후 생을 마감한다.
-회귀 본능은 환경 변화(온도 상승, 오염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Question
-연어는 왜 죽을 걸 알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갈까?
-고향이 사라졌다면, 본능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존재의 이유가 사라졌을 때, 살아남은 생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물이 썩었다.
본능이 이끄는 길은 썩은 플랑크톤의 시체가 가득한 혼탁한 물 속으로 이어졌다.
연어들은 고향으로 가고싶었지만 혼탁한 물, 환경 속 더이상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고향은 더 이상 향기가 없었다.
맑고 차가운 산속 물줄기, 자갈 아래 흐르던 미세한 진동, 바위에 부딪히며 생기는 포말의 냄새. 그것이 연어가 기억하던 고향이었다. 하지만 고향의 물줄기는 이미 검은 오염으로 뒤덮여 있었다.
많은 연어들이 헤맸다. 바다와 민물의 경계에서 머뭇거리며 방향을 잃었다. 어떤 연어는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그냥 그 자리에 머물렀다. 어떤 연어는 어쩔 수 없이 바다에서 산란을 시도했다.
바다는 넓고 깊지만 아이를 키우기엔 너무 잔혹했다. 포식자는 많고 은신처는 없었다. 민물에서라면 그나마 뿌연 모래 속에 알을 숨길 수 있었지만, 이곳 바다에는 안전한 구석이 없었다.
처음으로 바다에서 알을 낳은 연어들은 불안한 시선을 서로 주고받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렇게 낳은 아이들이 살아남기 힘들 거라는 걸.
하지만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돌아갈 수 없었기에, 여기에라도 남겨야 했다.
자신이 기억하는 고향과는 전혀 다른, 말라죽은 바다의 변두리에 그들은 마지막 힘을 짜내 알을 낳았다. 연어들은 파도에 떠밀리고, 해파리에 찔리고, 갈매기에게 쪼이고, 인간이 버린 쓰레기에 몸을 감았다.
그들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죽는 존재였다.
그 회귀의 본능이 사라졌을 때, 그들은 정체성을 잃었다.
환경은 변했고, 그들을 기다려주는 고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바다는 냉혹했고, 하늘은 멀었으며, 땅은 썩어 있었다.
그들의 아이들은 그 바다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
그 아이들은 다시 강을 찾게 될까, 아니면 바다가 새로운 고향이 될까?
그 누구도 여기에 대답을 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