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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몰입 2022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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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영 Oct 30. 2022

우리가 몰입하는 시간

언제 들어선 지 모를 마흔이 스쳐 흐른다.

우리는 삶의 수많은 ‘첫’ 문에 발을 들인다. 그리고는 어느새 무색해진 날들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다. 반복되는 홀로서기는 20대에 끝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서른이 넘으면 제법 그럴듯한 어른의 영토에 가 닿을 줄 알았다. 아이가 자란 꼭 그만큼 내 나이도 늘어간다. 언제 들어선 지 모를 마흔이 스쳐 흐른다. 그리고 수많은 찰나의 기쁨을 스치듯 지난다. 대부분 이미 문턱을 넘어 들어선 것인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기념일이 무색해지고 각자 달력마다 새겨지는 파랗고 빨간 날을 지나 한 해 두 해 새해를 받아든다.      


살면서 점차 전생처럼 느껴지는 이십 대와 삼십 대가 그리웠다. 그리고 점점 희미해져 가는 시절 속 나를, 구체적으로는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사실 온전히 홀로 집중했던 시간 속에서 파릇했던 자유의 향내 나는 나를 음미하고 싶었다. 동경하던 서른은 내가 아닌 아이들과 주변인에 대한 돌봄으로 심신이 뭍혀 버렸다. 이십 대보다 더 뜨겁고 치열했지만 늘 고단했다. 표면적으로 행복해야 했지만 근본적으로 멍들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십 대보다 뜨거웠지만 안쓰러웠다. 그리고 마흔. 삶의 절반에 다 다른 것 같은데도 여전히 끊이지 않는 고민에 허기진다.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뜻입니다..(중략)..위기를 극복하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새로이 보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중략)..어떤 힘이 나를 조종하는지 알아내지 않으면 사물을 바꿔볼 기회는 영영 오지 않아요.."

 - 책 <자기결정(페터 비에리)> 중에서



어딘가 여전한 고민으로 허기진 사람들과 지나온 시절을 나누고 싶었다. 두둑해진 나잇살과 유연한 시선으로 빛나던 시절을 유영하듯 반추하고 싶었다. 나는 영원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찰나의 순간을 머리와 가슴에만 새겨 간직하는 행위도 신뢰할 수 없다. 이런 내 안의 숨은 불치병이 있어서 기록을 시작했다. 영원할 수 없다면 변함없기를 되새기는 방법에 '쓰기'라는 부단한 노력을 해보기로. 마흔의 잔상이 휘발되지 않도록 글로 담아 기록하고 싶었다.      


지나온 나이에 비해 마흔은 내게 기회의 나이다. 부단히는 아니지만 서른 언저리에서 헤매던 일을 꾸준히 반복한 시간이 선택의 순간을 선사했다. 마음 한가운데에 감사라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 비로소 시작되는 나이, 마흔. 


쉼 없는 하루를 잘 말려 다듬는 오늘을 기록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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