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기회인 걸까?
따르릉.
"안녕하세요. 이사님 저 000이에요. 제가 혹시 아직도 이사님 도와드릴 일 있을까요?"
1년 전, 만남 후 첫 통화였다,
내가 전화를 한 사람은
15년 다닌 마지막 회사 들어가기전에 1년 간 일했던 직장의 이사님이다.
교육 콘텐츠 회사였고 신생회사였다.
나도 20대 사회초년생이었고 창립멤버로 같이 했다.
그 후 1년 2개월 근무하고 회사 사정이 안 좋아 나오게 되었다.
3개월 치 급여를 받지 못한 채로 있다가 나온 것이고 퇴사한 후에 남은 급여는 두 번에 거쳐서 다 받았다. 사람보다는 재정상의 문제였기에 믿음을 갖고 기다렸고 믿음은 인연으로 쭉 이어져갔다
그 후 2개월간 쉬다가 이 회사에 들어왔고
15년간 근무하게 된 것이었다.
간간히 연락은 어떤 사유에서든지 하게 되었다.
어떨 때는 남편회사와 연이 닿아서 이사님과 연락이 되었고 7년 전에는 어린 자녀와 이사님 실장님(당시회사팀장님과 결혼하심), 남편과 5살 아이까지 해서 키즈카페에서 만났고 1년 전에는 함께 야구장을 갔다.
식사를 하며 그때 이사님은 나와 잠깐 일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말씀하셨다.
그 당시 나는 이사님이 하고자 하는 일의 목적을 정확하게 알고 하는 느낌이었다며 대화중 은근히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지나간 시간만큼 커져버린 몸값과 상황들을 맞춰줄 수 없다고 생각하셨고, 나 역시
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 평생 뼈를 묻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은근히 마음속으로
지금 다니는 곳은 예전에 나에게 주지 못했던 안정감과 대기업이라는 자부심을 주는데
어떻게 내가 거길 가겠냐고 생각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사님이 하시는 일을 들었을 때는
내 심장에서 뭔가 설렘이 있었고
쿵쾅거림이 있었던 것은 기억이 난다. 뭔가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았다.
"이사님, 제가 아직도 도와드릴 일 있을까요?"
"어어... 그럼요! 할 일 아주 많아요. 지금 해야 될 일도 많고 앞으로 같이 해나가야 할 일도 많아요
00 씨가 온다고만 해주면 너무 좋죠. 근데.. 갑자기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나의 퇴사와 그간 이야기들을 짧게 했다.
그리고 30분 넘게 통화를 하며 지금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해줬으면 하는 업무들을 설명받았다.
이사님은 이미 내가 직원이 되어있는 듯 말씀하셨고
귀한 보물이 제 발로 들어온 것 같다고 하셨다.
숨길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주변에는 전화통화 내용을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느낀 다른 사람의 인정이었다.
일단, 회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이사님 사무실은 어디예요?”
“아 시흥시청 쪽에 있어요.”
시흥시청
서해선
집에서 2시간? 멀어도 너무 멀었다.
그래도 사무실 가보기로 했다.
어쨌든,
눈으로 봐야 했다.
주어진 것을 착실히 하는 사람이 아닌
남은 인생은 내가 원하는 일을 찾는 사람이고 싶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16년 전에 기껏해야 1년 함께 일했던 사회초년생을
흔쾌히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도 궁금했다.
이사님 입장에서는 그때의 내가 아닐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서로 면접을 보기 위해
난생처음 서해선을 타고
사무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