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딸들은... 그러려니
엄마와 딸들은 저녁에 만나 식사 중이었다.
엄마가 갑자기 그날 일을 꺼냈다.
그 순간이 참 서운했다고 말했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을 잡으려면 시간이 걸리니
“조금 쉬었다가 오라”던 엄마의 말이 있었다.
큰딸은 아이들을 본다고 집으로 갔고,
둘째 딸은 남편과 함께 떠났다.
엄마는 혼자 남았다.
아빠가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던 그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게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었다.
그때 문득,
‘이제 나는 혼자구나.’
‘자식에게 의지하면 안 되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무서움보다 서운함이 더 컸어"
엄마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딸들도 여자잖아. 근데 왜 그 마음을 모를까 싶더라.”
그 말을 들으며 딸의 머릿속에는 그날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엄마는 그날도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엄마 대단하다.’
딸은 그렇게 생각했다.
“저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다니.”
그런데 그 엄마가 사실은 무서웠다고 한다.
혼자 남겨져서 서운했다고 한다.
그리고 덧붙였다.
“다른 딸들 같으면.. 같이 자기 집에 가자고 했을 텐데.”
그 말 한마디에, 딸의 마음이 살짝 긁혔다.
엄마가 서운할 때마다 꺼내는 그 말.
“다른 딸들 같으면”..
어렸을 적, 부정적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항상 부모님이 가난한 것이 불만이었다.
왜 우리 아빠는 돈을 안 버냐며, 우리 아빠도 다른 아빠들처럼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친구에게 말했다
"아빠가 너에게 우리 딸도 다른 딸들처럼 공부 좀 잘했으면 좋겠어.라는 말 들은 적 있어? 부모님들은 다른 자식이 내 자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 안 하잖아. 근데 너는 왜 부모님을 자꾸 비교해?"
"..."
친구는 말이 잠시 없었다.
성숙한 그 친구는 자기가 무엇을 잘 못한 지,
본인도 다른 사람에게 그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느낌이었다.
그 기억이 떠올랐다.
딸은 속으로 말했다.
‘엄마, 나는 엄마가 “다른 엄마들 같으면.." 이런 말 한 적 없잖아. 근데 왜 엄마는 자꾸 다른 딸이랑 나를 비교해?’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다.
대신 굳은 표정과 단호한 말투로 긁힌 마음을 감췄다.
엄마와 만난 후 집에 돌아온 딸은
집에 혼자 있었던 아들에게 말한다.
"준아. 오늘 저녁에 왜 연락 한 번도 없었어? 게임하느냐고? 엄마 걱정했잖아~~!"
"아.. 까먹었어.
엄마 미안해!.."
"응, 알았어."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엄마. 혼자 무서웠지. 미안해.
이 한마디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