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MZ세대 격인 항암제는 뭘까?
"암세포를 굶겨 죽인다"
"암 정복, 끝이 보인다"
위와 같은 신문 기사의 글귀들을 접해 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 항암제와 관련된 신약이 나올 때마다 자주 사용되는 글귀들인데, 그렇다면 항암제의 발전은 현재 어디까지 도래해 와 있는가.
항암제(抗癌劑)는 말 그대로 '암과 저항하는 (抗;겨룰 항)' 하는 약제, 즉 암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다만 어떻게 암과 맞서는가에 대해서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약제들과 함께 연구가 진행되어 왔고,
산업혁명이 오듯 항암제에도 제 1, 2, 3, 그리고 4의 물결이 오고 가고 있다. 보통 전문가들은 이를 가리켜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 항암제라고 나누어서 보고 있는데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1세대 항암제는 1960~70년대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세대의 약물은 주로 정상적인 세포에 비해서 빠르게 자라나면서 각각 다른 모습이나 기능을 가지게 되는 암세포를 직접적으로 공격하여 효과를 나타낸다. 그래서 '세포독성항암제' 라고도 불리운다.
이 세포독성항암제는 세포가 쪼개지고 나뉘어지는 과정에서 필요한 특정 단계를 방해하거나 손상시켜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데, 빠르게 분화하는 세포는 이러한 과정이 잦기 때문에 항암제가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1세대 항암제들은 세포 내에 있는 유전자 (DNA; 우리 몸의 세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 정보가 적혀 있음)를 괴롭히면서 독성을 나타낸다. 세포 내 DNA에 직접적으로 달라붙기도 하고, DNA를 만들어낼 때 필요한 단백질을 저해하는 작용 기전을 가진다.
단점으로는, 암세포 이외에도 골수, 머리카락의 뿌리, 입 안쪽에 있는 얇은 피부세포 등 빠르게 자라나는 정상세포를 같이 공격할 수 있기에 항암치료 백혈구가 줄어들거나, 탈모, 입 안쪽 염증, 설사 등을 일으키고 심한 구역/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그래서 보통 세포독성항암제로 치료를 받으시는 환자분들, 특히 여성 환자분들께서 처음 치료 받으실 때 탈모를 많이 걱정하신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물질로 개발된 '탁솔(파클리탁셀)', 백금기반 항암요법인 '시스플라틴', 그 밖에도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메소트렉세이트' 등이 있다.
2세대 항암제는 1990년대 말 발전했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 나타나는 특정 물질을 타겟으로 하여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약물로, 암세포 성장에 필요한 세포 내 특정 신호전달이나 단백질 조절 과정에 연관된 세포 표면의 특정부분 등을 차단하여 암세포의 증식이나 생존을 억제한다.
장점으로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가 있어서, 1세대 항암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덜하다는 부분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사용하고자 하는 약제가 타깃하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나 단백질 발현 등이 확인된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고, 오래 사용하였을 때 그 표적하는 대상의 발현이 변화하거나 하여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약물의 예시로서, 만성골수성백혈병에 쓰이는 '글리벡', 유방암에 쓰이는 '허셉틴', 간암에 주로 사용되는 '넥사바', 비소세포성 폐암에 사용되던 '이레사' 등이 있다.
3세대 항암제는 2011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는 암세포와 면역세포 사이의 신호 경로에 작용해 암세포가 인체의 면역체계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하여 공격할 수 있게 한다. 사실 경찰역할을 하는 인체의 면역세포는 범인인 암세포에 대한 '몽타주'를 가지고 있어서 정상세포가 아닌 세포에 대해 인지하고 공격할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암세포는 이를 알고, 면역세포에게 보여줄 '위조 신분증' 을 들고 다닌다. 이 위조 신분증이 면역세포의 정상면역반응을 회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면역 회피와 관련된 기전들이다. 면역항암제는 이런 위조 신분증 제시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 중간 단계를 차단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장점으로서, 일반적으로 1,2세대 항암제에 비해 자기 면역 세포의 역할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에 부작용이 덜하다. 하지만, 단점으로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래 걸리고, 특정 단백질 (신분증 위조 기전과 관련된)이 충분히 발현되지 않으면 면역항암제의 효과는 낮을 수 있다. 또한, 과도하게 면역기능이 활성화되면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유사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면 MZ 세대격인 항암제는 무얼까? 대사항암제가 요즘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대사항암제 이외에도 다양한 연구중인 약물 기전들이 있지만, 최근 확인되는 논문이나 발표 등에서 대사 항암제를 한 꼭지로 보고 있기에 간단히 옮겨본다.
대사항암제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4세대 항암제는 암세포의 대사를 조절하는 기전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제이다. 2011년, 암의 특징에 대해 가장 잘 기술한 것으로 알려진 리뷰논문이 업데이트되었고, 여기에 2가지의 원칙이 추가되었는데, 그 특징 중 하나는 '암세포의 비정상적 대사', 즉 '암대사' 였다. 대사에 대한 연구는 기본적인 고등교육에서도 배울 만큼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왔기에, 기전에 대한 연구가 최근 개발된 약물에 비해 안정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암종에서 암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특이적인 대사과정을 나타내기 때문에, 많은 연구진들이 차세대 항암제로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사항암제는 기존 항암제 대비 독성이 매우 낮다는 장점이 있으나, 아직까지는 3세대 항암제처럼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에는 연구 결과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4세대 항암제의 예로, '아이드하이파' 와 같은 약물을 들 수 있다.
1세대: 세포 분열을 막는 약물
2세대: 건강한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인 약물 (예: 표적 치료제)
3세대: 암세포의 신분증 위조를 막는 면역 항암제
4세대: 암세포를 굶겨죽이는 대사 항암제
이렇게 항암제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각 세대는 암 치료를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많은 환자들의 삶을 살릴 수 있는, 새시대를 열어주는 더 많은 항암제가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출처]
1. 안전한 약품사용 가이드 면역항암제 교육자료 (재) 병원약학교육연구원 2020
2. 박애령. 면역항암요법의 최신약물치료 J Kor Soc Health-Syst. Pharm. 2017
3. Horton, J., & Ritchie, D. (2016). "Principles of Cancer Chemotherapy." In "Basic Clinical Pharmacology" (pp. 307-327).
4. 이시영. 4세대 대사항암제 개발 동향. BRIC View 2023-T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