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러닝 어플을 켜고 아침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1분 달리고 1분 쉬는 아주 작은 프로젝트였다.
“8주 후에는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습니다.”
어플이 제시한 이 문장을 믿고 따라가기로 했다.
회사에 나가지 않는 오전 그 시간에 운동을 한다는 건 묘한 해방감을 줬다.
“봐, 회사 안 다니니까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나는 마치 스스로에게 증명하듯 달리고 또 달렸다.
비가 와도 뛰었고 여행지에서도 뛰었다.
일주일에 3번을 채우지 못하면 마치 나 자신을 잃는 것 같았다.
그렇게 8주를 채웠을 때
나는 드디어 30분을 달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혹시라도 전 직장 동료를 만나면 이렇게 말해야지.’
“저, 이제 30분 동안 쉬지 않고 뛸 수 있어요.”
8주가 끝나갈 무렵, 다리가 서서히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때 유튜브에서 흘려듣던 말이 떠올랐다.
“힘을 빼고 뛰세요.”
나는 속도를 조금 늦추고 온몸의 긴장을 내려놓았다.
그 순간 신기하게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앞발만 내딛자는 단순한 마음뿐.
그리고 원래 계획보다 훨씬 더 오래 달렸다.
그날 비로소 알았다.
퇴사해도 잘 지내고 있어! 를 증명하고 싶어서 나 자신에게조차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었다는 걸.
퇴사 전 전무님이 내게 했던 말씀이 떠올랐다.
“넌 연초부터 더 노력하겠다고 말할 때 알아봤어. 뭘 그렇게 잘하려고 해. 결국 이 사단이 나네.”
그 말이 이제야 가슴에 박혔다.
어쩌면 나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러닝이 내게 알려준 건 속도를 내는 방법이 아니라 힘을 빼는 법이었다.
인생에서 힘을 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는 힘을 뺄 수 있는 사람일까?
그럼.. 자유로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